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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12.26] 중국에도 ‘조현아’가 있다
[2014.12.26] 중국에도 ‘조현아’가 있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가십 주인공으로 그치는 한국 재벌자녀, 죄인 되는 중국 푸얼다이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 교수

 

 

최근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연일 언론이 떠들썩하다. 이번 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 있게 보도되고 있다. 특히 이웃 국가인 중국에서도 본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CCTV 뉴스채널 아침 뉴스에서 이 사건에 대해서 상세하게 다룬 바가 있다. 중국 언론이 본 사건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재벌 자녀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에 대한 “남일 같지 않은” 시각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중국 재벌 2, ‘푸얼다이

 

2009년 6월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서는 20살의 재벌 2세가 시내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다 행인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재벌 2세 격인 ‘푸얼다이'(富二代)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푸얼다이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하였으며, 푸얼다이는 재벌 2세를 부정적으로 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국의 푸얼다이는 개혁개방으로 부를 축적한 부모 밑에서 독자녀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 없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자란 세대이다. 재미있게도 최근 ‘핀얼다이'(贫二代)라는 신조어가 새로 생기기도 하였는데, 이는 푸얼다이와는 반대로 부모로부터 가난을 세습 받아 변변하지 못한 자신들의 신세를 자조하며 일컫는 표현이다. 이에 이어 정부 고위관료의 자 관얼다이(官二代), 국유기업의 직원들이 자녀에게 직장을 대물림하는 즈얼다이(职二代) 등 관련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신조어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을 곁눈질 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뉴스

 

한국 못지않은 중국의 푸얼다이

 

중국의 경우, 여러 형태의 얼다이들이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제멋대로 행동하여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후이성 황산에서 한 푸얼다이가 여성 가이드를 구타한 사건, 충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 1등석에서 관얼다이가 기내 보안요원에게 욕설과 구타를 한 사건, 또 지방 공안국장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여대생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후, 사과 대신 “내 아버지가 공안국장 리강이야”라고 외친 사건 등 중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들 얼다이들의 안하무인격 행태들로 인해 일반 대중의 상대적 상실감 및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더욱 가중시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재벌 자녀들의 난봉이 단순 일화로 끝나는 우리의 현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재벌 2세들의 안하무인격 행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 후,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처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 차이가 있다. 2007년 한국의 모 대기업 회장이 아들의 보복성 폭행 사건에 연루된 일이 있었다. 아들이 술집 종업원들에게 폭행당한데 분노해 보복성 폭행을 한 것이다. 이후 당사자에 대해서 어떠한 법적 책임을 묻지도 않은 채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중국의 경우, 앞서 언급한 문제가 된 푸얼다이들은 모두 본인과 아버지가 엄중한 책임을 졌다. 피해자에 대한 사죄는 물론이고, 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지거나, 고위관직 등에서 낙마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에서 얼다이들이 야기하는 문제들이 모두 깨끗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처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재벌 자녀들의 “난봉”이 단순 일화로 끝나는 우리의 현실에 좀 씁쓸할 따름이다.

 

중국 사회는 푸얼다이, 관얼다이, 즈얼다이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2011년 후베이성(湖北省) 우정신문발행국(邮政报刊发行局) 산하의 훙지(鸿基)문화전파공사가 푸얼다이 채용 사설 공고를 내어 중국 네티즌들의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또 얼마 전에는 중국 인민일보가 푸얼다이가 나태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시진핑 정권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부패척결의 일환에도 권력을 통한 관직 세습을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등 얼다이들의 ‘나쁜 버릇’ 고치기에 나섰다.

 

중국 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얼다이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중요한 의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땅콩 회항 사건이 우리 사회의 재벌 자녀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2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