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3.12.15] 박빙의 대만 총통선거 판세, 초조해지는 중국
[2023.12.15] 박빙의 대만 총통선거 판세, 초조해지는 중국
한중관계연구원2023-12-15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영향

 

 

다가오는 2024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있을 것이라 한다. 그 첫 번째가 1월 13일(이하 현지시각)의 대만 총통선거이다. 대만 총통선거의 결과는 대만해협 양안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정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가장 최근인 12월 13일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의 지지지율이 34.7%,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지지율이 31.2%,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 후보의 지지율은 16.8%로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12월 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민진당 후보 37.8%, 국민당 후보 29.5%, 민중당 후보 17.7%였다. 보름 사이에 민진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민당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하여 오차범위 내의 접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내년 1월 13일 선거에서는 총통·부총통 외에도 입법위원(국회의원)까지 동시에 선출된다. 대만 입법위원 정원은 113명이다. 이 가운데 73석은 지역구, 34석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및 해외 거주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는 국민입법위원으로 채워진다. 나머지 6석은 대만의 독특한 상황이 반영되어 평지 및 산지 거주 원주민 선거구에서 선출된다.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율은 국민당 28.6%, 민진당 26.7%, 민중당 13.7%이지만,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표에서는 국민당 31.5%, 민진당 29.4%, 민중당이 20.3%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입법위원 의석수는 민진당 62석, 국민당 37석, 민중당 5석으로 민진당이 원내 의석의 과반을 넘겨 ‘완전집권’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의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 민진당 내부에서는 차기인 11기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적게는 9석에서 많게는 15석 이상까지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 총통 후보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 후보등록을 마치기 전부터 국정 전반에 관한 정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동북아정세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대만해협 양안의제에 대한 각 후보의 주장과 정책은 가능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국민당 후보인 허우유이(侯友宜)는 올해 9월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했다. 당시 미국 잡지에 투고한 글에서 그는 양안관계 처리는 제지(Deterance), 대화(Dialogue), 위험과 충돌요소의 단계적 축소(De-escalation)에 바탕을 두고 전개할 것이라는 ‘3D전략’을 제출하였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실력을 강화해야 평화를 촉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각) 대만 국민당 총통후보인 허우유이(왼쪽)와 부총통후보인 자오사오캉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중당 후보 커원저(柯文哲)는 양안관계에 대해 다섯 가지 ‘상호(相互)’원칙을 주장한다. 상호인식, 상호이해, 상호존중, 상호합작, 상호양해가 그것이다. 이 원칙을 지켜나감으로써 대등한 존엄을 확보하고 피차간에 선의를 증가시키는 것이 양안의 충돌을 완화시키고 대만해협의 평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출신답게 커원저는 현재 양안의제를 당뇨병에 비유하였다. 통일이냐 독립이냐는 핵심의제는 관심 있게 돌볼(Care)수는 있으나 치유(Cure)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는 오래전부터 대만 독립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공언하였다. 현임 총통 차이잉원(蔡英文) 보다 독립적 색채가 더욱 강한 그가 총통에 당선된 뒤에도 양안의 현상이 유지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양안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 대만해협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할 정도이다.

 

세간의 우려를 의식하였음인지 근자에는 양안의제에 대한 라이칭더의 발언수위가 한결 낮아진 듯하다. 올해 여름 라이칭더는 부총통 자격으로 중남미 우방국을 방문하는 길에 미국에 들렀다. 직전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대만 자체적인 전쟁 억지력 건립, 경제안전이 곧 국가안전이다, 전 세계의 모든 민주국가와 동반자적 관계를 확립한다, 안정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양안관계 영도능력을 키운다는 대만해협의 평화를 위한 4대지주(支柱) 주장을 제시했다.

 

올해 가을에 접어들어서부터 라이칭더는 중국이 강경하게 나올수록 국제사회는 양안정세 긴장의 원인은 중국이 제공하는 것이라고 간주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바람과 기대를 표출했다. 대만은 전혀 중국에 적의를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장기간 선의를 보여 왔던 만큼 양안관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가 “내가 총통에 당선된다면 이는 양안교류에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발언한 것은 열렬한 대만 독립주의자라는 자신에 대한 평가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라이칭더는 양안문제는 대만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일 정상회담, 유로 정상회담에서도 대만해협의 평화가 유지되어야하고 무력으로 현상을 변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등장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공론이 형성되어 있다며, 중국이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때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의 위협은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대만문제에 대해 발언했다며 윤 대통령의 어조와는 약간 다른 표현을 쓰기도 했다.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하고 있다. 항공모함이 이끄는 전단을 대만해협에 파견하고 위성 발사용 로켓이 대만 영공을 통과하도록 한 것은 민진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목적의 군사적 도발이라 할 수 있다.

 

또 중국은 대만과 무역에 기존에 없던 제재를 가하고, 양안 간 경제협력기본협정의 파기를 시사하기도 하였다. 세계 최대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에 대한 조사는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또 다른 시도였다.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이 무소속으로 총통선거에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궈타이밍의 출마로 친중 성향의 표가 분산되어 민진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염려한 중국의 정치적 압력이 폭스콘의 ‘불법’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결국 궈타이밍은 후보 사퇴를 선언했고, 폭스콘에는 아주 소액의 벌금만 부과됐다.

 

대만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만 선거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어 더욱 가열됐다. 목표는 당연히 민진당의 계속 집권을 막는 것이다.

 

중국의 일차적인 목표는 라이칭더의 당선을 저지하는 것이고, 다음은 여야 3당 중 어느 당도 입법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판세로 보아 첫 번째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 않지만, 두 번째 목표는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 같다.

 

대만사무를 담당하는 중공중앙 대만공작판공실 주임 쑹타오(宋濤)는 시진핑(習近平)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이번 총통선거 결과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는 대(對)대만 공작의 실패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책임의 화살이 시진핑에게 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중국의 내부 정세는 좋지 않다. 대만선거 개입이 자신들에게 긍적적인 결과를 낳아야만 중국민중의 정서를 달래고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초조한 베이징 당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을 기도할 것으로 보인다.

 

▲ 10일(현지시각) 대만 민진당의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가운데) 현 부총통이 타이페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