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9.04.19]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도 노동조합은 있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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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중국 노동조합의 위기와 도전 정규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중국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필자가 한국의 노동 관련 연구자와 활동가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중국에도 노동조합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물론 중국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조합과는 역사적·구조적·체계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조직체계
현재 중국에서 유일하게 승인된 전국적 노동조합 조직이 1925년 5월에 설립된 ‘중화전국총공회’이다. ‘중화전국총공회’는 국가행정 체계와 일치하는 조직망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기층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 각 경제부문에 10개의 산업별 노조 전국위원회가 있으며,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에 31개의 총공회가 있고, 총공회의 관할 아래 다시 시·구·현·기층 공회 등이 설립되어 있다.
<중국 공회조직 구조도> 자료: 苗红娜, 2015, 『制度变迁与工人行动选择: 中国转型期‘国家-企业-工人’关系研究』, 江苏人民出版社
<중국 공회의 조직체계> 자료: 중화전국총공회 홈페이지, http://www.acftu.org/
관방 조직답게 높은 조직률을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총공회와 산하 조직들은 현장 노동자의 요구나 정서를 대변하기보다는 기업의 사용자와 밀착되어 있거나 사용자들이 통제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중국 공회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독립적 노동조합’의 결성을 둘러싼 쟁점이 중국 노동문제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의 현행 공회체제는 ‘중화전국총공회’만을 유일하게 합법적인 노동자 대표조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외의 다른 공회조직을 건립하거나 조직할 수 없다.
‘중화전국총공회‘의 변화 및 지속
중국 총공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각급 공회 조직이 그에 상응하는 지위에 있는 당 조직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회는 중국 공산당이 지도하고 직공이 자발적으로 결합한 노동자 계급의 군중 조직이며, 당과 직공을 연계하는 교량이자 전달벨트이고, 국가 정치권력을 떠받치는 중요한 사회적 기둥이며, 회원과 노동자의 권익을 대표한다”라고 규정한 <중국공회장정>(中国工会章程)의 총칙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 중화전국총공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처럼 공회는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 국가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회의 이익과 공산당의 이익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또한 대다수의 공회 간부를 당원이나 당 간부가 차지하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당위원회 서기가 공장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당과 기업은 상호보완적인 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시장화로의 개혁이 진전되면서 노사 간의 이익충돌이 점차 첨예해졌고, ‘파업의 일상화’라고 할 정도로 노동자의 저항과 파업이 수시로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 안정 자체가 위협받게 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수호하는 공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2001년에 반포된 <공회법> 제2조는 “공회는 직공이 자발적으로 결합한 노동계급의 군중조직이다. 중화전국총공회 및 각급 공회조직은 직공의 이익을 대표하며, 법에 따라 직공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권익보호에 대한 공회의 대표권한도 더욱 강화하여 “공회는 임금, 안전위생, 업무시간, 여직공, 아동 등에 대한 노동자의 교섭권을 대표한다. 공회는 노동계약의 합법성과 업무중지 및 태업이 발생할 때 대표권과 교섭권을 갖는다”라는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기업의 고용주와 지방정부가 사영기업에서 공회가 결성되는 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상급 공회는 직원을 파견하여 기업에서 공회를 조직하는 일에 협조하고 지도할 수 있으며, 어떠한 단위와 기업도 이러한 활동을 저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2008년 10월에 새롭게 제정된 <공회장정>은 여전히 공회를 “노동관계의 안정과 노동자 권익의 보호와 함께, 중국 공산당의 강령과 노선을 준수하면서 공산당의 방침과 정책을 관철하는 사회단체”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동원조직’과 ‘노동자 권익보호’라는 공회의 이중적 역할 및 지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방공회나 전국공회와 비교했을 때 기층공회는 관리자 측의 견제를 더욱 많이 받으며, 기업 간부도 공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어 있어 독립성도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기층공회가 노동자의 이익과 관련된 각종 분쟁을 직접적으로 처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것은 기업 수준에서 실질적인 노동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거나 대표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공회법> 제15조에 의하면 “기층공회, 지방 각급 공회, 전국 또는 지방 산업공회의 결성은 상급공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총공회의 통제를 벗어난 독립노조의 결성은 실질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노동쟁의 처리 과정에서 기층공회는 상급공회 및 지방정부의 지도와 행정적 도움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상급공회의 기층공회에 대한 비준권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으며, 노사쌍방의 협상기제를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 현행 공회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제도적 위기와 도전
2010년에 발생한 팍스콘 노동자 연쇄 투신자살과 혼다자동차 파업사건은 중국 노동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특히 공회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고조시켰다. 이처럼 노사 간의 충돌과 분쟁이 점차 증대하는 사태에 직면하여 공회의 역할에서 노동자의 권리수호라는 측면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공회는 국가와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간조직’이라는 정치적 성격을 여전히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결코 당의 지도를 떠나 독립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권리수호 행동을 전개할 수 없다. 따라서 공회는 기업과 노동자 간에 민감한 분쟁이 발생할 때 노동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표할 수 없으며, 단지 의견을 건의하는 형식으로 기업이나 정부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노동자의 공회에 대한 신뢰도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분쟁이 발생하면 공회를 찾기보다는 정부 부문에 직접 호소하거나 ‘노동 NGO’ 단체와 같은 비공식적인 조직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공회 조직의 제도적 곤경을 초래하고 있다.
즉 한편으로 노동자들이 공회에 대해 권리수호 및 대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국가도 공회가 노사 간의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하여 사회의 안정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전적 상황에 직면하여 ‘중화전국총공회’도 다양한 측면에서 개혁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노동관련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광동성에서는 공회 간부에 대한 직선제 실시, 공회의 사회서비스 사업 위탁 및 업무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2017년 10월에 개최된 제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발표된 이후, 공회 조직에 대해서도 ‘시진핑 사상’을 중심으로 한 당의 지도 강화와 정치사상적 지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화전국총공회 주석인 왕둥밍(王东明)은 2018년 12월에 발표된 담화문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통해 노동자들을 교육함으로써, ‘중국의 꿈’과 ‘노동의 아름다움’을 심화하는 것이 새로운 시기 공회의 주요 임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특색의 조화로운 노동관계 구축’을 위해 ‘독립공회’나 ‘민간공회’의 출현 방지 및 ‘적대세력’의 개입과 선동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 강조됐다.
이같은 ‘당정부의 정치사상적 지도 강화’와 ‘노동자의 권익보호’ 사이에서 향후 공회의 역할과 임무가 어떤 방식으로 변모해 나갈 것인지가 ‘조화로운 노동관계 구축’의 향방에 분수령이며, 무엇보다 노동자를 배제하지 않은 ‘중국의 꿈’의 실현을 위해서도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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