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3.02] 중국과 바티칸, 결국은 손잡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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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과 바티칸 시국의 관계는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8년 초, 다수의 매체가 중국과 바티칸 수교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바티칸은 그간 양측 외교 관계 수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교 임명 방식에 합의했고, 2018년 3월 중 어느 때라도 관련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2018년 3월 초 개회하는 양회(兩會 :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뒤에 중국 대표단이 바티칸을 방문하여 이 문제를 마무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 바티칸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타이완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가톨릭은 청나라 말기에 제사와 관련한 문제로 포교가 금지됐고, 1840년 이후에야 중국으로 돌아와 1942년 중화민국과 국교를 맺었다.
하지만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이후에는 중국과 바티칸 관계가 다시금 악화됐다. 당시 바티칸 대사는 패전한 중화민국 정부를 따라서 타이완 지역으로 대사관을 옮겼으며, 이에 1951년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바티칸과 관계를 단절했다.
그리고 1957년 공산당 정부는 중국의 가톨릭 신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관제 단체 ‘중국 천주교 애국회(中国天主教爱會国)’를 만들었다. 이로서 중국의 가톨릭 신자는 공식적으로 천주교 애국회 소속의 교회에서 중국의 정부가 임명한 주교와 신부의 미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천주교 애국회 소속의 교회는 총 6000여 곳, 주석인 팡싱야오(房興耀)를 포함한 주교는 65명, 신부는 3100명, 수녀는 5800명, 신자는 600만 명에 달한다.
바티칸은 왜 중국에 주교 임명을 양보했나?
그러나 가톨릭 교리에 의하면 주교와 신부의 임명은 교황의 고유한 권한에 속한다. 때문에 그간 교황청은 중국 천주교 애국회 소속 교회와 주교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중국 가톨릭 신자들은 ‘지하교회’에 속하여 활동해왔다.
물론 중국 정부는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국가 수반이기 때문에 교황이 중국의 주교를 임명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 주장해왔고, 때문에 지하교회를 이끌던 사제들은 줄곧 중국 정부의 감시‧회유‧구속에 시달려왔다.
확실히 지금까지 쟁점은 주교 임명 문제였다. 그러나 근래의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지금은 중국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때”라고 결론을 내렸고, 중국과 바티칸 양측은 관련한 문제에 일정한 합의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천주교의 방식을 차용하여 중국이 추천하는 후보가 보편적 일치를 저해하지 않으면 교황이 승인하는 형식이라 전해진다. 즉, 중국 정부가 바티칸에 제출되는 후보 명단에 동의권을 행사하고 바티칸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관련한 이들은 바티칸의 이러한 전향적 결정에는 두 가지의 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현재 중국에서 1000만 명에 달하는 양측 교인들의 공존을 생각하면 중국 정부와 일정 수준의 타협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근래에 구미 가톨릭 신자 증가세가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여, 중국 등의 아시아 지역에서 줄어드는 신자수를 보완하여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한 언론은 관련 기사에 ‘바티칸, 13억 복음 시장 노크’라는 노골적 문구를 쓰기도 하였다.
이를 보는 각계의 반응들
우선 홍콩 교구장인 통혼 추기경은 “중국이 교황의 거부권과 교황이 중국 내 주교 후보를 결정하는 데 최고, 최종의 권위를 가진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중국과 인터뷰를 통해서 바티칸은 베트남과도 비슷한 문제로 협상한 경험이 있다면서, “좋은 중국 국민인 동시에 좋은 천주교 신도가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절대 충돌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중국과 바티칸의 합의와 수교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천주교 일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한다. 널리 알려진 사례로 전 홍콩 교구장 젠 제키운 추기경은 이번 합의와 관련 본토 신자들은 바티칸이 공산당에 굴복하는 것을 우려한다 밝혔으며, 특히 교황청은 불법 축성된 주교를 인정하고 그들을 교구 정좌에 앉히기 위해 사도좌에 충성해온 주교 2명에 퇴위를 종용했다며 ‘배신’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그간 중국의 종교 통제, 관리 정책과 그에 협력하는 천주교 애국회를 비판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편 외부의 반응을 보면 홍콩의 인권, 학계, 가톨릭 인사 15명은 ‘공산당이 임명한 7명의 주교를 인정하면 제한적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고, 교회의 도덕적 권위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서한을 전 세계의 주교에 보낸 바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교황청의 주교 임명 ‘사후 승인’이 인권과 종교자유 문제에서 중국 정부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으며, 한국의 한 언론은 중국의 파워가 커지고 세계가 그에 굴복하고 있다며 바티칸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는 종교적인 것인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중국과 바티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이를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이는 아마 타이완일 것이다. 그 규모와 영향력을 보자면 바티칸과 파나마가 가장 유의미했던 수교 국가였는데, 2017년 파나마가 중국과 수교하며 그들과 단교했고, 2018년 중국과 바티칸 수교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새라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바티칸 단교가 향후 가톨릭 성향 중남미 수교 국가에 미칠 영향도 무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이 바티칸 시국과 수교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효과는 우선 그 자체로 종교 자유가 없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고, 향후에 국제무대 안에서 교황청이 중국의 인권문제 거론을 자제하는 것이다.
타이완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이완, 홍콩에 대해서 바티칸 수교의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의 행위 목적과 결과 자체가 이미 그 종교라는 범위를 벗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내의 한 가톨릭 인사는 사설을 통해서 중국과 바티칸 수교로 그들이 중국에 인권, 민주, 자유 등의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고, 또 다른 인사는 바티칸 시국은 하나의 국가로 주권을 지니고 있기에 도덕적 잣대로 그들을 가두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이 진심이라면 그들도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그들에 부여한 독특한 의미와 그로 인한 영향력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현실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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