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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4.11.13] 중국, 두만강 쪽으로 눈 돌리는 이유는?
[2014.11.13] 중국, 두만강 쪽으로 눈 돌리는 이유는?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신(新)두만강대교 통상구 시설 대폭 확충…중대 규모 준(準)군대 배치
김승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초빙교수, YTN 기자

 

 

압록강과 두만강 쪽에서 각각 북한과 중국을 잇는 대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압록강 위로는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辽宁)성 단둥(丹东)을 잇는 신압록강 대교가, 두만강 위로는 원정리와 중국 지린(吉林) 성 훈춘(珲春)을 잇는 신두만강 대교가 건설 중이다.

 

모두 중국 자본으로 중국이 주도해 건설하는 것인데 전자는 거의 완공됐고 후자는 올해 여름 착공했다. 두 대교는 모두 기존의 노후된 다리 부근에 하나 더 건설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하지만 규모를 놓고 보자면 신두만강 대교는 신압록강 대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다리 길이와 투입된 자금만 보더라도 신두만강대교는 922m에 1억5000여 만 위안이 투입되지만, 신압록강 대교는 3026m에 19억8000만 위안이 투입됐다.

 

그런데 향후 전망을 놓고 보자면 신압록강 대교는 신두만강 대교만큼 밝지 않다. 황금평이 가까운 신압록강 대교는 북측의 공사 지연으로 현재 개통이 무기 연기된 상태.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그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손꼽히는 황금평 일대 개발 전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반면 북한 나선특구가 가까운 지린 성 훈춘과 투먼(图们)은 북-중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는 징후가 속속 전해지면서 신두만강 대교 완공 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 신두만강대교 건설 현장 ⓒ김승재

 

‘신두만강 대교’의 중국 공식 명칭은 ‘중조변경 취안허 통상구 대교'(中朝邊境圈河口岸大橋)이다.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 ‘취안허 통상구’에 있는 대교라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북한 나선시 원정리와 중국 지린 성 훈춘 시 취안허(圈河)를 잇는 다리이다. 두 지역을 잇는 기존의 다리(이른바 ‘두만강 대교’) 옆 30m 지점에서 새롭게 대교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다.

 

두만강 대교 옆 신두만강 대교건설 중

 

신두만강 대교는 왕복 4차선으로 전체 길이는 922m, 다리 길이는 637m, 폭은 23m에 이른다. 1936년 건설된 기존 다리와 규모 면에서 뚜렷하게 비교된다. 기존 다리는 왕복 2차선에 폭이 6.6m에 불과하고 매우 낡아 현재 40톤 이하의 차량만 통행을 허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새 대교의 허용 중량은 기존 대교의 2배에 이른다.

 

필자는 최근 중국의 지인으로부터 신두만강 대교 공사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받았다. 10월 31일 촬영한 것이다. 다리를 떠받칠 기둥 여러 개가 땅에 박혀 있는 모습과 터파기를 해놓은 장면, 현장에 기중기 등 여러 중장비가 배치된 모습, 분주한 현장 근로자들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현재 공사가 매일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7월 30일 착공했고 오는 2016년 7월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아울러 신두만강 대교 신축에 따른 취안허 통상구 제반 시설에 대한 세부 정보도 입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두만강대교 통상구 시설 대폭 확충

 

‘취안허 통상구’의 업무용 사무실과 부속 시설이 들어서는 부지의 총 건축 면적은 1만6992㎡이고, 건설에는 총 2억9933만여 위안(한국 돈 533억여 원)이 투자된다. 통상구에 들어설 사무실과 부속 시설은 다음과 같다. ‘여행객 검사 통로’ 5445㎡, ‘화물 검사 통로’ 2000㎡, ‘국경 검문 중대 병영'(中隊兵營) 1680㎡, ‘해관(海關 : 세관) 화물 감독관리 사무실’ 2000㎡, ‘검역검사구역 현장업무 사무실’ 2400㎡, ‘기숙사·식당’ 2567㎡, ‘차고·보일러실’ 900㎡ 등이다.

