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08.01] 수첩인사에서 벗어나 ‘빅데이터’로 철저히 분석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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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인재등용의 난맥 풀어나가려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나라는 아직도 깊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지금의 정부가 인재등용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등장한 말들로 인사가 망사(亡事), 인사참사, 수첩인사, 밀봉인사, 전관예우, 해피아, 관피아 등 거론하기조차도 힘들다.
인사가 만사인 것은 나라를 운영하면서 사람 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조직이란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어떠한” 사람에 목말라 하는 것이며, 여러 사람과 함께 소통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통’ 속에서 자기들만의 라운드에 갇혀있어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는 중국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공식조사에 착수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불문율처럼 지금까지 내려온 ‘전례’를 깨는 것이다. 중국의 꿈을 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반부패 개혁은 거침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라는 그럴듯한 말로서 국민의 눈을 가리는 데만 익숙한 모양이다. 한중일 3국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국가지도자가 바뀐 상황에서 일본과 우리는 국민의 여론은 무시되고 참모들의 말만 듣는 “아마추어정부 운영방식”에 머물러 있다.
그는 듣기 좋은 요순(堯舜)시대를 꿈이나 꾸었을까? 요순시대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요순시대를 보면 지금 바로 여기에 참고할 만하다. 요임금은 신하들의 요청으로 적자인 단주(丹朱)를 후계자로 지목하자 이를 두고 “단주만이 즐겁고 온 천하가 괴로워할 것”이라고 거절하면서, “신분이 누구이든,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불문하고 온 세상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훌륭한 인물을 찾아오라.” 하였다.
그리하여 요임금은 순을 불러 아비는 위엄이 있고, 어미는 자애로우며, 형은 우애롭고, 동생은 공경하며, 자식은 효성스러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는 자리에 앉혔다. 순이 그 일을 잘 처리하자 신하들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혔다. 그러자 신하들의 일이 체계 있게 행해졌다. 또 순에게 제후나 먼 나라의 사신을 접대하는 일을 맡겨 보았는데 모두가 순을 공경하였다. 다시 산과 강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다. 순은 폭풍과 천둥·번개 속에서도 한 번도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 비로소 요임금은 순에게 왕위를 넘겼다.
그런가 하면 한정된 수첩 속에서만 인물을 고르다 보니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지나간 일들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치사상가였던 관중(管仲)은 제나라 임금인 환공(桓公)에게 무엇보다 인재 등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의견에 따라 환공은 재주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궁궐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밤마다 궁궐 뜰 앞에 모닥불을 밝혀 놓았다.
그러나 일 년이 다 되도록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인재가 없을까?’하고 환공이 혀를 차고 있을 무렵, 시골에서 온 사람 하나가 드디어 면회를 신청하였다. 기대를 잔뜩 한 환공이 그를 반갑게 맞으며 물었다.
“그래 그대의 재주는 무엇이오?”
그러자 시골 사람이 대답했다.
“저의 재주는 구구단이옵니다.”
적이 실망한 환공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그것도 재주라 할 수 있겠소?”
이에 그 시골 사람은 정색하며 말하였다.
“지금 대왕께서 인재를 구하고 계시지만, 일 년이 지나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은 대왕께서 워낙 현명하시므로 누구도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해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의 구구단은 재주도 아니지만, 이 정도의 재주도 대우한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속속 찾아올 것입니다.”
환공이, “그 말이 참으로 옳소.” 하고 후하게 대접하였다. 그 후 한 달이 채 못 되어 나란 안의 인재들이 궁궐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인적자원, 철저한 분석에 기반해야
세월호 사고와 함께 침몰당한 국가의 인재등용 난맥상을 헤쳐나가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첫째는 국민의 여론 수렴에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국민행복”을 말했다.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 만족이다. 나라경영도 다르지 않다. 국민들이 만족하면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의 정치에 칭찬을 늘어놓을 것이고, 불만족스럽다면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국가의 대국민서비스에 대하여 험담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소통에서 인간 대 인간의 관점으로 대하여야 하며, 투명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하여야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둘째는 국가의 인적자원에 대한 데이터 분석(human resource analytics)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많은 인재에 대한 정보시스템이 구축되었을 텐데, 매번 일이 어려워지면 새롭게 만드는 일만 거듭하고 있고, 이전에 만들어진 것을 보완하고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국가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사건처럼 위기를 겪는 요인은 많다. 외부적으로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국가 간 경쟁의 과열 등이다. 하지만 위기 원인이 조직 안에 있을 때도 많다. 적합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후계자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인재 관련 의사결정이 국가경영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조직 내 구성원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해주는 인적자원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는 인재등용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의 하나이므로 대통령 스스로 먼저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부장관의 청문회 보고서 채택의 실패에 대하여 ‘누구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통령 나부터 바꾸겠다’로 나아갈 때 국민은 안심하고 정부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무거운 책임과 솔선수범에 앞장설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정치가 이사(李斯)는 진시황을 도와서 천하를 통일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는데, 그가 진나라의 승상이 되기 전에 진나라의 기득권 토착세력들에게 했던 말이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는다 (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도량이 넓은 사람이라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에 대한 배려가 인색하지 않아야 하며, 국민에게 먼저 베풀 때 국민도 가치 있는 파트너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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