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06.08] 중국의 인공섬과 한국의 이어도 기지…뭐가 다른가? | |
---|---|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분쟁의 평화적 해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주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개최됐다. 2002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국방 수뇌들이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 모여 시작된 이 회의는 이후 매년 아태 지역 및 유럽의 국방 장관들과 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권위 있는 안보 관련 국제회의로 발전해 왔다. 그런 만큼 이 회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뜨거우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의 전략이 통한 샹그릴라 대화
이번 회의에서는 4년 만에 개최된 한일 국방 장관 회담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한미일 공조 이외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무엇보다 중·미관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의 암초에 인공섬 건설을 진행하자 미국은 지난달 20일 미 해상초계기를 출동시켜 인공섬 주변에서 정찰활동을 펼쳤다. 이에 중국이 즉각 철수를 명령하며 8차례나 경고를 되풀이하는 등 양국 사이의 대립이 군사충돌의 위기로까지 번질 뻔했다.
▲ 중국이 난사군도의 존슨 산호초에서 선박을 동원해 군사시설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필리핀 외교부는 15일(현지시각) 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촬영 일자는 지난 2월 25일이다. ⓒ필리핀 외교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중국이 8차례나 경고를 할 정도로 미국이 과감한 정찰 활동을 펼쳤다는 점과 중국 측의 경고 교신이 담긴 동영상이 유례없이 언론에 유포되어 급속히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를 보도한 미국 방송 CNN조차도 미국 국방부가 이런 교신을 방송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이러한 영상이 공개되자 난사군도의 인공섬 건설 문제가 급격히 전 세계로 확산됐고, “중국이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여 남중국해에서 위기를 급격히 고조시키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이번 샹그릴라 대화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대한 성토장이 돼버렸다. 과감한 정찰 활동과 중국 측의 경고 유도, 관련 영상의 언론 유포, 그리고 샹그릴라 대화에서의 공론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는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해당 지역에 대한 주권 귀속을 강조하며, 이번 인공섬 건설이 해상구조나 방재(防灾), 기상관측, 생태 환경 보호, 항행 안전 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쟁 중인 지역에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분명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여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난사군도 인공섬과 이어도를 비교해 보면?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이러한 논리를 한중관계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은 아직도 서해와 남해에서 해양경계선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蘇巖礁)에 대한 관할권을 둘러싸고 한중 양국은 여전히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범위에 따라 이어도의 관할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중 양국 정상은 올해에 양국 간 해양경계선 획정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어도는 현재 남중국해에서 문제가 되는 인공섬들과 같이 원래 해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암초로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국제 해양법협약)상 도서(島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을 가질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어도 위에 한국은 1995년부터 2003년에 걸쳐 “이어도 종합해양기지”를 축조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은 일방적 행위를 그만 두라고 외교적으로 항의를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3월에는 중국 국가해양국장이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어도는 중국의 관할 해역으로, 해양감시선 및 항공기의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힘이 커진 중국이 드디어 “우리의 영토를 침탈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중국 비난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런데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분쟁 중인 지역인 난사군도에 일방적으로 인공섬을 짓고 있는 중국이나 암초인 이어도 위에 해양과학기지를 지은 우리나 마찬가지다. 또한 이를 비판하며 난사군도에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국이나 이어도 주변에 감시선을 띄우고 있는 중국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지만, 그 행위 주체가 우리냐 남이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바로 영유권 또는 해양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 우리와 중국을 포함하여 해양 분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국들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말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듯하다. 중국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며 사태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최초의 오스프리 수입국이 된 일본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중관계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다. 왜냐하면, 이번 회의 기간에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다시 한 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케리 국무부 장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 토론회에서 “사드를 한반도에 영구 배치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미국이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에 응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미군이 자신들의 돈으로 사드를 들여와 배치하겠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있느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중국의 반응과 함께 일본의 최근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 미국은 중국과의 해양 영토 분쟁에 대비한 군사력 보완이라는 명목으로 2012년 미군의 오스프리(Osprey) 24대를 일본 내에 배치했다. 미군의 최신예 수송기로 알려진 오스프리는 개발단계부터 빈번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여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돼 온 기종이다. 일본에서도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미·일 양국 정부는 끝내 오스프리의 일본 내 배치를 강행했고, 이에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 미군 수송기 오스프리.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스프리가 처음에는 미군의 비용으로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됐지만, 지난 5월 5일 미국 국방부가 오스프리 17대와 관련 장비를 일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그 가격이 약 30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 원)에 달하며, 이로써 일본은 세계 최초의 오스프리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일본이 오스프리 구매를 결정한지 채 2주가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17일 하와이에서 오스프리 추락 사고가 발생해 미군 2명이 사망한 것이다. 안전성에 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기존 계획대로 오스프리를 일본 내에 계속 증강 배치할 예정임을 밝혀 일본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물론 일본의 오스프리 사례를 그대로 우리의 사드 배치와 비교하기에는 조심스런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반문해 볼 기회는 제공해 주지 않을까 싶다. 과연 사드 배치의 근본 목적이 대(對)북한 용인지,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정말 미군이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만약 사드 배치 시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등 살펴봐야 할 문제가 많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으면,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우리는 또다시 미국이 만들어 놓은 악보에 맞춰 춤을 춰야할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69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