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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10.23] 중국이 커지면 세계가 망한다?
[2014.10.23] 중국이 커지면 세계가 망한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서양의 중국 위협론의 뿌리
임상훈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중국은 여전히 급속도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미국을 대체해 나가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는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와 같은 눈부신 발전에 많은 이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흔치 않은 현상들을 강조하며, 저런 나라가 미국을 대신한다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위 ‘중국 위협론’이라는 것이다. 서양에서 두드러지는 이 현상, 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황인종이 발전하면 세계가 멸망한다? ‘황화론(黃禍論)’

 

서양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현재 발전한 모습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서양인에 의해 동양이 침략당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산업화 이전 ‘냉병기'(冷兵器, Cold Weapon) 시대에 서양은 동양에 의해 두 차례 큰 침략을 받았고, 그들에게 지울 수 없는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처음은 한(漢)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흉노(匈奴)가 결국 중국 대륙에서 물러나며 서쪽으로 이주했던 것이다. 이는 ‘훈족의 대이동’으로 불리며,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이주 과정에서 밀려난 게르만족이 서로마의 변경을 침식하면서 서로마는 결국 멸망에 이르렀다. 또 훈족의 한 일파는 10세기경 중앙 유럽에 자리 잡아 ‘훈족의 나라’이자, 유럽 최대 강국이었던 ‘헝가리’를 세웠다. 특히 훈족의 왕이었던 아틸라에 대한 유럽인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고, 여러 전설과 문학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두 번째로는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몽골의 칭기즈칸이다. 이들의 두 차례 침략으로 몽골군은 유럽인들에게 ‘지옥에서 온 군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한 몽골의 침략 이후 동유럽에 세운 ‘킵차크 한국'(汗國)은 약 200여 년간 러시아를 착취했다.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이 몽골족의 이같은 수백 년간의 착취로 인한 가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이다.

 

당시 유럽은 ‘십자군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약 200여 년간 이슬람을 침략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군은 불과 몇십 년 만에 이슬람 세계를 정복해버렸다. 이슬람과의 전쟁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유럽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이슬람을 무너뜨리던 몽골군의 소식에 그들이 바로 자신들의 기독교 세계를 구원할 ‘프레스터 존'(Prester John, 사제왕 요한)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칭기즈칸의 사후, 손자인 바투가 또다시 유럽 원정을 시작해 독일 경내에까지 진입하였지만, 당시 대칸(몽골 황제)이었던 오고타이의 죽음으로 철군하여 유럽 원정은 끝나게 되었다. 이처럼 몽골의 두 차례에 걸친 원정은 유럽인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였다.

 

이 외에도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오기 시작한 선교사들에 의해 중국이 유럽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때 알려진 중국의 광대함과 수많은 인구, 그리고 화려한 문명은 유럽인들이 경외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양의 대표 철학자인 볼테르 역시 중국의 ‘유가'(儒家) 사상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사상이라고 여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황화론'(黃禍論, 황인종이 세계를 혼돈에 빠지게 할 것이라는 유럽의 주장)은 바로 이런 유럽인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렸던 동양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이용해 중국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말이었다. 독일의 빌헴름 2세는 아래와 같은 황화도(黃禍圖)를 제작하여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며, 유럽 국가들의 중국 침략을 정당화했다.

 

▲ 빌헬름 2세의 황화도(黃禍圖). 오른쪽의 각각 중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화룡과 부처가 먹구름이라는 재앙의 형태로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독교의 상징인 천사의 지휘 아래 유럽 각 민족이 뭉쳐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그림 ⓒLeger Museum 홈페이지 갈무리

 

황화도의 파급효과는 막대했고, 이를 통해 유럽인들의 동양에 대한 반감과 왜곡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갔다. 이로서 ‘중국의 발전=서양의 멸망’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공식이 유럽인들에게 진리로 여겨져 갔던 것이다. 사실 빌헬름 2세의 이와 같은 작업은 방대한 중국을 서양 열강이 나눠 먹는 것을 합리화하려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서양인의 중국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었기에 이와 같은 ‘선전작업’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황화론, ‘중국 위협론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황화론이 일어나긴 했지만, 당시 중국은 이미 서양 열강에 의해 반식민지의 심연(深淵)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 후로도 일제의 침략과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죽(竹)의 장막’으로 표현되었던 폐쇄의 시기가 연이어져 서양인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강성해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여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 이 정도로 발전하자 다시금 서양에서는 황화론이 일기 시작하였다. 최근의 ‘중국 위협론’이라는 말은 황화론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서양의 언론 매체에서 서양인들의 이러한 중국 위협론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중국의 군비 증가, 주변국과의 마찰, 공산당의 독재 등 중국의 부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보도·강조하여 중국의 발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양인들의 중국 위협론은 황화론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근현대 서양인들의 중국 침략과 중국의 보복이라는 서양인들의 두려움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양 자신이 만든 ‘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부정하는 단순한 이분법적 생각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서양인들의 자국발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중국에서도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굴기'(崛起, 솟아 오르다)라는 표현이 너무 강한 느낌을 준다 해서 ‘발전'(發展)으로 바꾼다든지, ‘화해'(和諧, 우리말 ‘조화’의 중국식 표현)와 ‘화평'(和平, 우리말 ‘평화’의 중국식 표현)’을 강조하는 것 등이 바로 그 예이다. 또한 각종 외교 정책에서도 중국은 자신의 실리는 챙기면서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거 유가 사상의 떳떳함과 이익을 외교에 접목시킨 ‘외교 의리관'(義利觀)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역시 서양의 비뚤어진 시각에 물들어 중국의 발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찬사보다는 비난을 내쏟고 있다. 한국에게 중국의 중요성은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한 예로 수출 위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우리에게 중국 한 나라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우리의 기존 주요 무역대상이었던 미국, 일본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고 한다. 물론 중국의 발전에 무조건적인 찬양을 보내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우리 것이 아닌 서양인들의 잘못된 중국관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중국을 바라보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똑바로 중국의 발전을 바라보며, 중국과의 상생과 공조를 추구함이 보다 건설적일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