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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05.05] 김정은 손에서 핵 무기를 떼어 놓으려면
[2017.05.05] 김정은 손에서 핵 무기를 떼어 놓으려면
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럭비공 트럼프와 김정은, 윈-윈하는 방법 있다
허재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특별연구원

 

 

게임이론 중에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것이 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두 명의 혐의자(A와 B)가 폭행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저지른 폭행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1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폭행과정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고, 흉기를 사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혐의를 두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혐의를 자백받기 위하여 경찰은 이들 두 명의 혐의자들을 서로 분리해 각각 다른 방에서 심문하기로 했다. 혐의자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의견을 나누거나 서로의 진술을 맞출 수 없다.

 

경찰은 혐의자들에게 자백을 종용하며 다음과 같은 유인책을 제시한다. 만약 한 사람이 조직폭력배 동원 및 흉기 사용 등의 혐의에 대해서 자백하고 다른 사람이 부인하면 자백한 사람은 폭행에 대해서도 불기소하고 즉시 석방하는 반면에 혐의를 부인한 사람에게는 9년형이 부과된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자백하면 두 사람은 각각 5년형이다. 물론 두 혐의자 모두가 조직폭력배 동원과 흉기사용을 부인하면 이들은 각각 1년형에 처해 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혐의자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출처 : 네이버, ‘경제학 주요 개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만약 혐의자(A와 B) 중의 한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자백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혐의자 둘이 격리된 상황에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기에, 자신이 최악의 경우에 처하는 상황(상대방은 자백하고 자신은 부인하는 경우에 9년 형)을 피하기 위해 자백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이 최악의 경우에 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두 혐의자 모두 범죄 사실을 자백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두 혐의자는 두 사람 모두 범죄 사실을 끝까지 부인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놓치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로 보는 북미 대결

 

‘죄수의 딜레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지금의 엄중한 정세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죄수의 딜레마’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의 하나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믿음, 또는 예측 가능성의 중요성이다. 혐의자 두 사람이 비록 격리되어 있더라도 서로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믿음, 또는 상대의 생각에 대한 높은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둘 다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혐의자는 서로에 대해 신뢰와 믿음이 부족했고 예측 가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차선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배경으로, 북미 양국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전문가나 국민들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행동할지 모를 ‘럭비공’ 같은 존재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필자는 이러한 견해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예측하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럭비공이 하나 더 등장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외교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공약했지만 최근 이를 취소했다. 또 타이완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최근에는 중국을 의식했는지 차이잉원으로부터 다시 걸려온 전화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미치광이'(maniac), ‘미친놈'(madman)이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그를 ‘꽤 똑똑한 사람'(pretty smart cookie)이라고 하며, 상황이 되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이면 합의가 공개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가 불쑥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과의 정상회담 중 시리아 폭격을 감행했다. 세계적 대국의 외교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럭비공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집권으로 인해 미국 외교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럭비공이 등장하면서 북미 사이에 상호 신뢰 및 예측 가능성은 더욱 추락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에서 본 것처럼 두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이익, 즉 북핵 폐기와 북미평화협정의 동시 달성이라는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두 가지의 대체재(代替財)

 

최근의 정세를 보며 드는 또 하나의 걱정은 북한과 중국 사이의 신뢰와 믿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이는 북미 대립에서, 북한은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줄 보검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에게 있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는 핵무기인 것이다. 마치 빈약한 사람이라도 일단 손에 총을 들고 있으면, 아무리 덩치 큰 깡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핵무기 이상으로 북한에게 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체재(代替財)가 필요하다. 이 대체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정 체결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또 다른 대체재로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어느 일국 또는 집단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선제공격 할 경우, 중국이 의무적으로 북한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약속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이러한 의무를 약속한 것이 1961년 북한과 중국 사이에 맺어진 “중조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中朝友好合作互助条约)”이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한국과도 국교를 수립하는 등 국제환경이 급변하자 북한은 중국의 도움 없이도 자국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중국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와 믿음은 더욱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등 몇몇 국가와 우리 정부는 중국이 더욱 강력하게 대북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대북 송유관까지 막고, 더 나아가 북중 관계에 금이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북중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북한은 더욱 핵무기라는 ‘보검’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국의 대북제재를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중 관계가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57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