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아시아 (원대신문)
[2020.10.28] 아시아를 넘어 영국까지 다다른 한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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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한국문화의 성장, 책임감 고민해야 할 순간
2019년 4월, BTS의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가 한국인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르고, 6월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만 설 수 있다는 웸블리에서 두 차례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현재 K-Pop의 영국 내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번역되어 정식으로 출간되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역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문화는 영국 내 다양한 분야에서 그 예술적 성취와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문화가 영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입국” 선언 이후 한국문화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영국의 경우 2006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후원으로 시작된 런던한국영화제, 2008년 설립된 주영한국문화원의 다양한 전시, 공연행사들이 영국 대중에게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해외대학 한국학 진흥사업 역시 한국학 전문가를 배출할 학문적 토양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K-Pop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소셜미디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영국의 BBC 등 전통적인 매체를 거치지 않더라도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본인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고, 영국 내 소셜미디어 주 사용층인 10대, 20대 가운데 이국적이고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원하는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이죠. 물론 K-Pop의 팬덤이 젊은층에 몰려 있어서 K-Pop의 인기를 과소평가하는 영국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BTS의 웸블리 공연 매진은 이렇게 형성된 한국인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에드 시런,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에게 뒤지지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죠.
K-Pop의 인기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젊은층에 집중되어 있다면, 손흥민의 활약과 한국음식의 유행은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영국인들에게 한국문화가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경우 리그 상위팀인 토트넘 핫스퍼에서 아시아 선수로서는 드물게 붙박이 주전선수로 맹활약하다 보니, 예술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영국 축구팬들에게는 손흥민 선수가 한국문화와의 접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음식의 경우 2010년대에 영국으로 오는 동아시아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한국 식당 역시 증가하였는데, 이런 식당들이 유학생뿐만 아니라 영국인들도 끌어들이게 된 것이죠. 그러다보니 이미 많이 알려진 김치, 불고기, 비빔밥뿐만 아니라 떡볶이, 후라이드치킨, 부대찌개, 달고나커피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음식들이 현지인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내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학습, 여행, 유학 등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최근 이슈가 된 블랙페이스(Blackface)나 ‘카레’ 노래의 인도 비하 논란 등 한국사회가 소홀히 했던 인종적, 문화적 포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문화는 아시아를 넘어 영국, 유럽, 미주 등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주류 문화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국가적 성취로 바라보는 수준을 넘어, 이제 전세계인이 함께 즐길 문화를 창조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중문화 속에서 어떻게 묘사하였는지 고민해봐야 할 순간이 왔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구성원들이 한국문화를 거부감없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한국이 20세기 말부터 꿈꿔온 “문화입국”의 이상도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
권의석 교수(원광대 HK+ 동북아다이멘션연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