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6.09.16] 미국과 중국 틈에 낀 한국…언론의 훈수는? | |
---|---|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미국에 안보 설득하라는 언론은 왜 없나?
지난주 중국 항저우(杭州) 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기간 파란 하늘이 연출되고 ‘항저우 컨센서스’가 채택되는 등 중국이 자존심을 걸고 야심차게 준비한 국제회의는 큰 탈 없이 치러진 듯 보였다. 하지만 물 밑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관련국들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G20 회의 기간 동안 에피소드 하나가 전 세계 언론에 회자되었는데, 이른바 ‘오바마 홀대’ 논란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 참석을 위해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을 때, 다른 나라 정상들과는 달리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이 준비되지 않아 비상용 접이식 계단을 통해 내려와야 했던 ‘굴욕’ 사건을 말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홀대했다고 보도한 반면,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미국의 오만이 초래한 미중 실무자 사이의 마찰이 원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관계를 대변이나 하듯,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양국 언론의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 굴욕‘, 의도적 vs. 우발적
며칠 후, 전 세계 언론의 초점이 한반도에 집중됐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은 북한의 핵실험 자체에 대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과 향후 대응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는 양상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중국의 책임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과의 교류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른바 북핵문제에 있어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중국 책임론’이다.
반면, 중국 언론은 ‘중국 책임론’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하며,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성실히 이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북한 핵 문제에 있어 진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하며 ‘미국 책임론’으로 맞서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도 미중 양국 언론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렇게 미중 양국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바쁜 건 미국과 중국의 언론뿐만이 아니다. 미중 경쟁이 한국 사회에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일이 부쩍 잦아지면서 우리 언론들도 입장 표명으로 바빠지고 있다. 작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때도 그랬고,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 때도 그랬다. 또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도 열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들은 최근 중국과 관련한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여 왔을까?
필자가 국내 주요 일간지 및 인터넷 언론 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우선 AIIB 가입과 관련해서는 찬성이 71%, 반대가 0%, 불분명한 입장이 29%로 나타났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자금줄 역할을 할 AIIB에 참석할지에 대해 작년 국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창립국가로 참여함으로써 일대일로 및 AIIB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을 선점해야 한다는 찬성론이 있었던 반면, 미국 및 일본이 AIIB에 대해 경각심을 나타내며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나서 참여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대론도 나왔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익을 위해 가입에 찬성했고, 미국의 우려에 대해서는 적절히 설득해 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이 작년 6월 정식 서명한 한중 FTA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체결 찬성을 주장하는 언론이 82%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반대는 4%에 불과했으며 불분명한 입장을 나타낸 언론은 14% 정도였다. 경제와 관련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서 국내 언론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우려는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문제엔 ‘적극‘, 안보문제엔 ‘글쎄‘
하지만 안보·군사 문제는 조금 달랐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은 전승절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열병식을 준비하며 세계 각국 정상들의 참석을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정상급 인사의 참석을 거부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이 항일 전쟁을 강조하며 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 구도를 와해하려 한다고 참석을 거부했다.
국내에서는 동맹국인 미국과 우방국의 정상들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6·25전쟁 당시 ‘적’이었던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진행하는 열병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론이 대두됐다. 반면, 중국과 항일 전쟁이라는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있고, 또한 향후 중국과 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대통령의 참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우리 언론은 57%의 언론사들이 참석을 지지했고, 7%의 언론이 참석을 반대했으며, 36%의 언론은 모호한 입장을 나타났다. 물론 열병식 참석을 찬성하는 언론이 다수를 이뤘지만, 경제 문제와는 달리 비중이 낮았고 의견도 갈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보수 언론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조선일보>는 찬성을, <동아일보>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드 문제는 어떨까? 배치에 찬성하는 언론이 61%, 반대는 14%, 불분명한 언론은 25% 정도로 나타났다. 역시 찬성 입장이 많은 가운데, 의견이 나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사안과는 달리 언론사의 이념 성향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경제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우려나 반대에 대해 ‘설득’하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걸까?
* 본문에 사용된 조사 자료의 세부 내용은 인천발전연구원의 홈페이지 ‘인차이브'(☞바로 가기) 에서 2016년 9월 19일 이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