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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5.07.09] 날개 단 中 ‘국가안보법’ vs. 우물 안 ‘국가보안법’
[2015.07.09] 날개 단 中 ‘국가안보법’ vs. 우물 안 ‘국가보안법’
한중관계연구원2021-01-21

중국의 ‘국가안보법’
허재철 원광대학교 교수

 

 

며칠 전 중국에서는 중요한 법률과 결정 사항이 통과됐다. ‘국가안보법(国家安全法, 중국어의 국가 안전은 국가 안보를 의미함)’과 ‘헌법선서제도 실행에 관한 결정(关于实行宪法宣誓制度的决定, ‘결정’)’을 말한다. 이들은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데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1일 개최된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5차 회의에서 각각 통과된 ‘국가안보법’과 ‘결정’은 모두 시진핑 체제의 국정 운영 이데올로기가 점차 제도화, 법률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줘 큰 의미를 갖는다.

 

기구 설립에 이어 법률로써 총체 국가 안보관강화

 

국가안보법은 시진핑 체제의 새로운 국가 안보관인 ‘총체 국가 안보관'(总体国家安全观)을 법률로써 명문화하고 권위를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 마오쩌둥(毛泽东)을 중심으로 한 건국 초기 지도자들은 국방 현대화나 국제 반제(反帝) 통일 전선 구축 등 전통적인 국가 안보관을 견지했었다. 그 후 덩샤오핑은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면서 동시에 국가 안보관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하게 군사 안보와 정치 안보만을 생각하는 전통적인 국가 안보관이 아닌 경제 안보, 과학기술 안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종합 안보관’을 강조한 것이다.

 

덩샤오핑의 뒤를 이어 탈냉전 시대를 맞은 장쩌민(江泽民)은 기본적으로 덩샤오핑의 국가 안보관을 계승하는 기초 위에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신형 안보관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처음으로 ‘신안보관(新安全观)’을 제창했고, 이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시대까지 이어졌다.

 

이어 G2 시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은 자신만의 새로운 국가 안보관을 내세우고 있는데 ‘총체 국가 안보관’이 바로 그것이다. 총체 국가 안보관은 안보 영역을 대폭 확대하고 각 영역 간의 유기적 협조를 강조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총체 국가 안보관을 구현하기 위한 기구로 작년 1월 당 중앙 정치국에서 ‘중앙 국가안전위원회(中央国家安全委员会)’ 설립을 결정했고, 이어 동년 4월 15일 공식적인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 기구는 총체 국가 안보관을 구현하기 위한 최고 권위의 전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의 국가안보법 통과는 시진핑 체제가 기구 설립에 이어 법률로써 총체 국가 안보관을 확립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안보법 제1장 제3조에 노골적으로 “국가 안보 업무는 반드시 총체 국가 안보관을 견지해야 한다(国家安全工作应当坚持总体国家安全观)”라고 적시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법의 통과는 ‘중앙 국가안전위원회’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주는 과정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기구는 작년 초 당 중앙의 결정으로 성립이 됐지만, 이번에는 국가 최고 권력기구인 전인대를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권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제1장의 제4조와 제5조를 보면, 당이 국가 안보에 대한 영도를 견지해야 하고, ‘중앙의 국가 안보 영도 기구’가 국가 안보 업무를 책임진다고 서술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중앙의 국가 안보 영도 기구는 앞서 언급한 중앙 국가안전위원회를 의미한다.

 

결정‘, 고위 공무원의 헌법 준수 선서 의무화

 

국가안보법과 함께 통과된 헌법 선서에 관한 ‘결정’에서도 시진핑 체제의 통치 이념이 법률화, 제도화 되어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결정’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부터 주요 고위 공무원들은 취임 시 공개적으로 헌법 선서를 해야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을 다하고 헌법의 권위를 수호할 것입니다. 헌법상의 직책을 이행하는데 있어 조국과 인민에 충성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청렴하게 국가 공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인민의 감독을 받으며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분투할 것을 선서합니다!”

 

이와 같은 헌법 선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대상은 국가 주석과 국무원 총리를 포함한 주요 국가 공직자 및 각급 인민정부, 인민법원, 인민검찰원의 주요 공무원이다. 한 마디로 주요 고위 공직자는 모두 헌법 선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는 작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에서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따른 국가 통치)’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킨 이후, 법치 확립과 반(反)부패 개혁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의법치국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결정’은 이에 대한 고위 공무원의 의식 고취 및 대국민용 홍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통치 이념의 제도화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헌법 선서 ‘결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선언문에 ‘중국특색’ 사회주의 대신에 좀 더 구체적으로 ‘부강(富强)’, ‘민주(民主)’, ‘문명(文明)’, ‘조화(和谐)’의 사회주의가 강조된 점이다. 20여 년 전 등장했던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이 이제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 조금 더 구체화되고 있는 듯하다. 국가안보법에서 국가 안보의 개념이 한층 체계화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북우물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는 안보관 확립 필요

 

이번 국가안보법과 ‘결정’이 사회적인 이념통제 강화와 국민의 기본 권리 침해, 지나친 안보 개념의 확대에 따른 주변 국가와의 마찰 확대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비판과 함께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헌법 전문에는 “타이완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 일부분이다. 통일 조국을 완성하는 대업은 타이완 동포를 포함한 모든 중국 인민들의 신성한 책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통과된 국가안보법 제1장 제11조에는 “국가주권과 통일, 영토 보존을 지키는 것은 홍콩, 마카오, 타이완 동포를 포함한 모든 중국 인민의 공통된 의무다”라 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은 분단돼있는 타이완을 통일의 대상이자 함께 통일을 만들어갈 주체의 하나로 보고 있지, 결코 적대 세력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하면서, 국가보안법 제1장 제2조는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 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북한을 반국가단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수많은 공안 사건을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처벌해 왔다. 진정으로 ‘평화’ 통일을 원한다면 우선 함께 통일을 만들어 갈 상대를 적대시하는 법률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은 이번에 새로운 국가안보법을 만들기 위해 이미 작년 11월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같이 반(反)간첩 내용으로 가득 찬 구(舊) ‘국가안보법’을 폐지하고, 따로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을 만들었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안보 관련 법률을 정비한 것이다. 일본도 지금 안보 관련 법안 제·개정을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가 시끄럽다. 아베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들지만, 어쨌든 변화하는 정세에 맞춰 자신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떤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반(反)북이라는 구시대적 안보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급격한 안보 환경 변화에는 둔감한 것 같다. 특히 국가보안법이 그렇다. 반북이라는 좁은 안보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나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단순한 안전사고나 전염병 방역 차원이 아닌 국민 안전 등 ‘인간 안보’ 차원에서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나,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하고 14일이 지나서야 컨트롤타워가 지정되고 범정부 총력 대응 체제가 꾸려진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27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