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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중국의 경제 성장과 그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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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의 농민공(農民工)과 신(新)노동자를 아시나요?
1980년대 중국의 GDP는 2,020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무려 30배 증가한 5조 8,00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각종 현안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나 그렇듯이 놀라운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늘 그늘이 존재한다. 즉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가 말한 ‘비동시성의 동시성'(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을 체감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파열된 사회’ 속에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물질적 생활수준과 생존의 환경은 서로 다른 시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베이징 도시의 중심은 즐비한 오피스텔, 금융센터, 쇼핑몰 및 고급 아파트로 가득 차있는 반면, 도시 중산계급 아파트의 지하실에는 청소노동자, 경비원,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도시 외곽에는 ‘농민공'(農民工)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국에서 ‘농민공’이라는 용어는 농촌 호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농업에 종사하지 않고, 도시로 이주하여 노동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2018년 기준으로 약 2억 8천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은 농촌 호적 소유자라는 신분적 특수성으로 인해 농민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모호한 집단으로 규정되어 왔다. 무엇보다 농민공은 시민 혹은 공민 신분을 갖춘 존재로 간주되지 않기에 이등 시민 혹은 비(非)시민으로 취급되었다. 이들은 도시생활에서 제도적으로 기본적 권익을 보장받지 못한다. 또한 취업차별, 고용불안, 저임금 및 고강도의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또 사회보장 제도로부터의 배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 자녀들에 대한 학교 교육제도의 결여, 농촌에 남겨진 노인 및 아동의 양육 문제 등 농민공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농민공을 ‘신(新)노동자’라는 개념으로 호명하는 ‘베이징 노동자의 집’ 활동가이자 사회학자인 뤼투途)에 의하면 이러한 현실적 상황은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기의 사회문제이다. 중국 도시의 발전은 대규모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지만, 농촌으로부터 이주해온 노동자들이 도시발전과 경제발전의 성과를 공평하게 향유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파열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농민공의 세대구성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즉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신세대 농민공’이 점차 농민공의 주력이 되고 있다. 신세대 노동자의 주요 특징은 첫째, 대부분 농사 경험이 없기에 귀향정책을 통해 농촌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집단으로 도시에 정착해 생활을 영위하고자 한다. 둘째, 이전 세대에 비해 학력수준과 직업훈련 수준이 높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이 자유로우며, 인터넷을 통해 입수한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권리의식이 높은 편이다. 셋째, 급속한 경제성장 시기에 성장했기에 비교적 물질적으로 풍부한 생활을 경험했고, 따라서 소비에 대한 욕구와 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 넷째, 이전 세대에 비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신세대 노동자가 최근 중국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그리고 노동분쟁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강한 계급의식과 단체 행동의 배경, 그리고 저항의 동력에 관한 이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신세대 농민공들은 기존의 ‘농민공’이라는 ‘이중적 신분 정체성’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신노동자’로 호명하며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사회집단이 아닌, 새로운 변혁의 주체로 중국 정치 과정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남아 있을 수 없는 도시’와 ‘돌아갈 수 없는 농촌’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중국 신노동자들이 도시에서의 기본적 권리 박탈과 차별적인 이등시민 신분에 대해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주목된다. 농민공들의 저임금 노동을 발판으로 화려한 고속성장을 이루어낸 중국에서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신노동자’들이 깨어나고 있다.
정규식 교수(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