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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6.07.01] 중국, 영국에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2016.07.01] 중국, 영국에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시장 경제 지위 획득 위기 맞은 중국
윤성혜 원광대학교 교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결정에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각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그 영향을 살피는 가운데 한껏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점차 안정되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은 브렉시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이웃 중국도 표면상으로는 브렉시트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속은 그리 편안해 보이지만은 않다.

 

안갯속에 가려진 중국 꿈

 

교역량 측면에서 영국은 중국 전체 무역량의 3%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을 EU 시장의 교두보로 삼으려고 공을 들였던 중국은 영국의 EU 탈퇴 소식에 쓰린 마음을 부여잡아야 했을 것이다. 당장 영국을 발판삼아 추진해 온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도 브렉시트가 이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영국을 상대로 공을 들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WTO로부터 시장 경제 국가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이를 인정받기 위해 내부 요건을 맞추는 노력은 물론이고 각 회원국을 상대로 정치적 로비를 통해 부단히 물밑 작업을 해 왔다.

 

특히, 중국은 시장 경제 국가 지위에 부정적인 EU와 협상에서 힘을 얻기 위해 영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WTO 가입의정서상 비 시장 경제 지위 만료일을 몇 달 앞두고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중국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시장 경제 지위는 시장 경제 체제가 인정되는 국가에 부여하는 지위로 과거 사회주의 체제 국가의 덤핑 수출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중국은 15년간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 시 국내 가격이 아닌 시장 경제 지위를 가진 제3국의 가격을 적용받아 왔다. 이로 인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항상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

 

15년째인 올해 12월 11일이 되면 대체국 상품 가격 적용이 만료된다. 하지만 이를 규정하고 있는 WTO 가입의정서 제15조 조항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입 당시 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시장 경제 지위가 인정되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중국은 당연히 자동적으로 인정된다는 입장이며 이미 시장경 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해 EU와 미국은 시장 경제 지위 인정 여부를 재심사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을 통해 EU를 설득하려했던 중국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앞으로 지켜봐야할 일이다.

 

사다리 걷어차이는 중국

 

시장 경제 지위가 대체 뭐라고 중국 지도부가 이 국가 저 국가 다니며 읍소를 하고 있나? 비시장 경제 지위에 놓여보지 못한 우리나라는 중국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WTO 가입 이후 줄곧 국제 분쟁이 일상화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 북경사무소 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이 받은 반덤핑 조치는 총 788회로 연평균 61회에 이른다. 동 기간 전 세계 반덤핑 조치의 27.8%를 차지하고 있다. 대략 수치만 보더라도 중국이 반덤핑 제소의 주요 대상국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시장 경제 지위를 얻으면 그동안 중국을 향하고 있던 반덤핑 제소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시장 경제 지위는 많은 WTO 회원국들이 이미 인정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2004년 뉴질랜드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81개 국가로부터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 11월 중국의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문제는 EU와 미국인데, 올 연말까지 이들을 설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5월 12일 EU 의회에서 중국에 시장 경제 지위 부여에 대한 반대 결의가 통과되었다. 또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 정부 간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미국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긴 바 있다. 또 지난 7일 막을 내린 미중 전략 경제 대화에서도 중국의 시장 경제 지위 부여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독 EU와 미국만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철, 시멘트 등 산업 생산 자재가 자국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이 시장 경제 지위의 조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이들 국가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향후 중국이 협상력을 발휘해 시장 경제 지위를 얻는다면, 이들 국가들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줄어들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브렉시트로 인해서 EU 공동체에 균열이 생기는 악재까지 겹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각 국가의 보호 무역은 더 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시장 간섭을 배제하고 경제 주체들의 자유 경쟁에 의한 경제 활동을 주창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EU와 미국은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불똥 튈까 노심초사하는 한국

 

그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국제 경제 질서는 힘 있는 자들의 몫이었고,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었다. 중국의 시장 경제 지위에 대한 논란은 올 연말, 내년(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쟁점화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과의 최대 교역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계속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계속 분쟁 대상이 되면 중국에 있는 우리 기업들까지도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의 경우 여차하면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면서 생산 공장 이전까지도 고려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는 주변 분위기에 동요되기 보다는 내실을 충실히 다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업 비리로 시끌시끌한 우리의 현실에 내실을 다지는 것도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나만의 우려인가?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38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