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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30] ‘차이나 붐’,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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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4-3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차이나붐 : 그 기원과 실상, 그리고 전망 정규식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차이나 붐 :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중국 자본주의 발전의 동학 및 이것이 지구적 경제체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훙호펑(Hung, Ho-fung)의 저서 <차이나 붐: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글항아리, 2021)가 최근 서울시립대 하남석 교수의 노고로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가 분명하게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의 기원과 이를 가능하게 한 1980년대의 정치사회적 배경 및 맥락에 관한 총체적이고 역사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의 지구적 효과와 그 한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요컨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의 역사적 기원, 지구적 효과, 임박한 쇠퇴를 세세히 검토하여, 좀 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의 전망을 평가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중국 자본주의에 관한 두 가지 오래된 신화를 깨려고 시도한다.
저자에 의하면 첫 번째 신화는 오늘날 중국의 경제적 발전이 마오주의적 과거와의 급진적인 단절을 통해 가능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말미암아 중국이 미국 중심의 지구적 신자유주의 질서를 전복할 힘과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 및 지구적 효과에 관한 신화에 도전
우선 첫 번째 신화와 관련해 저자는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은 아시아 냉전의 양측에서 각각 발전해온 마오쩌둥의 유산과 동아시아의 수출지향 자본주의의 혼합으로 점화되어 폭발”한 것임을 다양한 통계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논증한다.
즉 300년간 이어져 온 화교 자본 네트워크를 통해 동아시아 산업자본이 중국에 진입할 수 있었으며, 마오쩌둥 시기에 형성된 국가 주도 산업화 전략과 국유기업에 기반한 자본축적을 통해 21세기 전환기에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오쩌둥 시기의 또 다른 유산으로 ‘호구제도’를 통한 도시-농촌 분리 및 이주 금지와 ‘인민공사’에서 시행된 농촌 교육 및 보건에의 투자확대 정책을 제시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건강하고 잘 교육받은 대규모의 농촌 잉여 노동력이 형성되었고, 이들이 1980년대부터 ‘향진기업’과 수출 지향적 사영기업에 대거 진출함으로써 중국 자본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중국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세계지배와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는 두 번째 신화는 현재 중국의 능력과 의도를 과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은 미국과 유럽의 소비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채권에 심각하게 중독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달러 헤게모니와 미국의 세계 지배력에 중국이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중국은 새로운 세계 질서로의 인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구질서 속의 신흥 강대국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즉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으로 냉전 이후 개발도상국들의 서구에 대한 의존이 경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호황 자체가 미국이 만들고 보장하는 세계 자유시장에 의존하고 있기에, 중국은 지구적 신자유주의 질서와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그동안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떠받쳐왔던 국유부문의 부채 기반 투자와 급속한 수출지향 산업화 정책으로 인해 과잉투자와 과소소비, 해외 시장 의존, 부동산 거품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은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향후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로막는 심각한 장해물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임박한 종말‘ 혹은 ‘정치사회적 재조정‘의 갈림길
따라서 저자는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 구조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는 수출과 투자 비중을 줄이고, 부와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국내 소비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모델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과 재균형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제성장의 둔화가 초래될 것인데, 저자는 중국의 현재 정치제도가 과연 이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즉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와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경제호황으로 인해 ‘업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정치적 안정을 유지했던 중국 정치체제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접어들게 되면, 국가 정당성에 도전하는 사회적 소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중국 정부도 기존의 고투자, 고수출, 저소비라는 성장모델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소비시장이 대폭 위축된 상황에서 더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책적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 발표된 <14차 5개년 규획과 2035년 미래 목표 강요>에서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자립적 기술혁신, 국내시장 활성화와 국제시장 요소 및 자원 유치를 접목한 ‘쌍순환’ 전략 실현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또 취업 및 고용 안정을 통한 민생보장, 향촌진흥 전략과 신형도시화를 통한 도시와 농촌 및 지역 간 불균형 해결, 사회보장 체계의 개선을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이 현재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사회정치적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 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제까지 성장의 혜택을 누려왔던 지방 권력층과 기득권 엘리트의 반발과 저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 첸리췬(錢理群)도 지적했듯이 중국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공산당의 통제하에 정치체제의 개혁은 방치한 채 경제 편향적 개방만이 진행되었고, 권위적 정치체제와 시장경제가 결탁된 ‘권력귀족형 시장경제’를 낳았으며, 이에 따라 ‘권력귀족 자본가 계층'(權貴階層)이 형성되었다. 또 사영 기업가의 대부분이 공산당 간부나 그들의 자제들로 충원되었다.
이는 다시 당내 권력귀족 자본가 계층과의 결탁으로 이어졌으며, 권력과 재력의 세습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즉 개혁개방으로 인한 경제적 호황의 이익이 특정 기득권층에게만 집중되고, 위험과 대가는 오로지 노동자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훙호펑은 일반 시민들의 제도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민주화와 자유화 없이, 권위주의적 당-국가의 기득권층 특권을 혁파하는 사회정치적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통제와 억압, 공격적 민족주의로의 대중동원 등 최근 중국 정부가 보이는 행보는 이러한 우울한 전망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임박한 종말’ 혹은 ‘정치사회적 재조정’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따라 세계 경제의 재조정 향방도 크게 좌우될 것이기에, 이는 중국만의 선택으로 남겨둘 문제는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중국이 그간 지연된 사회정치적 개혁과 경제 재균형이라는 목표로의 “이행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이러한 이행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또 이 이행이 중국과 세계에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중국 안팎의 다양한 세력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300118363662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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