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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4.05.10] 셈법다른 중국과 러시아처럼, 한국도 국익 최우선에 둬야
[2024.05.10] 셈법다른 중국과 러시아처럼, 한국도 국익 최우선에 둬야
한중관계연구원2024-05-10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국외교, 미중일러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중 경쟁과 국제질서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었고, 동쪽에서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긴밀해지고 북한의 도발은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냉전 구도가 남아있는 한반도에 매우 어려운 지정학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대결 구도의 최전방에 한국과 북한이 대치하고 강대국들의 부정적인 압력이 한반도에 투사되어 최악의 안보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중·러와 북·러 양자 관계는 확대되고 있으나 ‘책임강국’을 내세우는 중국이 군사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북중러 연대의 선봉에 서고자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두 강대국으로써 권위주의 국가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상호보완적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중국은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발한 러시아는 더 많은 서방 제재에 직면하면서 러시아 경제의 하방을 받쳐주는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상호보완적 교환 관계가 성립했다. 북한은 러시아가 필요한 무기를 제공했고, 러시아는 북한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군사기술과 석유를 제공했으며 자국민의 북한 관광도 허용했다.

 

북한은 현 지정학적 상황을 이용하여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여 운신의 폭을 넓히고 군사기술을 고도화시킬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정찰위성 발사에도 한미일 군사협력이 북한에 안보적 위협을 조성하여 북한이 이에 대응한 것이라고 두둔하면서, 유엔 대북 추가 제재를 반대하여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억제력을 무력화했다.

 

평양과 모스크바가 한층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나 북러의 교역량은 북한의 대외 교역량의 약 2% 정도로 중국과의 교역을 대체하지 못한다. 따라서 2024년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한이 적극적으로 북중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북한과 중국은 해외노동자 재파견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경통제 완화, 외국인 관광 등도 진척되기 어려웠다. 해외노동자 파견은 북한의 가장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지만 UN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고 있어 코로나 19 국경봉쇄를 이유로 중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약 10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에 귀환할 경우 재파견이 어려운 상황이다.

 

‘책임강국’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중국이 유엔 제재를 대놓고 위반하기 어렵고 북한을 이유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조장하고자 하지 않는다.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를 우회하여 재 파견할 방안을 마련하는가가 북중관계 정상화의 주요 이슈로 보인다.

 

중러를 중심으로 권위주의 국가가 결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는 바는 다르다. 러시아는 전시 상황인 만큼 이란, 북한과 밀착하여 군사협력을,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경쟁에서 세(勢)를 불리고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브릭스 국가 및 권위주의 국가와 협력을 모색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핵보유국이 되려는 북한과 연대하여 북중러의 선봉에 서고자 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북러와 같은 배를 타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의 도전에 미국과 공동 전선을 펴기 시작했고, 나토의 전략 범위도 인도·태평양으로 확대되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의 참전을 분명히 했고 미중 갈등은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2021년 발족한 오커스(AUKUS)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필리핀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상시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무역보복에 대응할 중국판 ‘슈퍼 301조’인 새 관세법을 마련했다. 2024년 12월부터 가동되는 새 관세법에서 주목할 것은 제17조로 중국과 특혜무역협정(PTA)를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제2의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따라서 미중 전략 경쟁은 전방위적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 경로를 방해한다고 여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계속 강대국화를 추구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미중 경쟁의 장기화에 대응하고 있다.

 

진영 경쟁으로 확대된 미중 경쟁은 한반도에 냉전적 안보 구도를 강화하고 북한은 도발 상시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큰 위협이 되었다. 이는 현재 강력한 북중러 연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한반도 안보에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북·중·러가 핵과 ICBM을 보유한 이웃 국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특수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전략이 한미일 협력에만 편향된다면 북중러와 관계가 악화하여 오히려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대만해협의 상황이 급변한다면 북중러가 신속히 군사적으로 연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전략은 한반도에 강대국의 부정적인 압력이 상승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행해야 하며 어렵더라도 미·중·일·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도 중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중러와 비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북한을 견제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이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위상에 맞는 기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한국 외교의 외연 확장 못지않게 남북·한중·한러 등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 양자 관계 관리가 중요하다.

 

한국은 중러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말고 한중관계를 우호적으로, 한러 관계는 위기관리로 양국관계를 유지하며 국제 사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동시에 다가올 평화의 시기에 더 발전적 관계를 형성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이 안보 최우선의 위기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한반도가 미중의 지정학적 격전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제질서의 대전환에 대비하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