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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3.09.12]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2013.09.12]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19

연재를 시작하며

이재봉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 향후 중국을 이끌어갈 5세대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왼쪽부터 장가오리, 류윈산, 장더장, 시진핑, 리커창, 위정성, 왕치산 ⓒAP=연합뉴스

 

 

중국의 급성장이 그칠 줄 모른다. ‘떠오르는 용’에 관해 얘기하는 게 이젠 진부할 정도다. ‘G2’나 ‘차이메리카 (Chimerica)’ 등의 생소했던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 (Chinese Century)’가 될 것이라거나 머지않아 중국에 의해 세계 평화가 유지되는 ‘팍스 시니카 (Pax Sinica)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말에 의혹보다는 확신을 품게 된다.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여 곧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되는 것을 ‘재부상(再浮上)’으로 묘사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16~18세기 명청(明淸) 시대에 전 세계 GDP의 1/4 내지 1/3을 차지했던 제1의 경제 대국이 19세기 아편전쟁 또는 중영전쟁으로 몰락했다가 21세기에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개혁 개방을 실시하면서 무려 30년 이상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거의 10% 안팎의 눈부신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조그만 나라가 몇 년간 10%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약 15억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거대한 나라가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크게 성장해오는 것은 정말 경이롭다.

 

그 결과 1970년대까지는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던 나라가 1990년대부터는 ‘G7’이라 불려 온 세계 7대 경제 대국들을 차례로 따라잡았다. 1993년 캐나다를 제쳤고, 2000년대 접어들자마자 이탈리아를 제쳤으며, 2005년엔 프랑스, 2006년엔 영국, 2007년엔 독일을 앞지르고, 2010년엔 일본까지 제치면서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 나아가 GDP를 구매력 평가지수로 계산한다면 2016~17년엔 미국까지 앞지를 것이라는 보고가 잇따른다. 중국은 2012년 현재 세계 제1의 외환 보유국이기도 하고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먼저 중국의 국방비는 1990년대부터 크게 증가했는데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연평균 12%의 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2012년 현재 세계 군비지출 7대국 가운데 1990년대 말까지는 맨 꼴찌를 기록했지만, 2010년부터는 미국을 제외한 러시아,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보다 두 배 이상의 군비를 지출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군사 현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공군력 증강과 관련하여 2011년 1월 상대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stealth) 전투기의 첫 시험 비행을 했으며, 해군력 증강과 관련해서는 2011년 8월부터 항공모함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사일 능력 증강과 관련하여 미국의 항공모함을 추적하며 타격할 수 있는 지대함(地対艦) 탄도미사일(ASBM)을 개발해왔으며, 상대의 군사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우주 기술과 관련해서는 2008년 10월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를 발사하여 처음으로 우주 유영에 성공한 데 이어, 2011년 9월엔 우주 정거장 ‘티앤궁(天宮)’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11월엔 우주 정거장과의 도킹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중국과 우리 한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21년이 지나면서 양국 관계도 크게 변했다. 1992년 수교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먼저 경제적으로 또는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도저히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량은 2003년에 일본과의 무역량을 넘어섰고, 2004년엔 미국과의 무역량을 초과했다. 2009년부터는 한중 교역액이 한미와 한일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역의 내용이다. 일본엔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해본 적이 없으면서 2012년 264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고, 미국엔 1982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2012년 152억 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중국엔 수교 다음 해인 1993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온 가운데 2012년 535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다. 세계에서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인 한국이 중국 때문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으니 우리는 중국을 통해 먹고사는 셈이다.

 

나아가 안보적으로 또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미국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정도다. 남한에서는 실질적으로 북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는데, 나는 북한 붕괴가 가능성도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북한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게 되면 남한이나 미국보다 중국이 먼저 북한을 ‘접수’할 당위성이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남한의 안보가 미국에 중요한 정도보다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북한의 안보가 중국에 중요한 정도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이와 입술처럼 가깝다는 ‘순치(脣齒) 관계’로 일컫는 배경이다.

 

이처럼 급속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군사적 성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확대된 정치 외교적 영향력을 지니게 된 터에 한반도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국 사회엔 아직 냉전 시대의 한미동맹에 매달리며 중국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앞으로는 중국을 더 중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반중(反中)이나 친중(親中)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지중(知中)일 것이다. 먼저 기본적으로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용중(用中) 즉 중국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원광대학교에서는 2013년 3월 ‘중국 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며 한중관계연구원을 설립했다. 연구원 산하에 법률, 역사문화, 정치외교, 통상산업 등 네 분야의 연구소를 두어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들을 상임 연구교수로 초빙하고, 중국 특파원 또는 중국 전문 기자로 활동해온 언론인들을 객원 연구교수로 위촉하여 한중관계에 실용적인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30여 명의 한중관계연구원 소속 중국 전문가들이 2013년 9월부터 매주 이 칼럼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귀중한 공간을 마련해준 <프레시안>에 감사드리며, 독자들의 커다란 관심과 애정 어린 조언 및 질정을 기대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7247#0D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