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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2.12.23] 중국은 ‘문화강국’을 이룰 수 있을까
[2022.12.23] 중국은 ‘문화강국’을 이룰 수 있을까
한중관계연구원2022-12-23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문화정책 향방은

 

2022년 10월 16일부터 22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렸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 당대회에서는 당의 주요 문제를 처리하고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따라서 이 대회는 향후 중국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의 윤곽을 그릴 수 있는 중요한 국가 행사라 할 수 있다.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주석은 장장 2시간에 걸쳐 경제, 사회, 문화 등 15개 영역에 대한 긴 보고문을 낭독했다. 보고문의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면, ‘중국식 특색 사회주의’, ‘신시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등으로 18대, 19대 시진핑 주석이 내걸어온 국정 슬로건과 크게 차별화되는 내용은 없었다.

 

문화영역에서는 <문화자신자강(自信自强)을 추진하고, 빛나는 사회주의 문화를 조성하자>라는 주제로 5가지 구체적인 항목을 제시하였다. 먼저, 표제어로 등장한 ‘문화자신(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문화자신(감)’이란 시진핑 주석이 꿈꾸는 ‘문화강국’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현재 중국이 표방하고 있는 ‘중국 특색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말한다. 이는 5천년 중화문명 역사, 공산당이 인민을 영도하여 이룬 혁명 역사,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70여년의 역사, 이 세 갈래의 역사적 차원에서 기원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강조된다.

 

시진핑 주석은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을 실현하는데 있어, 후진타오 전 주석이 내세운 ‘3개의 자신감(중국이 걸어온 길, 이론, 제도)’에 ‘문화자신(감)’을 추가하여 ‘4개의 자신감’으로 확립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각)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제20차 당 대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그렇다면,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구체적인 문화전략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보고문에 제시된 5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강한 응집력과 지도력을 갖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구축이다. 보고문에는 “이데올로기 사업은 국가에 대한 마음과 민족의 혼을 세우는 것”이며 “당이 리더십을 갖고 추진해야”한다. 그리고 “주류 사상의 여론을 공고히”하고 “인터넷 통치 체계를 마련”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주류 사상여론을 공고히 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문화자강’에 도달할 수 있을까?

 

둘째,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의 실천이다.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은 시진핑 집권기(18대)에 채택된 것으로 국가, 사회, 개인 3가지 차원의 총 12개 가치관으로 이루어져있다. 국가 가치관에는 부강‧민주‧문명‧조화, 사회 가치관에는 자유‧평등‧공정‧법치, 그리고 개인 가치관에는 애국‧경업(직업정신)‧성심‧우호가 있다.

 

시진핑 집권기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교과서 제도 개혁은 이러한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이 교육 측면에서 어떻게 학습되고 전파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 교과서 제도 개혁의 핵심은 ‘삼과통편교과서(三科統編教材)’ 제작과 전국적 사용에 있다. 즉, 이데올로기 특징이 강한 사상정치, 국어, 역사 이 세 과목의 국정교과서를 소수민족 지역을 포함한 중국 전 지역에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학교가 국가 권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핵심 기제라면, 학교 교육의 교재인 교과서는 한 사회의 지배적 가치나 이념을 가장 명시적이고 공식적으로 전달해 주는 미디어이다. 학생들은 국정교과서를 통해 애국주의, 집단주의, 사회주의 사상을 일률적으로 학습하게 될 터, 최근 일부 중국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극단적 애국주의 경향은 이러한 교육 측면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사회 전반의 문명화 수준 제고이다. ‘문명화’에는 공민 생활의 질이나 문화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공민의 전체적인 도덕 수준을 높인다는 의미로 규정된다. <전국도덕모범 표창대회>는 이러한 ‘문명화’ 수준 제고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 대회는 2007년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발양하고 사회주의 사상 도덕 건설의 성과와 중국 인민의 정신 풍모를 보여줌으로써, 전국 인민을 단결하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기 들어 그 규모와 영향력이 전에 없이 커졌다. 후보 선정에서 표창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전국으로 방송되고, 표창 이후에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대중 학습이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결국 이 대회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실현할 이상적인 국민 모델을 선발하고 이러한 모델을 대중에게 학습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넷째, 문화사업과 문화산업의 발전과 번영이다. 문화사업과 문화산업의 발전과 번영은 “인민 중심의 창작 방향을 고수”하고 “사회 효과와 이익이 첫째”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효과를 중시하는 문화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관련 기구 개편, 드라마 발전계획과 콘텐츠 주제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문화산업기구 개편이다. 시진핑 집권기 들어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기구를 국가 행정기관인 국무부에서 중앙선전부 산하로 옮기고, 총괄기구였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콘텐츠별로 하나하나 분리했다. 이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리를 세분화하고 정치적 영향력 높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2022년에 나온 드라마 발전계획에는 고표준 드라마 시장 체계를 건설하고 문화산업시장을 정화(淨化)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건전성’ 제고 방법과 기준을 당‧국가가 정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이것이 문예계 정풍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신시기 문화산업의 창작 콘텐츠는 어떤 주제들이 요구될까? 중국에서는 흔히 ‘종횡(縱橫) 좌표법’이라 불린다. ‘종’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당과 국가의 대사(大事)를 제재로 한다. 빈곤퇴치, 가족 갈등 등의 각종 사회 문제와 코로나 방역 성공, 공동 부유 실현 등 당의 성과와 정책을 선전하는 제재를 말한다. ‘횡’은 국공내전, 항일전쟁, 한국전쟁 등 중국의 중대한 혁명이나 역사적 제재를 말한다. 기구 개편에서 콘텐츠 주제에 이르기까지, 문화산업 발전 방향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맞춰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중화문명의 전파력과 영향력 강화이다. 보고문에는 “중국담론과 중국서사 체계를 만들자”, “중화 문화를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자”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즉, 중화문명의 우수함을 국외로 확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진핑 집권 이후 문명의 대외적 발산을 위한 ‘대외담론 체계건설’이 중시되어왔다.

 

또한, 중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 이야기를 하고 중국의 목소리를 전파하여 중국 이미지를 만들자”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우수한 자국 전통을 바탕으로 한, 서구 문명과는 다른 새로운 대안적 문명 담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중국의 문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상으로 20차 당대회 문화영역 보고문을 바탕으로 중국의 문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해보았다.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2개의 백년 목표’에서 2021년 ‘전면적 소강사회’ 달성하고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양적 성장의 한계, 각종 사회문제, 대중국 견제 심화 등 국내외적인 어려움과 위기도 산적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몽 실현 여부는 결국 국민의 통합에 달려있기 때문에, 시진핑 집권기 부단히 강화되는 문화의 사상 통합적 기능은 필연적이라 볼 수 있다.

 

문화가 국가발전 목표에 귀속되어 이데올로기 속성만 강조되는 방식으로 중국이 꿈꾸는 ‘문화강국’을 이룰 수 있을까? ‘문화대국’에서 ‘문화강국’으로 향하는 길목에 선 중국 정부가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