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12.08] 중국의 화장실은 왜 그랬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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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의 화장실 혁명, 문화 공간을 꿈꾸다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최근 며칠간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白度) 뉴스의 머리기사는 연속 ‘화장실 혁명(厠所革命)’으로 장식되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제창하는 화장실 혁명이 중국의 주요 언론매체 머리기사로 다른 국내외 주요 뉴스를 제치고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의 강력한 의지와 새로운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중국에서 장기간 거주했던 것을 아는 친척이나 친구들은 중국에 대하여 여러 가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중국 화장실에는 칸막이가 없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볼일을 본다’ 혹은 ‘너무 더러워서 볼일 볼 생각이 사라진다’ 등의 중국 공중화장실에 대한 질문이 제법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조차도 중국여행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문도 없고 벽도 없이 여러 사람이 같이 앉아서 용변을 해결하는 것을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 시 간단한 식사와 용변을 위해 시골 마을의 간이휴게소에 들르는 경우에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공중 화장실의 불결함은 두 번째로 하고 방금 같은 버스의 옆자리에 앉았던 여성과 낮은 칸막이를 경계로 얼굴을 쳐다보며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경험에 처한 경우에 그 난처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중국 공중화장실 탄생 배경에서 제5공간이 되기까지
이러한 공중 화장실 탄생은 신 중국 건립 이후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급진적 사회주의 운동인 문화대혁명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이 기간 그 주도 세력인 홍위병(紅衛兵)은 가정집 개인 화장실을 부르주아적 퇴폐주의 사치물로 낙인찍어 조직적으로 파기하였다. 개인이 집안에 깨끗한 화장실을 설치해 사용하는 것을 자본주의 사상으로 취급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었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후 경제가 성장하면서 화장실 개량 운동이 실시되었다. 1991년에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파괴된 화장실을 복권시켰고 신축건물이나 가옥에 의무적으로 현대식 화장실을 구비하도록 규정했으며 기존 건물들의 화장실도 개조하도록 의무화하였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 상하이 등의 주요 도시와 관광지 공중 화장실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일본을 여행하는 중국 요우커(遊客)의 최고 인기제품이 온수세정변기(비데)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화장실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베이징시는 공중화장실을 ‘제5공간(第5空间)’이라 칭하며 화장실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가정 공간, 직장 공간, 휴식 공간, 가상 공간(인터넷 등)을 인간에게 필요한 중요한 4개 공간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간에게 중요한 생리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을 새롭게 제5공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베이징에 새로 지어지는 제5공간은 현금 인출, 무료 WIFI 이용, 전기차 충전,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최첨단 화장실로, 기존 공중화장실이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것이다.
▲ 베이징에 들어선 새로운 공공 화장실 ‘제5공간(第5空间)’. 이 화장실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를 비롯해 상점과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 CCTV 갈무리
공중화장실의 상징적 표시도 기존의 영어 알파벳 ‘WC’에서 아라비아 숫자인 ‘5’로 바꾸기로 결정하였다. 이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들이 베이징을 여행하면서 코앞에 화장실을 두고 못 찾는 해프닝이 벌어질 수 도 있다.
이러한 화장실의 변화는 베이징뿐만 아니라 장쑤성 쑤첸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쑤첸시 경제개발구에 문을 연 새로운 공중화장실 역시 현금인출기, 자판기, 수유시설, 무료 WIFI 시설에다 별도의 열람실을 두고 벽걸이 TV와 신문 등을 구비하여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기존 공중 화장실을 이와 같이 개조하는데 28만 위안(한화 약 47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쑤첸시 정부는 앞으로 이를 시내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다.
화장실 혁명, 농촌으로 확대
하지만 화장실 혁명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 도시 외곽과 농촌의 많은 공중 화장실이 제대로 된 기본적 시설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시민의식의 부족과 관리의 미비로 코를 막고 들어가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나오는 수준의 화장실이 즐비하다. 낙후된 지역의 공중 화장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으로 방치되어 있어 이 지역 사람들에게 대소변을 해결하는 것이 매일 매일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산시성 농촌으로 하방 되고 7년의 하방 생활동안 직접 주도적으로 남녀 별도로 이용하는 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들었을 만큼 중국 농촌의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화장실 문화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의 화장실 혁명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각지의 칸막이 없고 낙후된 화장실을 단계적으로 현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올해 10월까지 주요 관광지 6만 8000여 개의 화장실을 정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향후 2020년까지 추가적으로 6만 4000개를 새로 건설하거나 정비할 계획이라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은 화장실 문제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며, 도시와 농촌 문명 건설의 중요한 부분으로 관광지나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의 화장실 혁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화장실 혁명이 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동시에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재정난 등의 이유로 농촌의 화장실 혁명이 도시만큼 빠르게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부는 화장실 혁명은 농촌에서도 강력하게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무질서하고 비위생적인 화장실 문화가 앞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여 외국인들이 중국 여행에서 겪는 일화 하나가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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