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12.12] ‘선택 2012’ 이후 2년…한중일 3국 지도자의 성적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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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여전히 산적한 동북아 현안, 한국의 선택은
2년 전 이맘 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됐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선출됐다. 집권 후 2년이 지난 지금 각국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또 앞으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박정희와 시중쉰(习仲勋), 아베신타로(安倍晋太郎)라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3명의 지도자.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서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할 공통의 숙제를 안고 출범하기도 한 세 지도자이지만, 이들이 지난 2년간 펼쳐온 국정 운영 방향은 달랐다.
▲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노믹스 vs 개혁 vs 창조경제
얼마 전 아베 총리가 전격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함에 따라 일본은 오는 14일 새롭게 중의원을 뽑는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역시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다. 2년 전 아베 총리는 “일본을 돌려놓겠다!”(日本を取り戻す!)라는 구호를 내걸고 당선된 뒤, 경제 침체의 타결책으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해 왔다. 디플레이션과 엔고(円高)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엄청난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등의 정책을 펼쳐온 결과, 경기가 일정 정도 활성화되고 엔저 현상이 나타나는 등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그 약발이 다했는지 2분기 연속으로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일본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이번 중의원 해산도 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게다가 그동안 아베노믹스의 성과도 대기업 위주의 소수가 독차지 하여 일반 서민들은 거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 해법을 모색했다. 2012년 당대회 보고에서 경제발전 방식의 변화를 언급하며, 과거 수출중심의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내수확대 및 3차 산업 발전 등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 아래, ‘전면적이고 심도 있는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중공 중앙은 이러한 개혁을 전담할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全面深化改革领导小组)를 출범시켰고, 당 내부적으로는 ‘8항 규정'(八项规定), ‘6항 금지'(六项禁令), ‘4개 작풍'(四风) 등을 선포하며 당 기율 다잡기에 나섰다. 며칠 전에는 저우용캉(周永康)이라는 ‘큰 호랑이’를 잡아들이면서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개혁과 사정의 칼바람이 불자 ‘마오타이'(茅台) 술의 소비가 줄고, 고급 레스토랑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도박 도시인 마카오의 경제마저 침체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록 이렇게 단기적으로는 개혁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여전히 7%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속적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부정부패와 각종 규제, 비합리적인 구조들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新常態) 시대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의 핵심은 ‘창조경제’로 대변될 수 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창조경제란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 전략’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신설 법인과 대학생 창업 동아리 수의 증가 등을 거론하며 창조경제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그 개념의 모호성과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핵심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조차 핵심 사업으로 제시해 왔던 ‘창조경제지수’ 개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지난 9월 20일 밝혀졌다.
이러니 세간에서는 창조경제가 창조한 것은 ‘창조경제’라는 용어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중국과 비교하면 리커창 총리의 말대로 ‘뱀에 물린 장사가 팔뚝을 자르는 결단으로’ 경제구조의 개혁을 단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처럼 눈에 띄는 단기적인 성과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물론, 각국이 자신이 처해 있는 경제발전 수준과 제도의 특성에 따라 독자적인 방식으로 경제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 정책과 그에 따른 성과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세 나라 지도자의 2년간 경제 성적은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견제 세력의 도태
정치 분야에 있어서 흥미로운 것은 각국의 야당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점이다. 2년 전 한국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후보가 막판 연대에 성공하여 여당과 초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일본에서도 전통적 제1야당인 민주당과 다크호스로 무섭게 떠오른 ‘일본 유신회'(日本維新の会)가 자민당을 긴장시킬 만큼의 위력을 떨쳤었다. 또 중국에서는 비록 한국이나 일본처럼 여야의 개념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공청단과 태자당, 상하이방 등 각 세력 사이에 지도부 구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갤럽이 12월 5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1%로 새정치민주연합의 22%보다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한 NHK가 12월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일본에서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지지율이 44%로 민주당 11.7%, 유신당 3.7%, 공산당 4.3% 등 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대중적 인기와 함께, 권력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현상이 동북아 정세에 불안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집권한 이후 남북관계는 파탄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야당은 여당의 경직된 대북정책을 견제할 힘이 없다. 일본에서도 역사 왜곡과 집단적 자위권 용인 등 아베 정권의 우경화 폭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이것이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의 장애가 되고 있지만 이를 저지할 세력이 없다. 중국에서는 체제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야당의 견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과 국력 신장에 따른 ‘자신감’이 외교 영역에서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타이완에서는 최근 국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민진당이 득세하면서 양안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진핑과 박근혜 정부는 이제 집권 3년차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도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베 정부가 정권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한중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 전략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할 것인가? 중국의 경제발전 방식의 변화에 맞춰 그에 상응한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산품을 수출하고 농산품을 수입하는 낡은 옷은 더 이상 변화한 한중 경제 구조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일본의 우경화에 맞서 공고한 한중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면서도,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과 횡포로 변질되지 않도록 적절히 중국을 견제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여러모로 2015년의 한중관계도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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