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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1.09.13] ‘모두가 잘 사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중국,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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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9-16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도시 호구, 조세 개혁 등 제도 개선 필요해

신금미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초빙교수

 

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모두가 함께 잘 살아보자”라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제창했다. 참으로 좋은 구호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교육,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는 중국 정부의 모습을 보니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공동부유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덩샤오핑이 강조한 사회주의의 본질, 공동부유

 

시진핑 주석이 제창하여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동부유이지만 새로운 용어는 아니다. 1950년 마오쩌둥이 처음 언급하였고, 1980년 덩샤오핑이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고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100%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장점만을 취하여 중국식 시장경제를 만들었다. 중국은 이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부른다. 앞서 언급한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경제주체인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는 중국 정부의 모습을 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엿볼 수 있다.

 

덩샤오핑은 광활한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경제성장을 이루도록 선부론(先富论)을 내세웠다. 선부론은 ‘일부 지역, 일부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게 하라’는 불균형 성장론이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경제성장을 위한 선부론만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가 공동부유이며,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의 본질로, 사회주의의 목적은 양극화가 아닌 온 나라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것으로 경제성장의 목표는 모두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임을 강조했다.

 

즉 일부 지역, 일부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도록 한 뒤 특정 시기가 되면 부자가 빈자를 도와 공동부유를 실현하도록 하였다.

 

다퉁사회(大同社会) 건설, 공동부유

 

공동부유는 중국이 건설해야 하는 다퉁사회를 위해 향후 오랫동안 중요한 정책적 기조가 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초기 중국꿈(中国梦)을 국정 아젠다로 내세우며 덩샤오핑이 설계한 당의 ‘2개 10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은 “절대 빈곤을 해결하고 의식주 걱정이 없는 샤오캉사회(小康社会)를 실현했다”고 공표했다.

 

중국 정부에게 있어 ‘1개 100년 목표’를 달성한 지금이, 다른 ‘1개 100년 목표’인 다퉁사회 건설을 위해 부자가 빈자를 돕는 정책을 실시해 나가야 하는 특정 시기일 것이다. 다퉁사회는 모두가 잘 사는 선진국으로 신중국 성립 이후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다퉁사회는 샤오캉사회와 다르다. 즉 샤오캉사회는 절대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먹고 살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다퉁사회는 모두가 잘 사는 나라이므로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국민들의 체감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다퉁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가장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중국 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공동부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중국은 소득분배체제 개혁을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여 공동부유를 실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임금급여비율 확대를 통한 1차 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를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현재 중국 정부의 규제의 칼날 속에 많은 기업이 정부에 대규모 기부를 실시하고 있는데, 부자가 빈자를 돕기 위해 하는 기부일 것이나 결코 자발적인 기부로 보이진 않는다.

 

▲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7월 1일(현지 시각)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기부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할 것이나 이는 극히 제한적으로 1차 분배와 2차 분배의 역할을 보조하는 정도밖에 안되다. 따라서 중국이 성공적으로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1차 분배와 2차 분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 상황에 비추어 보면 1차 분배와 2차 분배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지금 당장 공동부유를 위해 중국 정부가 3차 분배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부유 실현 위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

 

중국은 도농간, 계층간, 지역간 빈부격차가 매우 심각하다. 단순히 정치적 목적이 아닌 진정 사회주의 국가 중국을 위한, 국민을 위한 공동부유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제도적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먼저 중국 빈부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농촌과 도시로 이원화된 호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중국의 호구제도는 현대판 신분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시호구가 가지는 특권이 많다. 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호구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빈부격차 특히 도농간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폐지하거나 도시호구에 대한 특권을 없앨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조세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조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중국은 소득세로 대표되는 직접세 비중이 낮고 부가가치세와 소비세로 대표되는 간접세 비중이 높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조세체계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직접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19년 종합소득세를 도입하여 고소득자의 세부담을 강화하긴 했지만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이 3:7인만큼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고 간접세의 비중을 낮추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계층간 빈부격차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부동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속히 실시하여 직접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중국 내에서 가장 필요한 세금이 부동산 보유세라고 논의만 십 수년 째로 이제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는 것)을 가진 증치세(부가가치세)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으로 이에 대한 조정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빈부격차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만큼 진정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을 통해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오길 기대해 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9101009440279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