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04.09] 중국, 월드컵에 집착하는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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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축구계 개혁을 시진핑 개혁 본보기로 삼으려”
‘중국의 꿈(中國夢)’은 이제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들린다. 시진핑(习近平) 체제의 집권 이데올로기로서 활용되고 있는 이 개념은 중국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꿈’은 크게 두 개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일명 “두 개의 백 년”(兩個一百年) 으로 불린다. 두 개의 백 년이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을 말하는데, 이때까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덩샤오핑(邓小平)의 3단계 경제발전 전략(三步走, 싼부저우)과 연계되어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고, 2049년까지 ‘따통(大同)사회’를 이룩하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스포츠 분야에 정성 쏟는 중국
표현이야 어찌 됐든,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부강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더 이상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파워’(Hard Power)만으로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소프트파워란 강요가 아닌 매력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거나 유인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 자연 환경 등을 갖고 있어 소프트파워를 길러낼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췄다. 이를 활용해 중국은 이미 전 세계에 400여 개의 공자학원과 500여 곳의 공자 학당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7곳과 세계문화유산 27곳을 통해 세계인을 매혹시키고 있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있는 중국이 이제는 스포츠 분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물론,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하계 올림픽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둬왔고, 21세기 들어서는 미국과 어깨를 겨루며 종합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08년에는 베이징에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스포츠 강국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장면 ⓒ 베이징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세상 사람들은 하계 올림픽과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에 대해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했다고 말한다. 혹자는 IAAF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대신하여 F1(세계자동차연맹에서 주관하는 포뮬러 경기중 하나) 그랑프리를 넣기도 한다. 그리고 이 ‘트리플 크라운’에 이어 동계 올림픽마저 개최할 경우 ‘그랜드 슬램'(Grand Slam)의 영예를 부여한다.
현재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국가는 4개 국가로 이탈리아(1987년 달성), 독일(1993년), 일본(2002년), 프랑스(2003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2018년 2월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고, 러시아가 같은 해인 2018년 7월 FIFA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역시 그랜드 슬램 대열에 합류한다.
자타 공인의 스포츠 강국인 미국은 1994년에 이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아직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고(2019년 대회 유치 신청), 영국과 스페인은 동계올림픽을, 캐나다는 월드컵을 개최하지 못해 그랜드 슬램 달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랜드 슬램이든 트리플 크라운이든,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3개 이상 개최한 이들 국가들은 모두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명성은 단순히 국가 이미지 차원을 넘어 경제적, 문화적,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유치로 그랜드 슬램 달성?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앞서 언급했듯 중국은 2008년에 베이징에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8월 22일 베이징에서 IAAF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F1 그랑프리도 2004년에 이미 상하이(上海)에서 처음 개최했고, 올해 4월 10일에서 12일 사이에 역시 상하이에서 2015년 F1 월드 챔피언십 대회가 치러진다. 이제 중국에 남은 것은 FIFA 월드컵과 동계 올림픽이다. 이 두 대회만 개최한다면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 체제에 있어서 FIFA 월드컵과 동계 올림픽 유치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지금 중국은 이 두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아 붓고 있다. 먼저 동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서는 이미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신청하여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시와 장자커우(张家口)가 분산 개최하는 안을 제출하여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대회 개최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대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대기오염과 강설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오는 7월에 나올 예정이다.
한편, 또 하나의 과제인 FIFA 월드컵 유치를 위해서 중국은 자국의 축구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일환으로 지금 축구계 전반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사회의 전면적인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中央全面深化改革领导小组, 조장: 시진핑)까지 나서 지난 2월 27일 제10차 회의에서 ‘중국축구개혁종합방안'(中国足球改革总体方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우리의 정부격인 국무원은 이를 구체화하여 지난 3월 16일 ‘중국축구개혁발전종합방안'(中国足球改革发展总体方案)을 발표했다. 여기서는 단기과제로 축구관리체계를 개선할 것을 제시했는데, 그 첫 단추로 축구협회를 국가체육총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그리고 중기과제로는 청소년 축구 인구 확대와 아시아 일류 수준의 프로축구팀 육성 등을 제시했으며, 장기과제로는 월드컵 개최와 남자축구 대표팀의 세계강호 대열 편입 등을 제시했다.
스포츠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축구계의 개혁을 전체 중국사회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승화시켜, 시진핑 체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전면심화 개혁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중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월드컵 개최에 성공할지 여부는 중국사회의 전면적이고 심도 있는 개혁이 성공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스포츠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자부심과 성취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 사회도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국격(國格) 상승 및 한민족의 자긍심으로까지 승화시키지 않았나. 시진핑 지도부도 분명 동계 올림픽 개최와 월드컵 본선 진출(또는 개최)을 통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 중국의 스포츠 분야에서 벌어지고 분주한 움직임을 단순히 스포츠 정책으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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