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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브리핑

중국은 14억 명을 어떻게 먹여살리려 하는가?
중국은 14억 명을 어떻게 먹여살리려 하는가?
한중관계연구원2018-02-20

중국은 14억 명을 어떻게 먹여살리려 하는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종자 산업에 박차 가하고 있는 중국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8.02.16. 14:29:03

 

바나나의 불치병으로 불리는 ‘변종 파나마병(TR4)’의 확산에 전 세계 바나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파나마병의 일종인 TR4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등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바나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유일한 대안은 저항력이 강한 품종 개발이다. 즉 육종학(育種學)만이 바나나를 멸종에서 구제할 수 있다고 한다. 육종학은 생소하지만 한국 근대 농업의 아버지로 육종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씨 없는 수박’ 우장춘(禹長春) 박사라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종자 산업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생명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 산업을 육성하여 식량안보를 굳건히 함은 물론 미래 자원으로 개척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은 14억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 확보를 위해 종자 주권(種子主權)을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역시 급속한 도시화와 노령화로 농촌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며 당장은 농기계의 현대화로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는 우량종자만이 중국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종자 주권 확보와 종자법(种子法)’ 시행

 

2010년 무렵 중국 옥수수 주 생산지인 동북 3성(東北三省, 라오닝성, 길림성, 헤이롱장성)에서 파종하는 옥수수 종자의 80% 이상이 미국 종자 회사가 개발한 ‘선위(先玉)335’이었다. 선위(先玉)335는 미국 종자기업 파이오니어(Pioneer)사의 랜채스트(Lancaster)종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중국 국무원이 2011년 4월 발표한 <현대 농작물 종자업 발전 가속화에 관한 의견(关于加快推进现代农作物种业发展的意见)>에서 잘 나타난다. 외국 특히 미국 등 다국적기업에 의존한 종자 조달로는 중국 농업의 미래와 식량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우수한 유전적 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종자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경작지와 급증하는 식량 수입,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고 식량안전의 차원에서 종자 사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종자 주권의 확보를 넘어서 이를 바탕으로 종자 식민지 개척을 위해 중국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최근 10년간 300여 개의 농업, 화학, 식품관련 외국기업 인수에 사용한 돈이 약 910억 달러(약 100조 원)나 된다고 한다. 2016년 2월에는 중국화공(中國化工)이 미국의 몬산토(Monsanto), 듀폰(DuPont)과 함께 세계 3대 농화학 그룹인 스위스의 신젠타(Syngenta)를 430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미국의 몬산토와 농화학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다국적 종자 기업의 인수 전략은 농업시장에 생명공학을 접목시키고 유전자조작(GM) 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다. 14억 명의 중국인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식량의 단순 구매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아예 종자 회사를 통째로 사서 식량 안전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입법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함으로써 종자 산업의 육성에 나서고 있는데 2016년 1월 1일부터 개정 시행하고 있는 ‘종자법(種子法)’이 그것이다.

 

중국의 종자법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 종자의 유전적 자원의 보호, 품종 선발 육성과 심사등록제도, 종자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신품종 보호와 자원 조치의 추가와 처벌의 강화 등 최근 식량 안전, 종자 주권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을 그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2016년 6월 8일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생물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를 비준(批准)하고, 동년 9월 6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여 공식적인 당사국이 되었다.

 

종자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량으로 보면 금보다도 더 비싼 것이 바로 종자이다. 금은 현재 그램당 4만 6000원 내외이지만, 시중의 컬러 파프리카 종자는 그램당 9만 1000원으로 약 2배에 달한다. 종자 산업이 인공지능(AI)이나 정보기술(IT) 산업보다 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논하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의 글로벌 종자 회사는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품종 보호권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다국적 종자 기업들이 인수 합병을 통하여 시장지배율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세계 10대 종자 기업의 시장 지배율은 2011년 70%에서 2016년에는 73%로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종자 시장은 미국에 이어 이미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시장 규모만이 아니라 장래 성장 가능성도 매우 밝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8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의 식량 소비국이 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경쟁력의 핵심이 기술경쟁력이고 기술경쟁력의 기본이 되는 것이 종자(種子)이다. 한국이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식량 자급의 기틀을 이루어낸 것이 육조학의 개가인 ‘통일벼’였다. 밥맛은 좀 떨어졌지만 종자 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신품종개발 성과를 가져와 녹색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종자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오랜 시간 연구와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지식기반산업이다. 총성 없는 종자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과 정부가 적극 협력하고 외국 기업들과의 협업 하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세계적인 유전자원 확보와 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량 종자 기업의 적극적인 인수합병도 같이 고려해 볼 만하다. ‘농업’을 한물간 1차 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안전은 ‘식량’에 달려 있고 그 첨단은 미래 혁신 바이오산업 ‘골든 시드(Golden Seed)’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