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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9] ‘중국’이라는 숲을 제대로 헤쳐 나가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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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너도나도 뛰어드는 중국시장을 보면서
▲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 면세점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교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통상과 관광 및 문화에서만 보아도 그 흐름의 깊이와 세기는 갈수록 거세지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우리의 제1 수출시장으로서 중국시장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5%를 점하였으며, 제2 국가와 제3 국가의 수출액을 합하더라도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그 간격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 7월 말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226만 명으로 전체의 26%이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은 209만 명으로 전체의 35%에 이르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국방문은 약간 감소하는 추세이나 중국인의 우리나라 방문은 상당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K-Pop 열기에 더하여 엑소(EXO)는 다국적 그룹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동시에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발매 3개월 만에 음반판매량 70만 장을 넘겼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2012년 11월 취임연설에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9번이나 언급하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천명하고 있다. 이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정책들 가운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도시화 정책이다. 2012년 현재 중국 도시화율은 52.6%인데 이를 2020년엔 60%대로 진입시킨다는 것이다. 앞으로 도시화를 통하여 내수확대와 함께 경제·사회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교육, 의료, 문화, 공공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을 오가며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사람들의 의식을 살펴보지만,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에도 영국의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는 소식이나 우리나라의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왜 그럴까? 곰곰이 곱씹으며 중국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아닌가 하고, 더 많은 연구와 탐색이 절실함을 느낀다. 문득 ‘한비자-해로’편에 나오는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살아 있는 코끼리를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죽은 코끼리 뼈를 구하여 그 형태를 살펴서 그 살아 있는 코끼리의 모습을 생각해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경우에는 모두 그것을 ‘코끼리(象)’라고 했다.” 코끼리 만지기로 그쳐서는 안 되기에 다음의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을 알고자 하면서 먼저 “경제”라는 용어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중국에서 경제라는 의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천하를 경륜하고 세상을 다스려 사람을 구한다(經綸天下 濟世救人)는 뜻으로 큰 정치를 말하였다. 서양에서는 17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한 국가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즉 경제로써 정치를 해결하려 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는 수천 년간 정반대였다. 경제는 부수적인 것으로, 정치를 잘하면 경제는 저절로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기관이나 학교 등을 방문하여 논의하다 보면 경제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하는 경우를 접하게 되고, 어디까지가 경제이고 어떠한 측면이 정치인지 구분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같은 동양문화권이라는 점에서 경제라는 개념이 중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경국제세(經國濟世) 또는 경세제민(經世濟民)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은 같으나 오늘날 현실에서의 인식은 중국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넓은 국토, 55개나 되는 소수민족, 지역 간뿐만 아니라 도시별 차이, 나아가 세대별로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이 좀 더 세밀하면서도 그것의 기본적인 차이가 어디에 근거한 지에 대하여 골똘히 살펴야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북경 사람들은 중국 정치를 먹고 살고, 상해 사람들은 돈을 먹고 살고, 광주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산다.”로 지역적 특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치링허우(70后), 바링허우(80后), 쥬링허우(90后) 세대는 중국 소비시장의 주력 소비자층이 변화하고, 소비행태도 질을 중시하는 소비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부분을 아무리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의 구조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알고 있노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 숲을 볼 때에는 나무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나무를 볼 때에는 숲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숲만 아는 것도, 나무만 아는 것도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결국, 균형을 찾아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탐구와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대체로 나라의 규모가 큰 경우 변화는 느린 편인데, 중국의 도시나 기업, 나아가 사람들의 행태에서 보면 매번 출장 때마다 변화를 직감하며 그 신속성에 전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간 우리는 중국 사람들을 두고 “만만디((慢慢的)”라고 하는데, 모든 것을 천천히 게으르게 하는 것을 말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일을 많이 해도 개인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적기 때문에 자기 일을 천천히 하는 경향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큰 나라이면서도 지난달에 출장을 갔다가 점심에서 고량주를 마시지 않는다든가 저녁에서는 10여 명이 모여서 음식종류를 숫자로 제한하고 음식이 남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지난겨울과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점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 가치관과 관행의 차이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도도히 흐르는 황허(黃河)강의 중심에 중국 사람들의 현실성을 직시하여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싶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에서 앞으로 법치 사회의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나라를 법률로 다스리는 방법을 아는 인사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터트리며 한비자를 저술했다고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말은 중국의 정글 사회를 알아가는 가늠자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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