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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11.12] 제일 유명한 중국 브랜드는? 샤오미가 아니라…
[2015.11.12] 제일 유명한 중국 브랜드는? 샤오미가 아니라…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중국 기업의 브랜드
김진병 원광대학교 교수

 

 

지난 10월 5일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는 ‘세계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를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와 같은 7위에 자리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가 39위, 기아자동차가 74위에 올랐다. 일본은 도요타를 비롯한 6개가 100위권 안에 순위를 올렸고 미국이 54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이 35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11개를 점하고 있어 세계 경제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번 발표에서의 특이점은 지난해에 중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화웨이(Huawei)가 여기에 포함되었고 올해 88위에 올랐으며, 또한 레노보(Lenovo)가 두 번째 중국 기업 브랜드로 100위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1999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 중국 기업의 등장은 개혁 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서 꾸준히 성장한 기업들이 이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CEO들이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

 

물론 <포브스(Forbes)>와 같은 잡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2015 세계 2000대 기업'(2015 Global 2000)에 오른 명단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579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중국이 232개, 일본 218개, 영국 95개, 한국 66개이다. 지난해 순위에서 변화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이며, 한국도 프랑스를 넘어 5위에 든 것이다. 유럽은 전체적으로 496개로 아시아(691개)와 북미(645개)에 크게 못 미쳤는데, 이를 보면 분명 아시아로의 중심 이동이 눈에 보인다. 규모나 흐름에 있어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역할이나 지위도 과거에 비하여 상당히 향상되었으며,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현실은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알리바바닷컴이 말해주고 있으나, 11월 11일 솔로데이인 ‘광군제’를 맞아 주도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쌍11(雙11)’행사에서 역대 최고인 16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은 아직도 “중국적”이라는 느낌이다.

 

오늘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의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여 브랜드의 글로벌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삼성전자도 1995년부터 브랜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힘쓴 결과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자산이 토지, 제품, 자본 등 유형자산에서 브랜드와 같은 무형자산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우 기업의 시장가치가 브랜드와 같은 무형자산 중심으로 이동하여 유형자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전체시장가치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브랜드 관리 현실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몹시 빈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브랜드의 자료에서 보듯이 이제 막 세계 시장에 진입한 경우라고 보이며, 아직도 국유 기업적 관행이나 국내 시장에 익숙한 브랜드 관리 실태를 엿볼 수 있다. 지난 여름에도 ‘삼성전자과기정주유한공사’나 ‘한국LG전자유한공사’ 등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기업을 사칭하는 일들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짝퉁의 천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누렸던 저임금에 의한 가격 우위에 있어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저가 제품 위주에서 점차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경쟁과 고객 세분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어서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일이 뒤따르게 된다. 레노보가 PC와 노트북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2005년에 IBM으로부터 씽크패드(ThinkPad)사업부를 17.5억 달러에 사들인 것은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가전제품의 강자로 커가고 있는 하이어(Haier)도 미국의 메이택(Maytag)을 사려고 하였으나 미국의 경쟁 업체인 월풀(Whirlpool)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브랜드 사냥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기업들도 때로 현지에서 브랜드를 사들이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존슨앤존슨과 같은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모기약으로 유명한 ‘에프킬러’ 브랜드를 270억에 사들였는데, 이는 짧은 시간에 국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때로 자사의 브랜드를 특정 국가에 진입시키면서 해당 국가 브랜드를 사들여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전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브랜드의 위력은 높은 수익률이다. 이미 정평이 나 있듯이 애플컴퓨터의 수익률은 44%에 이르지만,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팍스콘그룹은 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면서 가격,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이미지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할 것이다.

 

저가격은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고급 승용차 시장의 성장과 필연적인 미래 전략을 위한 준비로 제네시스(Genesis)라는 브랜드를 선언한 바 있다. 늦었지만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의 브랜드 관리 시스템 구축에 앞서 브랜드는 국가 이미지와 밀접하게 연계된다는 사실을 깊이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세계적인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뒤쳐진다는 응답이 62%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중국 기업들은 아직 자신들의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험난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체계적인 분석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