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03.10] 중국이 이럴 줄은 몰랐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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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정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현실화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차기 대선 등 국내 주요 현안이 묻힐 정도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중국 단체 여행객 수가 줄고, 롯데마트가 본보기로 직격탄을 맞으니 정부는 미처 큰 난리가 날 줄 몰랐다는 것 마냥 발을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그런데 사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지금 중국의 태도는 그렇게 놀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다 알고도 당한 격이니, 탈출구 마련이 쉽지 않아 답답한 노릇이다.
예견됐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는 지난해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보복 수준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딱 예견 가능한 정도다. 많은 전문가가 중국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경제적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 입을 모아 우려했었다. ‘설마 이럴 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대책 없이 벌여놓은 일 덕분에 국민들이 살얼음판으로 내몰리게 됐다. 사드 배치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하고,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사드 배치로 주변국, 특히 중국이 위협을 느낀다면, 우리의 결정이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자주 국방권에 대해 중국에 눈치를 살피며 재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서 지금처럼 뻔히 일어날 혼란을 최소화시켜보자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국과 중국을 모두 안고 가야할 운명이라면, 최소한 중·미간 갈등이 한반도에서 분출되는 일은 없도록 사전에 조율을 하자는 것이다.
결국 균형감각을 잃은 정부의 판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안게 됐다. 매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매장이 문닫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롯데는 무슨 죄인가. 롯데가 사드배치 부지를 내놓은 속사정을 알지 않는 한 누구도 쉽게 롯데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사실상 사업을 접는 것을 감수하고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압박을 받았음을 반증한다. 롯데를 시작으로 중국의 무역 조치가 장기화 될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줄줄이 피해 대상이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의 주변국 길들이기(?)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 간 정치·외교 갈등이 양국 국민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도 사드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왜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려는지도 모른 채 맹목적 반한(反韩) 감정으로 한국 사람들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들도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에 분노하고 있다.
노골적 언론보도를 통해 중국 국민을 선동하고 외교·안보 이슈를 무역보복 조치로 해결하려는 중국의 행태도 G2로서 성숙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중국은 과거 2010년 일본과 다오위다오(钓鱼岛, 일본명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영토분쟁에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2010년 노르웨이가 반체제 인사인 류사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연어수입을 중단한바 있다. 또 2012년에는 필리핀과 황옌다오(黄岩岛, 필리핀명 스카버러섬) 영토분쟁이 발생하자 필리핀 바나나에 대한 통관을 거부한 전적이 있다.
중국은 과거 몇 차례 경험을 통해 국제분쟁의 해결은 무역제재를 통해 분쟁상대국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것도 지능적으로 WTO 규정 위반성을 찾기 힘든 우회적 수단을 빌어 상대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으로 세계 많은 국가가 중국 시장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전략은 상대국을 압박하기에 더 없이 좋은 수단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의 외교·안보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차별적인 강경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국 무역 보복 조치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미국에 대한 경고로 보이는데, 한국의 기업을 인질로 잡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것인가. 미국을 비롯해 중국 등 소위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은 외교 갈등을 경제 보복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이제는 근절되어야 할 악습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칠 수 없는 정부
안타까운 것은 전후 사정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부지 계약이 체결되자마자 며칠도 지나지 않아 관련 장비들이 반입되었다는 것은 정부가 심지어 중국의 보복조치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미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이 곧 중국과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무지 탈출구를 못 찾는 상황에서 한국은 틸러슨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이른바 ‘키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미국은 또 다른 자국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며, 사드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할 것이다.
한편, 정부가 WTO 제소를 고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지금 당장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은 피해를 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잘 견뎌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또 이번의 사태를 교훈 삼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선택권을 국가가 침해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롯데마트 제재가 한창인 가운데 상하이에 소재한 롯데를 이용하고 있는 중국 고객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부분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지만, 이처럼 대도시를 중심으로 국가의 정책과 상관없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길러 중국 정부의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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