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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3.12.01] 윤석열 정부의 R&D예산 삭감, 북극 연구도 중단시킨다
[2023.12.01] 윤석열 정부의 R&D예산 삭감, 북극 연구도 중단시킨다
한중관계연구원2023-12-04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의 ‘북극정책 백서’와 예산 끊어진 한국의 현실

북극 – 기후변화의 역설

 

북극은 지구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양과 영구동토지대를 포함한다. 북극의 어원은 그리스어 Artikos(곰)에서 유래했는데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인 큰곰자리와 연관되어 있다.

 

북극에 대한 정의는 수목한계선이나 천문학적 관점 등 자연지리적 개념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일반적으로 백야가 나타나는 66도 33분부터 북극점까지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각국의 전략적 차원에서 정책적 개념을 포함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북극이 가혹한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인간이 거주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보니 냉전시대까지는 탐사와 같은 과학적 목적이나 핵을 중심으로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북극이 세계의 관심 속에 지정학적, 지경학적 경쟁과 협력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크다.

 

지구촌에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가장 빠르게 맞는 곳인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 등 육해공의 교통 잠재력과 영구동토지대 아래 묻혀 있는 자원 접근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게 되었고, 북극권 및 비북극권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개발과 이용 가능성을 타진하며 우선권을 선점하려는 국가들의 의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1987년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무르만스크 선언’으로 북극공간의 개방과 평화지대의 설립을 강조하고 이후 북극이 ‘인류공동의 유산’이라는 개념이 정립되면서 가속화되었다. 무르만스크 선언에서 고르바초프는 북극항로의 국제사회 개방, 북극권 자원의 공동개발 및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협력 등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국제사회의 뜨거운 지정·지경학적 관심의 대상이 된 북극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보호를 위해 1996년 북극권 인접국인 8개국 간 정부협의체인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가 북극권의 기후와 환경보존, 원주민의 삶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 생물다양성, 해양 등 4대 세부이슈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 북극에 위치한 다산과학기지. ⓒ극지연구소

 

왜 북극이 중요한 전략적 지역인가

 

북극은 육해공의 교통 잠재력을 지닌 자원의 보고 지역으로 지구상 마지막 남은 인류의 미개척지이다. 북극의 빙하와 영구동토지대가 녹기 시작하면서 송유관, 가스관 개발, 광케이블 건설 등과 관련된 산업, 모든 형태의 연료자원(석유, 가스, 석탄, 풍력, 조력, 수력 등)과 고부가 가치의 원료자원(희토류, 금, 인회석, 텅스텐, 니켈 등), 풍부한 수자원 및 수산자원, 생태관광 자원의 이용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졌다.

 

또한 지구 남단을 횡단하는 기존의 극동유럽항로보다 거리를 약 50%정도 단축할 수 있는 북극항로 이용에 따른 경제적 가치와 상대적 안정성에 대한 기대 역시 북극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한반도를 비롯해 지구촌의 이상기온현상에 영향을 주는 북극의 기후변화문제와 근미래 인류의 생활권과 생산지역이 보다 북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북극권 8개 연안국 이외에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자격을 얻는데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아시아에서 북극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가장 활발한 한중일 3국은 자국의 경제적 포화상태를 벗어나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얻기 위해 북극지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북극외교를 펼친 끝에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자격을 얻는 쾌거를 이루어 북극 거버넌스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

 

이후 한국이 ‘제1차 북극정책기본계획’을, 일본이 이어 정부 차원의 북극정책을 발표했고, 2018년 중국이 ‘일대일로’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북극정책 백서’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3국의 북극정책이 완성되었다. 본격적인 협력과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북극 정책

 

중국의 북극정책은 1999년 중국 쇄빙 연구선 설령호의 탐사를 시작으로, 2004년 북극 니알슨 과학기지촌에 황하기지를 개소했고 북극권 국가들과 양자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아이슬란드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북극자원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스웨덴과는 북극 위성수신소 건설에 합의, 미국과는 극지 및 해양 프로젝트 양해각서 체결, 핀란드와는 북극항로 개척협력에 합의하는 등 북극이사회 회원국인 북극권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양자협력관계를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의 북극권 진출 환경을 공고히 했다.

 

이후 중국은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에 북극해를 통해 아시아-러시아 북부-유럽을 연결해 지구 북반구의 물류와 교통의 허브로써 유라시아 대륙을 통합시키는 새로운 경제통로인 북극항로에 대한 비전을 추가한 ‘북극정책 백서’를 발표했고, 나아가 중국이 ‘근북극국가(Near Arctic State)’로 북극의 주요 이해관계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극정책 백서’의 주요 방향으로 △북극의 생태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북극 탐사 및 이해 심화 △북극자원 활용 △북극 거버넌스 및 국제협력에 대한 참여 △북극의 평화와 안정 증진 등 5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중국 북극정책의 기본원칙이 ‘정책의 존중, 협력, 윈-윈 성과,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니켈, 코발트 등 각종 광물자원과 석탄자원, 탄화수소 등의 매장량과 쇄빙선 및 크루즈선을 활용한 생태관광자원, 수산물, 항로 등 북극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국이 국제협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고 북극 개발에 적극적인 직접참여가 가능한 국가라는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

 

이렇듯 중국은 차근차근 북극권 국가들과 양자협력, 북극권 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극 개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북극 정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완성할 장기적 계획의 일환으로, 경제 및 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북극권에 대한 지정학적 야심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북극 정책 진단

 

한국은 2013년 ‘북극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속가능한 북극의 미래를 여는 극지 선도국가’라는 기조 아래 ‘2018-2022 북극활동진흥기본계획’, ‘2050 극지비전’, ‘극지활동진흥법’등을 계속해서 수립했다.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옵서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포화상태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국가 미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북극을 선택했다.

 

북극이사회 국가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신(新)산업 진출, 북극의 항로와 무궁무진한 자원을 활용할 자격 획득, 북극 거버넌스 참여 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제고하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북극에서 취하겠다는 것이다.

 

북극권에서의 용이한 활동을 위해서는 같은 옵서버 국가들뿐만 아니라 북극이사회 회원국 특히 동 지역 개발과 관련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러시아와 미국으로 대변되는 진영싸움에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한국은 2023년 극지활동 기본계획 중 하나인 ‘Arctic-8 프로젝트’를 통해, 러-우 전쟁 이전에는 한국의 북극 정책에 있어 최우선 협력국가였던 러시아를 ‘잠재적 협력국’ 지위로 분류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러 제재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복잡한 국제정세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러시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고민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같은 옵서버 국가이자 경쟁국인 중국, 일본,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북극정책에 있어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극지관련 분야를 다루고 있는 정부기관과 국책연구기관, 학술단체 등의 역량을 종합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국가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 극지 연구개발 예산이 70% 가량 삭감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서 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국제 공동협력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2024년도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해양극지 기초원천 기술 개발 사업’ 등 기존에 성공적인 연구 성과를 보여줬던 사업들의 예산 역시 갑작스럽게 대거 축소되었다.

 

주지하다시피, R&D 예산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연구의 규모가 축소된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흐름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국의 실리를 최우선시하며 장기적인 계획 하에 각종 북극 정책들을 개발·추진하고 있는 중국, 일본, 인도와 같은 경쟁국들에 그동안 한국이 긴 시간 쌓아온 소중한 성과들이 묻히게 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21세기 지구상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이자 인류가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으로,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성장 동력을 채울 수 있는 전략적 지역으로써 북극이 품고 있는 가능성이 너무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 한국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 ⓒ극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