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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6.02.18] 한중 경제협력, ‘사상누각’ 만들려 하나
[2016.02.18] 한중 경제협력, ‘사상누각’ 만들려 하나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경쟁적 중국 끌어들이기, 모두가 망할 수 있다
윤성혜 원광대 교수

 

 

지난해 8월 공포된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새만금 특별법)이 12일 부터 시행됐다. 새만금 특별법 시행으로 새만금 개발 사업에 활력을 다시금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본 법은 새만금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와 외국투자자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 혜택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한중 FTA 합의 사항인 한중 산업단지/공업원 건설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본다.

 

한중 경제협력의 핵심은 보조금이 아니라 사업성

 

지금까지 새만금 한중 경제협력단지 및 새만금 한중 FTA 산업협력단지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대체적으로 ‘규제완화’와 각종 ‘투자혜택’으로 귀결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라 인허가 전담팀이 구성이 되어 행정 시스템이 원스톱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까다롭고 복잡한 행정시스템이 간소화된다는 것은 분명 투자를 결정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혜택에 있어서도 세계 어느 경제특구와 비교해도 될 만큼 풍부하다. 각종 세금이 면제되는 것은 기본이고, 조건에 따라 외국 투자기업에 대해 초기 정착 자금도 지원된다. 토지사용에 대해 100년간 임대 특례도 가능해진다. 소유권까지는 아니라도 100년이면 거의 소유나 마찬가지로 자국에서 토지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중국 투자자에게는 이것 또한 매력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각종 혜택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개발 사업에 중국 투자자들이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은 새만금 투자에 대한 사업성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최대 목적은 이익창출이다. 이익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해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비단 중국 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새만금 개발 계획 ⓒ새만금 개발청 홈페이지 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완화된 규제, 더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뭐가 그리도 다급한지 새만금 개발의 미래 가치보다는 눈앞의 각종 혜택으로 외국투자자를 현혹하여 일단 붙잡고 보자는 식이다. 잡고 난 이후야 어찌 되든 일단 잡고 보자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 새만금 개발 사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특구 우대혜택의 덫

 

몸에 좋은 것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듯, 각종 혜택도 지나치면 오히려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경제특구가 굉장히 많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에도 여러 형태의 경제특구를 두고 있고, 한중 FTA 산업협력단지와 같이 해외에 설립한 국가급 해외경제협력구(对外经济贸易合作区)도 16개나 된다.

 

중국 내 경제특구의 우대혜택을 보면 우리나라와 꼭 닮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투자자에게 제공하던 이러한 우대혜택들을 점차 폐지 또는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는 ‘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이하 보조금 협정)에 따라 미국, EU 등으로 부터 중국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보조금에 대한 제소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중국이 WTO 가입 당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시장경제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였지만, WTO 체제 하에서는 여전히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국가인 것이다. 그동안은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주요 발동국인 미국, EU, 캐나다 등의 상계관세 적용 범위가 비시장경제국에까지 미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낙후지역에 대한 정부의 개발 보조금은 WTO 하에서 어느 정도 인정됐다. 이러한 제도상의 이익을 중국 내 외국투자자들이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인정하거나 자국의 상계관세 적용 범위를 비시장경제국으로 확대하는 나라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이 이제는 더 이상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경제를 왜곡하는 조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WTO에 피소된 분쟁사례를 보면 대부분 보조금 및 상계관세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은 국내 개발을 위해 필요하지만, 언제든 통상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 대국들은 중국의 행보를 더욱 예의주시할 것이다. 향후 새만금 한중 산업단지가 중국의 수출 전초 기지로서 활용된다면, 우리 정부가 중국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무분별한 혜택들이 통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산(made in Korea)을 달아 수출한 중국은 돈을 벌고 우리는 오히려 통상 분쟁에 휘말리는 덫에 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중 경제협력의 새판이 필요

 

한편 한중 FTA가 체결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지방정부 간 경쟁이 시작되었다. 중국의 각 지방 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을 하고 시작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중국의 파트너 지역과 MOU부터 체결해 신문에 내놓기 바빠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지방 정부가 협력 도시로 선정한 중국의 지역은 이름만 대도 다 알만한 지역 몇 개로 손꼽히고, 협력 분야도 대동소이하여 중첩이 되는 부분이 많다.

 

새만금을 그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투자 지역으로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고, 한중 간 지방협력으로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경시될 수 없다. 임기 내에 내세울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도 한국사회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다 고려한다 해도, 한 번쯤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거대 소비 시장을 가진 이웃 국가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 볼 때이다. 중국은 우리가 ‘혜택’으로 현혹한다고 넘어오는 국가가 아니다. MOU를 체결했다고 내일부터 당장 협력관계가 될 수 있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때문에 우리만의 장기적인 청사진과 계획이 더 절실한지도 모른다.

 

국토 전체를 놓고 지역별 한중관계 협력을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이에 대한 지역별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성화가 중첩되는 부분은 단일화 시키고, 특화된 지역끼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나치게 이상적 발상일까?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33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