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10.21] 대만 통일 위해 무력 사용 언급한 시진핑, 서방과 갈등 깊어질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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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2-10-2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시진핑 3기 중국을 바라보는 서방 국가들의 시선권의석 | 원광대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자신을 밥(Bob)이라고 밝힌 시위 참가자는, 총영사관에서 나온 “대륙인(Mainlanders)”들이 시위대의 포스터를 훼손하였고, 이를 저지하려고 하자 총영사관 직원들이 자신을 정문 안쪽으로 끌어당긴 뒤 집단 구타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장에 있던 영국 경찰관에 의해 구조된된 이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시위를 하러 나온 것이다”라면서 이들의 시위를 방해한 중국총영사관 측을 비판했고, 주(駐)맨체스터 중국총영사관 측은 대변인을 통해 시위대가 “중국 주석을 모욕하는 그림을 걸어놓았고, 이러한 행위는 어느 나라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이든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앞에서 해당 국가의 사안에 대해 시위가 벌어지는 건 흔한 일이지만, 총영사관 직원이 직접 폭행에 가담하는 일은 흔치 않아 영국 정계에서도 이를 심각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맨체스터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수사를 시작했으며, 보수당 의원이자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앨리시아 컨즈(Alicia Kerns) 의원은 주맨체스터 중국총영사 정시위엔(鄭曦原)이 포스터 훼손에 직접 참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공산당이 시위자를 표현하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를 영국에서까지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영국 외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영국 내에서의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권리를 중국 역시 존중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외무부장관 제임스 클레벌리(James Cleverly)는 10월 18일 화요일 주영 중국대사를 초치하여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관이 직접 폭행해 참여한 것이라면, 외교관의 면책 특권에 따라 이들이 형사상 책임을 직접 지게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영국에 주재하는 외교관이 영국 내 주민에 대해 직접 폭행을 행사한 이례적인 사건이기에, 영국 정부가 이들에 대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기피인물 지정)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전랑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3기 정부
영국 맨체스터에서 중국 외교관이 홍콩 민주화 시위자를 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던 16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가 시진핑 주석의 연설과 함께 개막됐다. 시진핑 주석은 1시간 44분 연설에서 국내 경제 불균형과 부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약속하며 국내 정세를 안정시킬 것을 약속했다.
이번 연설에서는 국내 정책에 비해 외교 문제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중국이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도 중국의 국익을 우선으로 하면서 전략적 결의를 완고하게 지켰다”고 자평하며 “전랑외교”란 이름이 붙은은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치켜세웠다.
특히 중국이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투지와 결단”을 보여줬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대립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에서 가장 관심과 우려를 표하하면서 유엔이 “반인도적 범죄”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던,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은 종교에 관해 언급하면서 “중국 내 모든 종교는 중국적이어야 하며, 적극적으로 이들을 지도하여 사회주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구르족에 대해 가해지는 정부 차원의 “재교육”을 정당화하고 이들에 대한 탄압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되는 만큼, 이 문제를 두고 중국과 국제사회 사이의 갈등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과 대만 정책
시 주석은 이번 연설에서 홍콩과 대만 문제를 초반에 언급하면서 이 두 지역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홍콩에 대해서는, 중국공산당이 홍콩 내 친중파와 협력하여 친민주주의 진영과 반정부 세력을 진압하여 질서를 가져왔음을 높이 평가하면서, 반중 진영의 민주화 요구를 거부하고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홍콩에 대한 지배와 통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임을 암시했다.
대만 문제의 경우, 지난 19차 전국대표회의 연설보다 훨씬 앞에서 언급하며 중국의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시 주석은 대만과의 평화적 통일을 추구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하였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강조하며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대만 통일 과정에 “외세의 간섭”이 절대 있어서는 안되며, “대만 문제는 중국인의 문제이며, 이는 반드시 중국인에 의해서만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거나, 바이든 대통령이 유사시 대만 방어를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미국의 대만 지원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하고 이를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공표했는데, 이를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대만과의 통일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부실한 대응과 저조한 경제성장률로 중국공산당 일당체제의 정당성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대만과의 통일 문제를 강조함으로써 최고조에 달한 중국 민족주의 여론의 기세를 등에 업는 한편 외세인 미국이 대만을 지지하여 중화민족의 분열이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로 미국의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전대미문의 3연임을 시도하는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대중국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EU
시 주석이 전국대표회의 개막 연설에서 현재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이어갈 것을 천명한 상황에서, EU 역시 중국에 대한 정책을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 EU는 2019년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이자자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국의 보호주의정책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등 미국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17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EU가 대중국 정책 변환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작성중이며, 이 보고서는 중국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라이벌인 “전면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서방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대만에 대한 위협을 꾸준히 가한다는 점, 그리고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으로 인권을 유린하며 서구권이 중시하는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행보를 하고 있음을 들면서 중국의 정치적 위협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더욱 다양화하고, 미국 및 인도-태평양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을 EU 각국에 주문했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뿐만 아니라, 서방 주요 국가 역시 최근 수십 년 간 고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고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펴면서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제공하면서, 고속성장을 이루면서도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식 모델이 경제 성장을 통해 중산층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성장을 이끈다는 서구식 모델의 대안이 되고 나아가 냉전 수준의 국제 분열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왔다.
시진핑 3기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대만 등 주변국에 대한 공세적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와 전면적으로 상충하는 가치를 가진 서구 진영과의 갈등은 당분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