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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09.13] 중국 한류는 끝나고, 화류(华流)가 대세다!
[2015.09.13] 중국 한류는 끝나고, 화류(华流)가 대세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무서운 중국 영화 산업
신금미 원광대학교 교수

 

 

여기저기서 중국 경제가 위기라며 중국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다소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소비와 서비스 중심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 9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영화산업촉진법'(초안)이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정식으로 통과됐다. 그리고 국무원 상무회의는 이 초안을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한국의 국회) 상무위원회에 심의를 제청했다. 영화산업촉진법은 영화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법령으로 2003년부터 초안 작업이 시작됐다. 법안이 나오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중국 경제학자의 분석이 매우 흥미롭다. (☞관련 자료 : 韩流的经验消费升级解读之一)

 

영화산업촉진법이라는 법 명칭을 들으면 많은 이가 1995년에 제정된 한국의 ‘영화진흥법’을 떠올릴 것이다. 한국은 1962년 ‘영화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간단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1990년대 영화산업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 영화진흥법을 제정하면서 영화법은 폐지됐다. 영화진흥법은 한류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999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영화진흥법 전문이 개정됐다. 이후 ‘영상진흥기본법’, ‘저작권법’, ‘연출법’등의 법률이 제정됐다. 이러한 법률은 한국 문화산업 발전의 근간이 됐다. 그리고 한류(韩流)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세계로 확산됐다.

 

물론 법률이 영화 산업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경제적 변화에 따른 소비의 변화다.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의 품목이 달라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에 달하면 의식(衣食) 문제가 해결되면서 소비의 변화가 시작된다. 1인당 GDP가 3000달러가 되면 내구재 소비품인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대한 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소비 변화가 가속화된다. 1인당 GDP가 5000달러에 달러면 교육, 문화, 오락, 레저, 운동 등의 서비스 소비가 시작된다.

 

한국은 1990년대 1인당 GDP가 5000달러를 초과하면서 내구재 소비가 최고조에 달했고 소비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레 서비스 소비로 옮겨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한국 정부가 법률을 수정·보완하여 문화산업을 적극 육성·발전시킨 것이다.

 

중국 역시 비슷하지 않은가? 중국은 2011년 1인당 GDP가 5000달러를 초과하였다. 영화 시장 규모 역시 2011년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주택, 가전, 자동차 모두 최고점에 달했다. 한국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영화산업촉진법의 탄생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것이다.

 

TV 프로그램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의 선풍적인 인기가 이를 입증하듯이 1990년대는 한국 대중문화의 한 획을 긋는 시기였다. 영화 산업은 또 어떠한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쉬리>, <비트>, <8월의 크리스마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이 이 시기의 영화다.

 

이 학자의 분석대로라면 1990년대 한국은 서비스 소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득이 향상됐고 정부의 문화 산업 정책이 소득 향상에 따른 소비 욕구를 시기적절하게 충족시켜 주면서 문화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중국 역시 중국 국민이 서비스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문화 산업 정책을 통해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문화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영화 산업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언론 매체에 의하면 올해 9월 6일 기준 300억 위안(한화 5조5275억 원)의 영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작년 동기 대비 48.5% 성장하였다. 1일 평균 흥행 수익은 2014년의 8117만8000 위안(한화 149억5704만 원)보다 높은 1억 2000만 위안(한화 221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말까지 총 440억 위안(8조107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영화의 흥행이 돋보인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영화 시장의 흥행수익 중 자국 영화의 흥행 수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 영화의 비중이 60%를 초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영화의 흥행수익이 183억 위안(한화 3조3717억 원)을 달성하면서 총 300억 위안 중 61%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 지난해 중국 제작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신화루팡(心花路放)>. 외화를 포함한 흥행 순위로는 <트랜스포머 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화가이잉웨(華蓋映月)

 

뿐만 아니라 중국은 영화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 중국 영화의 해외 영화 시장 흥행 수익과 판매 수익은 18억7000만 달러(한화 2조2241억 원)로 동기대비 32.25% 증가했다. 중국은 문화 교류와 국제 영화제 등의 활동을 통해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꾸준히 갖춰나가고 있다.

 

중국은 긴 역사와 풍부한 문화를 가진 만큼 다양한 영화 소재 거리를 가지고 있다. 내년 이 법률이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거쳐 정식으로 실시된다면 중국 영화 산업은 더욱 무섭게 성장할 것이다.

 

 

▲ 중국 영화시장 흥행수익 비교. ‘2014년 중국 영화시장 영향력 연구 보고'(중국 영화 전문매체 <艺恩>)참고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중국은 9월 6일 ‘문화산업촉진법’ 초안 작성을 시작했다. 우리가 영화진흥법을 먼저 제정한 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했듯, 중국 역시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우리가 여기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방비 상태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제조업이 지금의 우리를 위협하고 있듯이, 머지않아 중국의 화류(华流)가 한국의 한류(韩流)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침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면담에서 양국 문화 공동 시장 조성 논의와 함께 2000억 원 규모의 문화 콘텐츠 개발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의견을 합의했다고 하니,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9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