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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7.20] ‘살인 임대료’에 죽어나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2018.07.20] ‘살인 임대료’에 죽어나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젠트리피케이션 본질인 ‘임대료’ 잡아야

신금미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올해 4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커(万科)기업이 중국 IT 산업의 메카로 통하는 선전(深圳) 청중춘(城中村)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 ‘완춘(万村)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가난한 사람을 쫒아내는 도시 재생 산업”이라느 네티즌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중춘이란?

 

청중춘은 한자(汉子)로 ‘城中村’인데 이를 한자씩 풀어보면 도시(城市) 가운데(中) 있는 농촌(农村), 즉 도시 안에 있는 농촌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도시 안에 농촌에 있을 수 있냐며 의아해할 수 있으나 이는 중국의 호구제도가 낳은 독특한 구역이다.

 

중국은 공간을 단순히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인구를 도시 호구를 가진 자와 농촌 호구를 가진 자로 나누며 각기 다른 제도를 적용한다.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된 공간은 도시토지와 농촌토지로 구분되어 도시토지는 국가 소유, 농촌토지는 집체(공동체)소유로 역시 각기 다른 토지제도가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도시 호구를 가진 자는 농촌 호구를 가진 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제도적 혜택(취업, 복지 등)을 누린다.

 

현재 호구 제도가 중국 내 심각한 빈부격차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개선 중에 있으나 기존 많은 혜택을 누렸던 일명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대도시의 도시 호구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개선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도시 지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도시 근교에 있는 농촌지역으로 도시공간을 확장했다. 이에 따라 행정구역상 도시구역이 되었지만 호적(농촌호구), 토지소유권(집체소유), 행정 관리 체제는 여전히 기존 그대로 적용되어 도시 안의 농촌이라는 독특한 구역이 형성됐다. 청중춘은 도시와 농촌 결합부에 위치하여 임대료가 도시보다 저렴해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주택 재개발, 불법적인 영업, 범죄 등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정부에 의해 도시 재생 개발이 진행 중이다.

 

완춘계획이 비난받은 이유

 

선전시는 이주노동자의 도시로, 청중춘은 시의 높은 부동산 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수많은 외지인들이 꿈을 안고 살아가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2017년 말 기준 선전시에는 1044개의 청중춘이 있으며 도시인구의 60%인 1000만 인구가 이곳에 거주한다고 한다.

 

선전시는 2017년 8월 청중춘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기로 하였고 이러한 선전시의 계획에 따라 완커기업은 첫째 안전, 둘째 거주 공간의 효율성 증대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작년부터 완춘계획을 실시했다. 2018년 6월 현재 9개 구역의 37개 청중춘을 개발 중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진행된 완춘계획이 왜 이제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것일까? 사실 이 계획이 실행됐을 때부터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에 논란이 재점화되며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4월에 개발이 시작된 청중춘은 대만 폭스콘(富士康) 기업이 소재하는 칭후신춘(清湖新村) 구역이다. 폭스콘 직원들이 “월 급여는 3000~4000위안 정도이나 현재 월 주거비가 약 1000위안으로 이미 월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재개발이 되며 임대료가 더 오를 것이다”라고 성토하자 이를 접한 네티즌들이 “가난한 사람을 쫒아내는 사업”이다라며 완커의 완춘계획을 비난한 것이다.

 

이에 완커기업이 “임대료가 개발 전과 후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있어봐야 100위안 정도이다”라고 이를 수습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1000위안 정도를 감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100위안은 큰돈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이곳을 떠나고 있다.

 

중국판 젠트리피케이션, 본질은 임대료 상승

 

도시재생의 부작용으로 인식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중국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노후 지역이 재개발되어 활기를 띠면 주거비와 임대료가 상승하여 기존 원주민들이 오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해당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왜 이번 선전시 청중춘 재개발이 공론화가 되었을까? 이는 완춘계획보다 선전시의 입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선전시는 도시의 안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시 재생 사업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선전시는 단순 제조업에서 IT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산업 구조조정으로 또 다른 형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선전시의 입장이다.

 

물론 도시 재생 사업으로 낙후된 지역이 도심공간으로 활성화되면 그것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도 그렇듯 산업의 변화에 따라 노동자가 교육을 통해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중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터전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거주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부동산 개발회사와 함께 직접 도심 재개발에 나서 파급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인 것은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선전보다 먼저 청중춘을 재개발한 도시를 보면 중산층이 유입된 이후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기존 저소득층이 해당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더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은 또 다른 청중춘을 형성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임대료 상승임에도,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채 도시 재생 사업 중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인상과 관련하여 소상공인들과 노동자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상해서는 안 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인상폭이 적다는 것이다. 양쪽 입장 모두 이해할 수 있지만 본질인 임대료 상승을 외면한 채 임금조정을 한다면 그 어느 쪽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중 모두 임대료 상승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4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