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미국 대선과 중국의 안보 리스크
김현주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교수
최근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변화하면서 중국은 전례 없는 일련의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에서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부터 글로벌 핵심 광물 자원 쟁탈까지,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인민대학교 국가안보연구원과 종하이안(中海安)그룹이 공동 발표한 <중국 해외 안전 리스크 청서(2024)>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0대 주요 이슈에는 서방 세계에서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 미국 대선으로 인한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의 심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및 중동 불안정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중국의 이익 등이 있다.
또 유럽연합(EU)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 중국 주변국들에서 고조되고 있는 경제적 민족주의의 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역의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협력에 대한 타격, 아프리카의 정치적 변화, 중국 기업 글로벌 확장에 대한 선진국들의 억제, 글로벌 핵심 광물 자원 쟁탈전 심화, 디지털 기술 등 분야에서의 해외 경쟁 등도 포함됐다.
이들 중 하나인 미국 대선 리스크는 실제로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대중국 정책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미중 간의 무역, 기술 협력, 글로벌 거버넌스에 더 많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중국의 대응방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 지난 9얼 10일(현지시각) TV토론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왼쪽)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2024년 8월 2일 중국의 인터넷 신문인 <연합조보망>(聯合早報網)에 실린 일본 도쿄대의 가와시미 신(川島真)교수의 글에 의하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일본에서는 두 가지 주요 견해가 있다.
첫 번째는 관세 문제에서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안전 보장과 인권 문제에서는 현 정부보다 소극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의 정책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견해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계승하되, 오히려 더 엄격하게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 임기 때의 정책이 이러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일본 학자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도 어느 분야를 압박할 것인지 그 분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차기 트럼프 정부도 지금의 바이든 정부와 비슷한 기조를 가질 것이며, 그 입장은 더 강경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트럼프의 참모진 중에는 국제 문제와 대중국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성향이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환경은 트럼프의 지난 임기와 비교해 크게 변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어렵다.
경제 및 무역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 동안 보여줬던 것처럼, 관세 인상과 같은 강경한 경제적 압박을 다시 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공정 무역 관행, 지적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 한 보호무역주의를 다시 강화하여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진할 수 있다.
안보 및 군사 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존재를 강화하고, 대만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의 역할에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도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인권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는 바이든이나 해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를 두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대중국 인권 정책은 표면적일 가능성이 크며, 실제 정책 추진에서는 경제와 안보 이슈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나 글로벌 협력보다는 미국 내 산업 보호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과의 기후 협력보다는 에너지 독립과 같은 국내 정책을 우선시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를 사임하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미국 대중의 반응이 뜨거웠다.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트럼프를 능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해리스의 당선을 점치는 예측도 늘어났다. 해리스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중국의 관심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을 이어받을 것인가에 쏠릴 수밖에 없다.
물론 해리스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노선을 따라, 다자간 협력과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통한 대중국 접근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과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만큼 강경하지 않겠지만 중국의 시장 접근 제한, 기술 통제 등 전략적 경제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해리스는 인권, 노동 기준, 환경 문제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및 군사 정책에 있어서 해리스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는 전통적인 외교 채널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자 간 협력과 외교적 노력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려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다. 해리스는 대만 문제에서도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 및 가치 외교에 있어서 해리스는 인권, 민주주의, 자유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중국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는 신장 위구르 문제, 홍콩의 민주주의 억압 등에 대해 강력히 비판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이슈를 통해 국제사회의 중국 압박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해리스는 기후 변화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할 것이다. 해리스는 파리 협정 복귀와 같은 글로벌 기후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며, 중국과의 기후 협상에서도 진전을 이루려 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당선되어도 문제는 여전
트럼프와 해리스의 대중국 정책은 경제, 안보, 인권 등 각 분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는 강경하고 거래적인 접근을 선호하며, 해리스는 다자 협력과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두 사람의 당선 여부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렇듯 미국의 대선이 중국에게는 큰 관심사이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어야 중국의 국익에 더 유리한가는 가늠하기 어렵다. 공격 포인트가 다를 뿐,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중국 때리기를 멈출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되는지에 따라 맞을 부위가 달라지고 때리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중국도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맞붙었다. 두 대선 후보자 모두 중국에 대해 얘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박했다. 미국의 두 대선 후보자가 중국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아직 미중 갈등이 완화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 후보자 모두 중국에 대한 경계 태세는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두 고래의 싸움이 당분간 지속 될 것이라는 신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으려면,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