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05.22] 중국-베트남 갈등, 우리도 휘말릴 수 있는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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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한국과 중국사이, 영토분쟁과 미군기지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반중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인 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치는 등 폭동으로 번지는 모양이다. 이에 5월 20일까지 중국인 노동자 약 9000명이 중국이나 캄보디아로 피신했다고 한다. 한국 기업체들도 시위대의 습격을 받아 직원들이 대피했다고 보도됐다.
이번 시위의 원인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시사군도, 西沙群岛)를 둘러싼 베트남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에 있는 듯하다. 파라셀 군도 인근에서 5월 2일 중국이 베트남의 반발을 무시하고 석유 시추를 강행하면서 시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기야 1960년대 초 ‘제 2의 이완용’이 되길 각오하고 한일협정을 추진하던 김종필이 “갈매기가 들르는 바위”일 뿐이라며 차라리 폭파해버리자고 했던 독도를 놓고도 한국과 일본이 다투는데, ‘자원의 보고’라 불리는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정상 아니겠는가.
▲ 지난 4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시사군도) 중국 회사의 석유 시추 현장에서 중국 해경선(오른쪽)이 베트남 어업감시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영토 분쟁이 빚어질 소지가 가장 많은 나라다. 면적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넓고 국경은 가장 길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전통적 국경’과 아편전쟁 이후 맺어진 ‘불평등 조약’에 따라 정해진 ‘현실적 국경’의 차이도 적지 않다.
참고로, 중국의 면적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혼란이 적지 않아 잔소리 몇 마디 덧붙인다. 중국의 크기가 세계 3번째라는 자료도 많고 4번째라는 자료도 적지 않다. 작년에 수십만 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던 조정래의 <정글만리>에도 이런 혼란이 드러난다. 1권 59쪽에서는 중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땅덩어리의 나라”라고 써놓고, 2권 226쪽에서는 “미국은 국토 넓이가 오히려 중국보다 조금 더 넓은데도”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캐나다가 눈곱만큼의 시비도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1, 2등을 차지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3, 4위를 놓고 다투는 셈이랄까. 미국은 한반도보다 넓은 호수를 갖고 있는 게 국토 크기에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하고, 중국은 남한보다 큰 땅덩어리를 놓고 인도와 국경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게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아무튼 중국은 남한보다 거의 100배나 큰 나라로 육지에서만 14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1955년 미얀마와의 국경 충돌을 계기로 1960년대 초 미얀마, 북한 등과 국경 협약을 맺었다. 1960~70년대엔 인도, 소련, 베트남과 국경 지역에서 무력충돌을 빚었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국경 문제를 거의 모두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아직 인도와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해상에서는 6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꽤 복잡하고 심각하다. 작년부터 우리 언론에도 널리 보도되고 있듯, 댜오위다오 (釣魚島, 센카쿠)를 두고 일본과 거의 무력충돌까지 빚을 뻔했다. 앞에서 얘기했듯, 파라셀 군도를 놓고는 베트남과 분쟁 중이다. 그리고 스프래틀리 군도 (난사군도, 南沙群岛)를 둘러싸고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육상에서와 달리 해상에서 국경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해당 해역에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은 남중국해를 통해 해양강국으로 진출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앞세우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을 지원하며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 국경 문제와 영토 분쟁에 대해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 중국과 북한 사이에 1962년 맺어진 국경조약이다. 압록강-백두산-두만강을 경계선으로 삼은 데 대해 6.25전쟁 때 중국이 북한을 도와준 대가로 북한이 백두산의 절반을 중국에 양보하거나 빼앗겼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남한에 많은 듯하다. 실제로는 북한이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 그어진 백두산 경계선을 북쪽으로 더 올림으로써 천지의 55%를 차지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조금 빼앗은 셈이지만 말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의 섬들 가운데 황금평이나 위화도 등 큰 섬들도 대부분 북한이 차지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남한에서는 통일되면 중국 소유의 백두산 반쪽뿐만 아니라 간도까지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하는데, 이는 북한붕괴론 및 동북공정과 연결되는 문제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바탕으로 남한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자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동북공정을 시작했다. 나는 여기에 중국이 부여, 고구려, 발해 역사를 빼앗기 위한 공세적 측면보다 남북통일 이후 중국과 한반도의 경계선에 대한 남한 측의 시비를 막기 위한 수세적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붕괴의 가능성과 동북공정의 배경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고 바람직한 대응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 기지를 서해 쪽으로 옮기려 하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빚어진다면 남한 역시 원치 않더라도 휘말려 들기 쉬울 것이다. 중국이 댜오위다오, 파라셀 군도,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싸고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무력 충돌을 벌이게 된다면 미국이 개입할 테고, 이렇게 되면 미국 해군은 평택항을 이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남한 땅이 애꿎게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국경 문제와 영토 분쟁,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봉쇄, 주한미군 기지 이전 등에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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