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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05.08] 중국의 연이은 사건사고, 시진핑에겐 기회?
[2014.05.08] 중국의 연이은 사건사고, 시진핑에겐 기회?
한중관계연구원2021-01-20

중국판 NSC,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설립 정당성 높여
허재철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교수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온 국민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여전히 큰 슬픔에 빠져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지하철 추돌사고마저 발생했다. 이들 사고의 원인이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고, 정부는 여론에 떠밀려 후속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도 대형 인명피해 사건, 사고들이 발생했다.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两会)를 며칠 앞둔 지난 3월 1일, 중국 위난(云南)성 쿤밍(昆明)시 기차역에서는 신장위구르(新疆维吾尔)의 극단적 분리세력에 의해 무차별 살해사건이 발생하여 무고한 시민 29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부상을 입었다.

 

쿤밍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3월 8일 새벽에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를 출발하여 베이징을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MH) 370편이 중간에 연락이 끊기면서 돌연 실종됐다. 사고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그 중에는 중국인이 153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던 만큼 중국 사회에 준 충격은 엄청났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사고기의 잔해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남인도양에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중국 공군의 ‘일류신 IL-76’이 남인도양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 잔해 수색 작업을 마친 뒤 호주 퍼스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지난달 30일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신장 (新疆)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를 방문했을 때, 우루무치 기차역에서는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이렇게 연이은 대형사건·사고들로 인해 중국 사회도 비통함에 빠져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이를 ‘가슴 아픈 호기(好機)’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

 

연이은 테러사건,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신설에 순풍(順風)

 

작년 11월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이하 18기 3중전회)’에서는 향후 5년 동안(더 나아가서는 10년)의 중국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결정들이 채택됐다. 그 중에는 중국의 국가안보(安全)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조직신설이 있었는데, 바로 당내에 ‘중앙국가안전위원회(中央国家安全委员会, 이하 중앙국안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중앙외사영도소조(中央外事領導小組)’나 ‘중앙국가안전영도소조(中央國家安全領導小組)’ 등이 있어 이들 기구를 중심으로 국가안보 사항을 처리해 왔지만, 새로운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에 걸맞은 통합적이고 조직적인 기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안보환경의 변화에는 끊이지 않는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과 이에 따른 극단적인 폭력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시진핑은 지난 4월 15일에 처음 개최된 중앙국안위 1차 회의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가 확보돼야 하며, 중앙국안위는 이를 위한 중요한 보장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총제적인 국가안보관을 강조하며 “외부로부터의 안전을 중시하면서도 내부로부터의 안전도 중시해야 하고, 국토안전을 중시하면서도 국민안전을 중시해야 하며, 전통 안보를 중시하면서도, 비전통 안보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쿤밍의 무차별 살해사건이나 우루무치의 폭탄테러 사건은 분리주의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공교롭게도 시진핑 정권의 새로운 국가안보관 및 신설된 중앙국안위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가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도 취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는 몇 주 전부터 60년 만에 인민경찰(人民警察, 줄여서 民警이라고 함)이 총기를 휴대하고 순찰을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 조치가 주요 대도시로 확대되어 실시되고 있다. 상하이 공안당국은 총기 무장에 대해 “모든 폭력과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민경의 총기 무장은 마오쩌둥 전 주석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이후 해제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분리 독립 세력에 의한 테러를 단순히 대테러 대책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강경한 대테러 대책이나 강압적인 반(反)분리주의 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중앙 정부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국가안보관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신장자치구를 방문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다.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찾아 치하한 것과 동시에 산업 및 교육시설 등을 찾아 “신장자치구의 안정에 있어 경제발전과 취업 기회의 증가,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면서 “이번에 신장을 찾은 것은 중앙의 혜민(惠民)정책이 인민들의 마음속까지 깊이 파고들어갔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장지역 발전이 곧 서부지역 발전이고, 이는 중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역격차, 도농격차 해결에 있어 관건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서 시진핑 정권은 최근 발생한 테러 사건을 신장지역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국영방송에서 신장지역의 경제발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대양해군과 남중국해SCO 꿈꾸는 중국

 

한편, 말레이시아항공의 남인도양 추락(추정)사고도 비통하고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시진핑 정권에게 여러모로 호기(好機)를 제공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국은 대양해군(더 나아가 강군)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사고 발생 초기에 중국은 사고기 추락 지점을 남중국해 부근으로 잘못 판단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중국은 자국 군대의 정보력 부족과 미국의 고의적 정보 미제공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싱가포르와 태국, 인도양 해역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으며 아프간, 파키스탄에서도 군용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고기의 추락지점으로 추정되는 해역과 인접한 호주와는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고기의 운항 경로를 미군이 알고 있었지만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 측에 정보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게다가 남인도양에서 장기간에 걸쳐 수색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곧 중국 해군(해경)의 원양 작전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이번 기회에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번 수색 작업에 중국 해군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상하이협력기구(SCO)와 같이 다자안보협력 기구를 창설하여 안보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의 안보전략이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 수색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영토문제 등으로 관계가 불편한 동남아 국가들과 공동수색 작업을 벌이면서 남중국해에서의 공동 재해재난 협력 기구의 창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적 구조작업에서부터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가며 궁극적으로는 남중국해에서도 SCO와 같은 다자안보협력 기구를 창설하여 안전보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미 작년 10월 열린 중국-아세안 지도자 회의에서 “중국-아세안 구재협력행동계획(中国-东盟救灾合作行动计划)” 제정을 주장한 바 있어, 여기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앞으로도 굴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 시련들 앞에서 좌절할 것인가, 아니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 중국인의 대처능력이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16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