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24.06.21] 한국, 러시아 제재 아니라 ‘제2의 북방외교’ 해야할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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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4-06-2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푸틴 방북, 미 중심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이행이신욱 | 원광대 동북아 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19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집권 5기 취임 이후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에 이은 북한 방문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핵 문제와 신냉전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 등 서방 주요언론들은 북러 관계 정상화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여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극동 전략으로 판단하고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즉 북러 관계 정상화와 발전은 북핵을 고도화시키고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시켜 신냉전을 유발한다는 견해다.
반면 러시아는 입장은 이와는 좀 다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며 북러 관계가 정상국가로 전환됨을 지지하고 있다. 북한 <로동신문> 기고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결제체제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 밝히면서 이번 방북의 핵심으로 경제와 금융협력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경제제재 해제를 통해 ‘정상국가화’ 시킨다는 점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종종 정치적 상징을 많이 사용한다. 지난 러시아 승전기념일에 붉은 광장을 누빈 한 대의 T34 전차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러시아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의미했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방북 선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러시아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를 선물했는데 그 번호판이 ‘7/27/1953’이며 이는 한국전쟁 종전일을 의미한다.
한국전쟁 종전일 번호판은 분단된 한반도 체제가 종전으로 가야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고 한반도 종전선언이 곧 다가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냉전 붕괴 이후 북러 관계는 1996년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폐기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구소련이 약속한 자동군사개입은 사라져버렸다.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이 보장된 한국과는 달리 북한은 심각한 안보 공백을 느꼈고 핵 개발에 매진한 원인 중 하나도 러시아의 친 서방노선과 북러 관계 악화라 할 것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북방외교는 1990년 소련과의 수교에 이어 1996년 러시아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폐기로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역할을 한 것임이 틀림없다.
반면 한러관계는 밀월관계에 가까웠다고 평가된다. 미국과 서방이 이전하기를 거부했던 다양한 우주, 항공, 군사 기술들이 한국으로 전수되었고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러 우호의 상징물이 되었다.
러시아 정부에 의하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일·중·러와 남북한 정상이 모이는 6자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사를 전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러의 밀월관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극적으로 전환됐고 미·러 관계 대립과 더불어 한러 관계도 점차 악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남북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공급 이슈는 남북 상호불신과 더불어 한러 상호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푸틴 대통령과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비 우호국 중 가장 우호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국가’로 한국을 언급하면서 1990년 수교 이후 밀접해진 한러관계 회복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악화한 한러관계의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가 분열되고 대립 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푸틴의 철학자이자 책사인 알렉산드르 두긴 교수는 세계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됨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나토의 동유럽으로 확장은 러시아 안보에 큰 위협이 되었고 미국과 서방의 도전으로 보았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냉전기 소련을 동일화했고 레이건 행정부처럼 석유·가스 등 에너지를 통제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분열시키려 시도했다. 현재 미국과 서방이 국제통화결제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제외해 각종 제재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철군을 압박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달러의 패권이 약화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루블화 결제시스템, 중국은 위안화 결제시스템을 통해 달러를 배제했고 국제거래에서 달러의 비중은 조금씩 축소되고 있다. 일례로 인도는 대러 제재에 동참을 거부하고 값싼 러시아 석유·가스를 사용하며, 사우디는 에너지 부문에서 친러, 친중으로 바뀌고 있다.
알렉산드르 두긴 교수는 다극 체제 1단계에서 미국과 서방 대 BRICs(브릭스)로 나뉘어 대립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튀르키예와 사우디, 이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BRICs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도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세계의 다극화 현상은 미 패권의 쇠퇴와 더불어 한반도가 맞이해야 할 숙명으로 보이며 그 가운데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흔히 미·중 패권경쟁 시대라 평가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과 서방 대 BRICs로 대립과 편 가르기가 점차 나타나고 있고 미국 패권의 쇠퇴는 세계화의 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북 추진 그리고 지난 한일중 정상회담은 우리 외교에서 큰 전환점이 다가옴을 의미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두 국가론도 이러한 국제적 다극 체제 등장이 그 원인이고 세계화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동북아에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외교전에 주목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못지않게 중요한 기시다 총리의 방북 추진 그리고 11월 미 대선 이후 등장할지도 모를 트럼프 행정부 2기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과의 치열한 외교전에 국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방외교 시즌 2가 시작되고 있다.
▲ 19일 오전 3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