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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10.10] 홍콩 ‘우산혁명’, 시진핑 시대 ‘법치’ 시험대
[2014.10.10] 홍콩 ‘우산혁명’, 시진핑 시대 ‘법치’ 시험대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중국식 법치, 사법독립 없으면 의미 없다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 교수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질서가 온존하는 홍콩”, “후대를 위한 법치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이는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의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발표에 반발하여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이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제 2의 톈안문(天安门) 사태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로 국내외를 긴장시킨 이번 사태는 10일 정부와 시위대가 첫 공식 대화를 하기로 합의하였지만 이것이 취소됨에 따라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인대가 발표한 선거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선거인단 다수결에 의해 선출되던 행정장관을 2017년부터는 1200명의 선거인단 중 50%의 지지를 받는 2~3명의 후보만 직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제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2~3명의 직선제 후보를 중국 공산당이 지지하는 인물로 뽑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것이고, 홍콩 시민들은 이에 반발했다.

 

홍콩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 된 이후, 중국 정부는 하나의 국가에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공존 시키는 이른바 ‘일국양제’를 통해 홍콩의 체제 독립을 인정하여 왔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정으로 중국정부의 홍콩에 대한 직접통제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홍콩 시민들의 불안한 정서가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홍콩시위를 통해 중국이 최근 중요시하고 있는 ‘법치’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 중국 당국의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9월 30일(현지 시각) 폭우 속에 우산을 쓴 채 정부청사 주변 도로에 운집해 있다.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과 최루탄 가스를 버텨내 ‘우산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법치 역사 60

 

신중국 건설(1949)이후 60여 년간 중국의 법치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 30년 간은 무법천지로 대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특히 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泽东)이 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추진한 문화대혁명기간(1966년~1976년)에는 ‘인치’가 극치에 달하였다. 이 시기에는 법원, 검찰, 공안기관 등 모든 사법기관이 폐지되고, 혁명소조(小组)가 사법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자가 되었다. 따라서 ‘법률’ 자체를 무의미하게 보는 법률허무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덩샤오핑(邓小平)은 문화대혁명 발생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법률이 제대로 제정 및 정비되어 있지 못 하여 발생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덩샤오핑은 집권 후 개혁개방 정책 추진과 동시에 사회주의 법제마련을 통한 ‘법치’국가 건설을 추진하였다.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은 법률제정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되고 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국제 기준에 맞게 빠른 속도록 법률 제·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인치’국가의 오명을 벗고,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한 진정한 법치국가로 거듭나고 있는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력이 인민에 속해있고, 모든 인민은 법 앞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개혁개방 이후 10%가 넘는 급속한 경쟁성장, 엄청난 부의 축적 이면에는 인치가 만연했던 문화대혁명 시대 못지않은 중국 공민에 대한 핍박이 계속되었다. “법”을 앞세워 토지개발권자들은 농민의 토지를 약탈하고, 주택 강제 철거를 통해 공민의 주거지를 침탈하고, 한국사회에서 소위 ‘관피아’로 불리는 권력이익집단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법치국가는 국가 지도층, 권력자들의 이익을 잘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틀로써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아닌 당치(党治)

 

진정한 법치국가는 ‘법의 지배’원리를 바탕으로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치자도 법 아래 놓이며 법의 지배를 받게 된다. 반면 형식적으로 법치 같지만 실제로 법치가 아닌 경우가 있다.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그것이다. 법에 의한 지배는 통치자가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는 것으로 법을 자의적인 지배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법이 통치자를 제한하지 못해 중국 문화대혁명 때와 같은 인치가 일어 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치국가에서는 법에 의한 지배를 막고 법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중국은 형식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3권이 독립된 것은 아니다. 실제 3권을 통제, 감시, 조정하는 모든 권력을 공산당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党)이 사법기관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통해 사법기관의 독립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어떻게 법치국가를 세운다 말인가. 어쩌면 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특색의 법치국가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당의 지배를 바탕으로 하는 “당치”(党治)국가인지도 모를 일이다.

 

시진핑(习近平) 정부, 사회주의 법치 시대를 어떻게 열 것인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가와 정치를 다스리는 기본 방식으로 “법치”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얼마 전 전인대 성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민대표대회제도를 견지하고 완성하기 위해서 전면적 법치가 추진되어야 하며, 민주제도 완성을 위해서는 법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제도와 법률은 지도자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서 바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치를 강조하면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당이 국가를 경영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였다.

 

시진핑 정부들어 법치를 내세우며 정부 고위층의 부정부패 척결에 열을 올리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마치 부정부패만 척결하면 법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 당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근본적·구조적 문제점을 간과한 채 겉으로 드러나 있는 썩은 부분만을 쳐내어 겉만 번지르르 하게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10월 20~23일 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 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에서 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법치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관심 있게 볼 일이다. “의법치국”(依法治国), 즉 법에 따른 국가통치가 이번 18기 4중 전회의 핵심 내용이니 만큼 사법개혁에 있어서 당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사법 독립을 통한 진정한 의미의 법치를 실현할 것을 기대해 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