 

▲ 취안허 통상구의 제반시설 설명 ⓒ김승재

 

‘여행객 검사 통로’는 여행객 출입 검사 통로가 6곳, 여행객 차량 검사 통로가 2곳이다. 매년 여행객 200만 명을 소화할 수 있다. ‘화물 검사 통로’는 출입국 화물검사 통로가 4곳이고, 여행객 차량 검역 통로(화물을 가지고 여행하는 경우로 추정됨)가 1곳이다. 화물 통과량은 연간 165만 톤이다.

 

신두만강 대교 신설에 따라 통상구 시설도 확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두만강 대교는 하루 평균 인원 3000여 명, 화물 600톤을 처리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와 비교하면 신두만강 대교를 오가는 화물은 8배 가까이, 인원은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중국 정부는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나진항이 있는 나선 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북-중 경제협력이 빠르게 진전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대 규모 군대 배치북 급변사태 대비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경 검문 중대 병영'(中隊兵營) 공간 1680㎡이다. 통상구에 준(準)군대에 해당하는 무장경찰을 중대(中隊) 규모인 100여 명 정도 배치한다는 것이다. 무장경찰 배치의 표면적인 이유는 신두만강 대교 건축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증가하는 데 따른 치안 조치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숨은 전략도 엿볼 수 있다.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들 무장경찰은 가까운 거리에서 신속하게 북한 속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유사 시 탈북자들이 대규모로 중국 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할 것이다. 북-중 접경 지역 통상구 무장경찰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가 탈북자 단속이란 점에서도 이는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은 중대급 무장경찰을 배치하면서 나선특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천 명의 자국민 보호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신두만강대교와 통상구 시설 건설은 나진항을 중심으로 한 북-중 간의 경제협력이 가일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 그리고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중국의 무력 배치가 강화되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다.

 

중국의 나진항 애착

 

신두만강 대교는 지방 정부인 지린 성 정부를 거쳐 중앙 정부인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지역경제국의 최종 비준을 받았다. 즉 중국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앞서 중국은 2010년 6월 기존의 두만강 대교 보수 공사를 실시했고, 이듬해인 2011년 4월에는 북한 원정리에서 나진항을 잇는 도로 개-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원정리와 나진항 구간의 53km 비포장도로를 확장·포장하는 공사이다. 포장도로는 지난 2011년 말 개통했다. 중국은 또 이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전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훈춘에서 나선특구까지 66 킬로볼트(㎸)의 송전선로 98㎞를 설치하고 나선시에 변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국유기업인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가 국외로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 신두만강대교 건설 현장 ⓒ김승재

 

중국이 이처럼 중앙 정부까지 나서 훈춘 취안허 통상구 일대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북한의 나진항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두만강 하류를 통해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북한, 러시아와 달리 동해 진출로가 막혀 있다. 그래서 나진항을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이른바 ‘차항출해(借港出海:타국의 항구를 빌려 해양에 진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나진항을 이용하면 물류에서 엄청난 효과를 보게 된다. 중국 동북 3성의 석탄 등은 나진항을 거치게 되면 적은 비용과 빠른 시간 안에 남쪽 상하이나 닝보 등으로 보낼 수 있다. 오늘날 기업 활동의 중요 이슈인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진항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차항출해 전략을 기반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 4월 훈춘 시에 두만강지역 국제협력 시범구를 설립하는 것을 비준했다. 2020년까지 훈춘을 국제산업협력구, 변경무역협력구, 북-중 경제협력구, 중-러 경제협력구 등 4개 구역으로 구성해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멀리 보고 뚜벅뚜벅 걷는 중국. 중국의 ‘나진항 애착’이 언젠가는 나진항 ‘접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부러움과 우려가 교차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