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0.08.21] 시진핑이 ‘먹방’을 금지시키려는 이유는 이것 때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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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미중 갈등 속 ‘식량 안보’ 대비하나 신금미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TV를 보다보면 먹는 것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참 많다. 여기에 1인 미디어까지 합세하면서 식(食)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참으로 풍부해지고 있다.
중국 역시도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 먹방이 대세다. 하지만 최근 중국 먹방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에서 더 이상 먹방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음식 낭비 현상이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마음이 아프다(餐饮浪费现象、触目惊心、令人痛心)”라는 말 한마디에 중국의 국영방송사인 CCTV가 먹방이 음식 낭비를 부추긴다고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음식 낭비 현황
중국의 데이터를 보면 중국 내 음식 낭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중국 외식산업의 성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1978년도부터 중국 외식산업의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이후 28년이 지난 2006년에 이르러서야 그 규모가 약 1조 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식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여 그 소비 규모가 2011년 2조 위안을 돌파, 2015년 3조 위안을 돌파, 2018년 4조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내수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소비시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음식 낭비도 날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2018년 중국도시음식물낭비보고서(中国城市餐饮食物浪费报告)에 따르면, 2015년 중국 도시 외식산업계가 낭비하는 음식물이 약 1700만 ~ 1800만 톤 정도로 이는 중국 인구의 약 3000만 ~ 5000만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가히 시진핑 주석이 마음 아파할 만하다.
왜 이 시점에 음식 낭비와의 전쟁을 선포?
음식 또한 소중한 자원이므로 낭비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부터 음식물 낭비 줄이기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음식물 낭비 문제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사 초대를 받아 식사를 하게 되면 남기지 말고 깨끗이 비워야 주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와 반대다. 손님이 배불리 먹고도 음식이 남아야 주인이 손님을 제대로 대접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음식물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이에 2013년도에는 식당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싸가는 ‘다빠오(打包)’ 캠페인이 적극 펼쳐졌다.
이번에는 이보다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의 말 한마디에 일부 지방정부에선 N-1 캠페인, 즉 손님 수보다 1인분 덜 주문하기 등의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다수 부처가 연합하여 ‘음식 낭비 제지를 위한 절약습관 양성(制止餐饮浪费培养节约习惯)’ 이라는 제안서를 발표하였다는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가 없으나 중국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한 법제 마련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지금,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한창이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됐으며 중국 남부 지역이 심각한 수해를 입은 이 시점에 ‘음식 낭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중국 내부적으로는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대비’라는 분석이 대세다. 즉 미중 갈등으로 인한 무역전쟁이 식량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로 인해 식량 수출국들이 수출을 줄이고 있으며, 중국 남부지역의 심각한 수해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이 대량 감소하는 등의 문제로 중국 정부가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중국 농업대국이자 강국은 아냐
중국은 땅이 넓지만 인구가 많아, 인구 대비 경작할 수 있는 땅이 적은 국가이다. 2018년 제 6차 전국인구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총 인구는 약 13억 9000만 명이다. 이중 농촌인구가 약 6억 766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1.8%를 차지한다.
전체 인구에서 농업인구의 비율이 약 5% 미만인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과 비교하여 비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토지 면적은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 전체 경작지 기준으로 보면 세계 4위이지만 농업인구 1인당 경작지는 세계 평균에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국가통계국(中国国家统计局)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식량자급률은 세계안전기준인 90%보다 낮은 82.3%로 전년 대비 감소하였고, 2018년 중국 식량 총 생산량은 6억 5790만 톤으로 2017년 대비 0.6% 감소하며 식량자급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海关)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중국 식량 초 수입은 1억 3000톤으로 2016년과 비교하여 13.9% 증가, 2018년 1억 1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다소 하락하긴 하였으나 여전히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즉 중국은 인구가 많고 토지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로, 외부로부터 많은 양의 식량을 의존하다 보면 결국 올해와 같은 외부 불확실성의 가중으로 중국의 식량안보가 위협 받을 수 있으므로 미연에 이를 방지하고자 이 시점에 음식 낭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는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식량안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 아무 문제없이 잘 먹고 잘 산다고 하여 후세까지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급증한 올 여름의 상황을 본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식량안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식량안보에 대한 대비로 ‘음식 낭비 줄이기’는 매우 올바른 방법이다. 식량 생산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기후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며 인간에 대한 지구의 반격이 시작되었지만, 지구를 위해 지금이라도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음식 낭비 줄이기’에 동참하길 바래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82111154142511#0DK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