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11.10]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이윤만 챙기면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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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 소비 부작용, 해결 방안은 신금미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오는 11월 11일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节, 독신자의 날)로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유통업계가 이 날의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 약 100만 개의 유통업체가 국내외 14만 개 브랜드의 1500만 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광군제는 알리바바(阿里巴巴)의 텐마오(天猫)-타오바오상청(淘宝商城)이 2012년 텐마오로 명칭을 변경-가 2009년 처음 시작하였다. 당시 하루 텐마오의 택배 물량은 26만 건으로 5000만 위안의 상품을 판매하였다. 8년이 흐른 작년의 택배 물량은 6억 5700만 건으로 대폭 증가하여 1207억 위안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시작은 텐마오였지만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유통업체가 참여하면서 대규모 쇼핑페스티벌이 되었다.
중국 소비의 이중성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이룬 중국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집권 후반에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소비주도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였고 시진핑(習近平) 집권 시기에 이 구조가 중국 경제에 뿌리 내리면서 소비는 중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7억 명 이상의 인터넷 사용자 규모와 전자상거래 산업의 발전이 광군제라는 대규모 쇼핑페스티벌을 만들어 냈고 중국 경제성장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현재 소비 행태에는 이중성이 있다. ‘소비 중심의 중국 경제성장’에 대하여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중국 소비 이면의 쓰레기 대란
광군제의 특수효과를 누릴 채비를 하고 있는 유통업계와 달리 중국의 지방정부는 주문한 택배 물량만큼 쏟아져 나올 포장 쓰레기 처리 문제로 울상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산업의 성장과 함께 성장한 산업이 바로 택배산업이다. 현재 중국 택배산업 매출은 약 400억 위안에 달한다.
올해 광군제에는 약 10억 개의 택배 물량이 예측되며 이로 인한 쓰레기 배출량이 400만 톤을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택배에 이용된 포장재들이 잘 재활용이 된다면 중국 정부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포장재 재활용률이 선진국의 45%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비 증가가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포장재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재활용률을 2020년까지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중국의 유통업체들 또한 나름의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쑤닝(苏宁)을 들 수 있다. 쑤닝은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로, 택배 포장 쓰레기를 절감하기 위해 일부 도시에 한하여 공유 상자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1일에는 베이징(北京), 청두(成都),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지난(济南) 등 13개 도시에 20만 개의 공유 상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유 상자의 원가는 25위안인데 비해 공유 상자와 동일한 규모의 종이 상자의 원가는 0.6위안에 불과하다. 이에 유통업체의 원가 부담과 그 만큼의 원가를 회수하는데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 소비 이면의 피해자
중국인의 소비 증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에 방영한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슈퍼차이나>에 소개되었던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보자. 아르헨티나는 소고기를 주로 수출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소득 증대로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돼지 사료에 쓰이는 콩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이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호주의 소고기와 경쟁이 되지 않던 아르헨티나는 소고기 수출을 포기하고 대신 소를 키우던 목초지를 밭으로 개간하여 콩을 심어 콩을 중국으로 수출하였다. 문제는 콩 수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남미 우림을 밭으로 개간하면서 우림이 파괴되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면 가격이 올라 기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6년 중국 홍수로 돼지고기가 타격을 받자 영국이 돼지고기를 중국으로 수출했고 이로 인해 영국의 베이컨 가격이 상승했다. 소고기나 아보카도 같은 품목 역시 마찬가지의 선례를 남겼다.
중국의 인구는 약 14억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에서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피해의 몫은 중국인의 소비와 아무 관련이 없는 기존의 소비자이다.
사회주의 국가를 위해 움직이는 자본주의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과거의 사회 모순은 ‘물질문화 수요와 낙후된 사회 생산 간 모순’으로 양적인 경제성장이 중심이 되었지만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새 시대에 진입하면서 중국 사회의 모순이 ‘아름다운 생활(美好生活)을 위한 수요와 불균형·불충분한 발전 간 모순’으로 바뀌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시진핑의 ‘새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당장에 삽입됐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임을 강조했고 중국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움직일 것이며 세계 소비 시장은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중국인의 소비에 맞춰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인의 소비를 탓할 수는 없다. 이보다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인의 소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모순은 결국 이윤만을 중시하는 기업의 행태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시장경제 하에서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중국인의 소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이윤 추구가 지나친 정도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중국인들의 소비 이면의 이중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75419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