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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03.05] 중국은 정말 한반도 통일을 원할까?
[2015.03.05] 중국은 정말 한반도 통일을 원할까?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중국, 개성공단 역외가공지역 인정…한반도 안정 꾀하나?
허재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교수

 

 

중국은 과연 한반도의 통일을 원할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통일을 원할까? 중국이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이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속 시원히 대답하기란 쉽지 않고, 학자들도 이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든, 분단 상태로 남아있든 간에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상황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의 통일 여부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으로서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무원신문판공실이 발행한 <중국의 평화발전>(中国的和平发展)백서에는 중국의 6대 핵심이익이 언급되어 있는데 △국가주권 △국가안보 △영토보존 △국가통일 △국가정치제도(사회주의체제 및 공산당 집권)와 사회의 안정 △경제의 지속발전 보장이 그것이다. 중국의 지도부는 이러한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안정이 필요하고, 특히 한반도에서의 안정 유지는 중국 동북지역의 영토보존과 경제발전, 국가안보 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표면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 지지

 

그렇다면 관건은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과 현재의 분단 상황 중에서 어느 쪽이 한반도의 안정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느냐이다.

 

우선 연평도 포격 사건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중국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줄곧 한반도의 분단 상황이 남북의 대립을 초래하고 이것이 동북아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지금과 같은 분단 상황이 한반도의 안정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하나인 국가통일을 고려해서라도 한반도의 ‘평화적 분단’은 결코 중국 정부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반도의 어떤 통일을 지지할까? 이에 대해 중국은 이미 19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중우호협력상호조약’에서 “조선의 통일이 반드시 평화적이며 민주주의적 기초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 즉 무력이나 어느 일방의 급격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7월 진행된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해 나가는 것을 지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실현되기를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이러한 사실은 일단 중국이 표면상 한반도에서 무력이나 어느 한쪽의 붕괴에 의한 급격한 통일을 반대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는 것인지 여부다.

 

중국이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한 배경

 

이와 관련하여 최근 주목할 만한 일이 하나 있었다. 한국과 중국이 지난 2월 25일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교착으로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개성공단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한중 양국은 북한 내 역외가공지역이 추가 설치될 가능성에 대비해 역외가공지역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개성공단은 2000년 6.15공동선언이 탄생시킨 ‘옥동자’로서,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하여 일궈낸 남북교류협력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성공단은 남북의 상생과 통일로 가는 과정으로서의 상징적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 요소도 많은데, 남북관계 악화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역외가공지역(OPZ, Outward Processing Zone) 인정 여부다. 우리가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규정은 크게 △역외가공(Outward Processing, OP)방식과 △위원회 구성방식으로 분류되는데, OP방식은 FTA 체결 당사국내 생산한 반제품을 제3국 역외가공지역에서 가공한 후 재반입한 최종제품을 FTA 상대국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한-싱가포르, 한-EFTA, 한-ASEAN, 한-인도, 한-페루 FTA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위원회 구성방식은 FTA 체결 당사국간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구성해 역외가공지역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추후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한-EU, 한-미, 한-터키 FTA가 여기에 해당한다.

 

▲ 개성공단 내 한 공장에서 조업 중인 노동자들 ⓒ개성공동취재단

 

그런데 문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역외가공지역 생산품, 즉 ‘Made in Korea’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 FTA를 아무리 체결해 봤자 개성공단 기업이나 북한 측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개성공단에 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중국이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하고, 또한 개성공단에서 생산 중인 310개 품목에 한국산 원산지 지위를 부여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역외가공에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한-인도 FTA 108개, 한-아세안 FTA 100개, 한-EU FTA 267개와 비교해도 훨씬 많다.

 

게다가 중국은 원산지 지위 인정기준에서 비원산지재료 가치에 개성공단 임금을 제외하기로 하여 다른 FTA 규정보다 우호적인 조건에 합의했다. 특히 이러한 점은 한국의 두 번째 무역수출국이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핵심이익에서 출발한 전략적 판단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한중 FTA의 역외가공 규정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자세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의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이를 기반으로 북한 지역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탄생될 수 있도록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북한에서 더 많은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경우, 북한이 시장경제를 학습하고 남북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추측이 아주 순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중국의 핵심이익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분석일 수 있다. 중국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이런 행동에 나섰든지 간에 한반도가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중국과 함께 한반도 통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은 이번 주부터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훈련에 돌입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한반도에 또 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중 FTA에서 개성공단이 OPZ으로 인정됐다는 소식이 더더욱 가치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4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