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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인치에서 법치로···시진핑의 개혁, 성공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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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의법치국(依法治國)’과 시진핑 체제의 개혁 2라운드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가 개최됐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통상적으로 매 기수(5년)에 7차례 개최되는데, 그 순서에 따라 1중전회, 2중전회, 3중전회 등으로 불린다.
이 회의에서는 당 중앙의 기구를 확정하고 국가기관의 지도자를 인선하며 당의 중요 방침, 정책을 결정하는 등 당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된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영도’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기에, 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결정내용은 중국사회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18기 4중전회의 핵심 키워드는 ‘의법치국'(依法治國)이었다. 즉, 법에 근거하여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폐회 5일 후인 10월 28일에는 “의법치국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된 약간의 중대 문제에 대한 중공중앙의 결정(中共中央关于全面推进依法治国若干重大问题的决定, 이하 4중전회 결정문)”이 공표됐다.
이 결정문에 따라, 앞으로 중국은 의법치국을 전면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중국특색사회주의 법치체계를 건설하고, 사회주의 법치국가를 건설하는데 상당한 국가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영 언론인 <인민일보>는 이번 회의의 핵심 내용을 ‘의법치국'(依法治國), ‘의법결책'(依法決策), ‘사법독립’, ‘사법분권'(재판권과 행정권의 분리), ‘인민권익’ 등으로 요약하기도 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국가헌법일 제정과 헌법 준수 선서
이번 4중전회의 결정문에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인치'(人治) 사회에서 ‘법치'(法治)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중국 사회의 움직임과 특히 이에 대한 국가 지도부의 의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사회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법률에 따른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법률 체계에 여전히 많은 미비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권력자들의 경우 법률의 사각지대에 놓이곤 했다.
그런데 이번 4중전회에서는 국가차원에서 법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12월 4일을 국가헌법일(国家宪法日)로 정하는 등 법치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심장한 결정들이 내려졌다. 특히 주요 국가 공직자들은 이제 취임식에서 공개적으로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해야 한다. 물론 이런 형식적인 절차만으로 실질적인 법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법치에 대한 국가 지도부 및 전 사회적 인식에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중국사회를 ‘꽌시'(關係) 사회라고 부르는데, 이제 꽌시만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한편, 이번 4중전회 결정문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을 ‘법치경제’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경제 분야의 자원배분에 있어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법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법치라는 것이 정치, 사회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전면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점점 더 커지고 세계화·세밀화 되면서 이에 걸 맞는 법률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결정문에서는 개방형 경제 체제 구축에 맞춰 외국과 관련되는 법률 및 법규를 보완하여, 법률 수단을 통해 국익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한중 FTA 협상, 서해 해양경계획정 협상, 방공식별구역 중첩 등 중국과 국제법적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4중전회를 계기로 중국은 당면한 중요 사회 문제에 대하여 관련 법률 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지난 2014년 4월 15일에 개최된 중앙국가안전위원회 1차회의에서 처음으로 ‘총체 국가안보관'(总体国家安全观)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 ‘총체 국가안보관’은 기존의 전통안보관이나 종합안보, 신안보관과 비교하여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내부로부터의 안보(안전)위협에 많은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들어 신장 위구르나 시장 티베트, 윈난성, 심지어 중국의 심장 베이징 도심에서도 과격 분리독립운동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4중전회 결정문에서도 ‘총체 국가안보관’이 다시 한 번 언급되면서, 국가안보(안전)에 대한 법치건설을 서두르고, ‘반테러’ 등 시급한 법률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됐다. 4중전회 폐회 직후에 개최된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1차 회의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반(反)간첩법”이 통과됐다.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심 점거시위도 이번 4중전회 결정문에 반영되어 나타났다. 결정문의 7조 6항에서는 “법에 근거하여 일국양제(一國兩制) 실천과 조국통일 추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여기에서는 헌법과 기본법에 근거하여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고, 기본법 실시와 관련된 제도 및 시스템을 보강하며, 외부세력이 홍콩과 마카오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심 점거 시위를 순수한 민주화 운동이 아닌, 외부 세력에 의한 중국 내정 간섭 및 일국양제를 부정하려는 시도로 보는 중국 정부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향후 법 정비를 통해 유사 사태에 더욱 엄격히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법률 정비로 반부패 활동 지속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4중전회 결정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법률 정비를 통해 부정부패 척결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올해 1월 22일에 개최된 중앙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中央全面深化改革领导小组) 1차회의에서는 이 소조 산하에 6개의 전문 소조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기율검사체제개혁(纪律检查体制改革) 전문소조였다.
즉, 시진핑 체제의 반부패 운동을 설계할 태스크포스(Task Force)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4중전회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법률 정비를 통해 반부패 운동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벌써 관련 형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권력 남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공직자 본인뿐만이 아니라 친족 등에게도 형벌 적용을 확대하고, 뇌물수수에 대해 자수를 하면 처벌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도 강구되고 있다.
또한 ‘호랑이'(부패한 고위공직자)와 ‘파리'(부패한 하위직)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여우'(해외 도피 관료) 사냥에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11월 4일에는 관영 언론을 통해 부부장(차관)급이 전담하는 ‘새로운 반(反)부정부패 총국(新反贪总局)’이 곧 신설될 것이라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공개됐다.
이렇게 중국 사회는 4중전회를 통해 전면적인 법치사회 구현을 외치고 있다. 경제 분야뿐만이 아니라 이제 법치에 있어서도 무서운 속도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여전히 심각한 부정부패와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고, 최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이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중국의 무서운 경제 추격뿐만이 아니라, 법치를 통한 과감한 사회 개혁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반성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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