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6.03.24] 中, 대북 투자 금지 통보…”투자 목적 방북도 불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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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 더 이상 북한 봐주지 않겠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연일 북한을 조이는 가운데 중국 세관 당국이 최근 자국의 대북 사업가들을 긴급 소집해 대북 투자를 금지하고 투자 목적의 북한 방문도 불허한다고 구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의 대북 제재가 전례 없이 고강도로 추진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중 접경 취안허 세관, “3.21부터 대북 투자 금지–투자 목적 방북 불허“
북한 나선(나진-선봉)특구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인 A씨는 얼마 전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珲春)의 취안허(圈河) 세관 당국으로부터 회의 소집 통보를 받았다. A씨가 3월 21일 아침 취안허 세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보니 나선특구에서 대규모 사업을 하는 중국인들이 상당수 모여 있었다.
회의를 소집한 세관 측은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오늘부로 금지다. 오늘 이후로 북한에 투자를 하다가 발각되면 외화 밀반출 혐의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대북 투자 금지 배경에 대해 세관 측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정세를 설명하면서 “이런 현실에서 중국인의 모든 투자는 보장받을 수 없으니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관 측은 또 3월 21일부터는 투자 목적의 북한 방문도 금지되고 개인 차원의 방북만 허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2만 위안(한화 360만 원 정도) 이상 현찰을 소지하고 북한을 방문할 경우 당국의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안허 세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대북 사업가들은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것 아니냐”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관 측은 지금까지 진행돼온 대북 사업은 문제 삼지 않고 3월 21일부터 추가로 투자하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사업을 유지하더라도 북한을 오가는 물자나 현금이 계속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세관 당국이 면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자체가 사업가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이러한 지시가 취안허 세관 이외 다른 지역에도 내려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 북한 나선특구 지역의 특성을 살펴 볼 때 이는 사실상 중국의 대북 사업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선특구는 북한에서 중국인 사업가들과 중국 자본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지역으로 사실상 중국 도시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취안허 세관의 이번 지시가 실제로 이행된다면 대북 사업가들은 물론 나선특구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을 비롯해 나선특구 전체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 분명하다.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발표된 이후인 5일 오후 중국 지린성 훈춘 취안허 통상구 앞에서 차량들이 북한 나선시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 대북 제재 적극 동참하는 中
비슷한 시점 중국이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다는 보도가 이어져 주목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이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산둥(山东)성 웨이팡(潍坊) 항구 항만 관계자는 “세관 당국으로부터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라는 지시를 통보받았고, 입항 금지 조치는 지난 20일부터 실시됐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 항구 6곳이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모든 북한 국적 선박이 아닌 안보리 대북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선박에 한해 입항 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북한 도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식과 사뭇 다른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어 서방 세계와 중국 정부는 거의 동일한 패턴을 보여 왔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가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압박을 가하면 중국 정부는 ‘냉정과 절제’를 강조하며, 결국은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것.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런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행여 북한을 자극해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자국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사업가들은 언제나 ‘만만디'(慢慢的,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의 자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북한을 제재하는 모습을 취한다 하더라도 결국 북한의 붕괴를 우려해 자신들의 사업에 실질적 악영향을 주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다름을 중국의 대북 사업가들은 실감하고 있다. 우선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초강력 제재에 북한 경제가 요동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추진에 대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우리끼리 우리 식대로 하면 된다”고 분노를 터뜨리자, 평양은 한미일 3국 제품의 가공과 거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가 번복하고, 후에 재지시를 내리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관련 사업가들이 혼돈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훈춘 취안허 세관 당국의 ‘대북 투자 금지’ 공식 통보는 중국의 대북 사업가들이 ‘사업 철수’까지 고민할 정도로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도 그렇고 북한 내부의 대응도 그렇고 모두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대북 전략 바꾸는 中
그렇다면 ‘북한의 후견국’ 중국이 초강수를 두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이 드디어 북한을 내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 변수가 중국에 미칠 영향과 중-미 간의 세력 싸움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필자는 중국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고 대북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본다. 우선 작금의 국제사회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국가 위상을 고려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 제재 행보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빅2’로 불리는, 대국(大國)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과거 ‘북한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와 따로 가는 국가’의 이미지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함께 가는 중국’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 중국은 “말썽 피우고 잘못하는 동생을 보듬기만 하는 형 같은 존재가 아니라,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무서운 대상’이라는 공포 전략을 통해 북한이 중국의 말을 잘 듣도록 하겠다는 계산, 언젠가는 북한을 중국화 하겠다는 ‘먼 계산’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국제사회와 북한을 겨냥한 중국의 이러한 대북 전략은 중국 국민들도 반기고 있다. 그동안 중국 국민들은 중국이 말썽장이 북한을 너무 감싸 안기만 해 쓸데없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산다는 불만이 비등했었기 때문이다.
‘북한 최후의 보루’ 중국의 이러한 전략 변화는 북한을 어떤 방향으로 자극할 것인가? 북한 내부의 긴박한 움직임에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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