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01.09] 자유무역 전략, 한중FTA에 집중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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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TPP 핵심은 한일 FTA, 손익 따져야
지난해 6월 13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새 정부의 신(新)통상 로드맵”을 내놓았다. 추진전략으로 “기존 FTA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동아시아 지역경제 통합논의의 핵심축(linchpin)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한중 FTA, 한중일 FTA 및 한미 FTA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겠다. 중국 중심의 RCEP에 대해서는 참여국간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FTA 추진동향, 수준 및 범위 등을 감안하여 적극 참여한다. 미·일 중심의 TPP에 대해서는 거대시장 활용 가능성 및 국내적 영향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2013년 10월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참가국과 사전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 통상당국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TPP에 대한 연구는 진행하고 있지만 ‘관심’이나 ‘참여’에 대한 내용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11월 29일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12월 3일~6일 정부는 WTO 각료회의에서 기존 TPP 참여국에 우리 정부의 관심 표명 의사를 전하고 TPP 협상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한다고 표명했다. 이로써 한국정부는 TPP 협상에 참여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순에 돌입했다. “전 세계 GDP의 38%, 무역총액의 28%에 달하는 메가 FTA인 TPP 협상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못하면 기존에 타결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우리 관심 분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TPP 참여의 가장 큰 명분이다.
TPP역내가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이라는 수치만 바라보면 서둘러 참여하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TPP 12개국 중 7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 또한 12월 5일 호주와의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나머지 뉴질랜드와는 2007년부터, 캐나다와는 2005년부터, 일본과는 2003년부터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는 2003년부터 우리 정부가 FTA라는 세계 경제의 자유무역협정 추세에 적극 대응하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최대한의 실익을 얻어내기 위해 기울여온 양자협상 노력의 산물이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TPP 역내 GDP의 80%, 역내 무역총액의 58%를 차지하고 있어 한미 FTA가 발효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 TPP는 사실상 ‘일본’과의 FTA가 핵심이다. 한국과 일본은 FTA 체결을 위해 2003년~2004년까지 6차례 협상을 진행했고, 2008년~2012년까지 협상 재개 환경조성을 위해 9차례의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일간의 관계가 좋았던 이시기에도 양국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협상이 중단되었다.
한국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1946년~2013년 상반기까지 4609억 달러, 동기간 대미국 무역흑자는 1669억 달러, 1987년~2013년 상반기까지 대중국 무역흑자는 3605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대부분의 산업에서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철강·금속 산업의 적자규모는 1998년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고, 화학 산업도 2000년 이후 적자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다른 제조업도 2002년 이후 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대일본 무역흑자 산업인 섬유 및 농업도 2002년 이후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중간재 교역에서 수직적 분업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착화된 한일 간 수직적 분업구조와 대규모 무역적자로 인해 한일FTA 협상이 쉽게 진전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양자 협상도 아닌 전면 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미국 주도의 다자간 협상에서 일본을 상대로 우리의 실익을 지켜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줄곧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과 일본은 전 산업분야에서 수직적 분업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살 것이 많고, 일본은 우리로부터 살 것이 많지 않다는 의미이다.
갑작스런 TPP 참여로 일본에 전면적으로 시장을 열어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자동차, 기계, 철강, 소재, 부품, 화학 등 제조업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도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는 더욱 고착화되고 심화될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 경쟁력이 열악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재앙에 가까운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TPP 협상 참여 12개 국가 중에서 미국, 칠레, 페루,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7개국을 상대로 지난 수년간 진행한 양자 간 협상의 FTA 체결로 우리의 실익을 챙겨냈고, 호주와의 협상도 사실상 타결이 선언됐다. 나머지 일본,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4개국만 남았다.
TPP 협상에 참여하면 이들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전면 개방의 카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특히 캐나다, 뉴질랜드는 농축산물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나라이다. 한·중 FTA에서도 가장 민감한 품목으로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농축산물 분야를 농축산업 대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에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은 한국농업의 포기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의 실익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2008년 미국이 TPP 참여를 선언한 뒤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독자적인 FTA 전략을 세워 추진해 왔다. 박근혜정부도 “새 정부의 신(新)통상 로드맵”에서 동일한 맥락의 전략을 채택했다.
한국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2010년 105.2%, 2011년 112.9%, 2012년 112.7%이다. 이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대외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해외시장의 확대가 중요하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해외시장의 변화와 충격에 취약하며 민감하다는 의미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대외무역 전략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자유무역협정 체결 하나하나에 국가경제의 실익을 최대한 따져서 확보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높은 무역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고용 없는 성장의 지속, 저축률의 감소,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 중산층 비중의 감소,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제상황이다.
아세안 +6(아세안 10개국+한·중·일 3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참가국이 처한 특수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추진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TPP는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예외 없이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이다.
‘한국이 어떤 자유무역 전략을 세우고 나아가야 하는가’는 이미 오랜 시간 숙고하고 노력하여 세워져 있다. 미국, EU 못지않게 교역규모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중간의 FTA 협상은 TPP 참여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기존 FTA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동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논의의 핵심축(linchpin)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통상전략은 매우 현명하다. 이 통상전략은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전문가, 정부관계자, 기업, 국민들이 참여하여 만들어진 전략이다. 일부 집단의 이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되는 전체 국가 경제를 지켜낼 전략이다.
경제는 민생의 근본이고, 정치·외교·군사 모든 영역에서 국가를 지켜낼 원천이다. 누가! 왜! 민생과 국가 민족의 원천인 대외무역 전략을 흔들고 바꾸려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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