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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6.09.09] 중국에서도 김영란법 주목한다
[2016.09.09] 중국에서도 김영란법 주목한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엄격한 당율로 부패 척결 나선 시진핑, 성과는?
윤성혜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최근 공직자 등의 비리를 규제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본 법의 적용 범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법의 시행을 며칠 앞두고 언론에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리 수사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불법을 저지르는 자의 마음가짐까지 근본적으로 다스리기는 힘들겠지만, 이 법이 그러한 마음을 어느 정도 통제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영란법 제정은 중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초에 열렸던 전국인민대표대회 토론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김영란법 내용을 일부 언급하면서 반부패의 제도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중국에서도 반부패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마침표 없는 중국의 부패 척결 사정 작업 

 

2012년 중국의 전 국가 주석인 후진타오(胡锦涛)는 퇴임사에서 “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하고, 당이 망한다(亡国亡党)”고 언급한 바 있다. 한 국가의 주석이 퇴임하면서 국가가 해결 해야할 큰 과제가 부패 척결임을 지적한 것은 이미 부패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여, 심각한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이에 화답하듯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집권하자마자 반부패 정책을 펼쳐왔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슬 퍼런 반부패의 칼날은 무뎌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부정부패에 연루된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重庆)서기, 저우용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 굵직한 정계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시진핑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반부패 정책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님을 실감했다. 12차 전인대 최고 검찰 보고에 따르면, 2015년 4만 834건에 이르는 공직자 부패 사안을 적발하였고, 이와 관련된 공직자는 5만4249명에 이른다.

 

반부패의 범위도 고위 공직자(老虎)에서 하급 관리(蚊蝇), 그리고 해외 도피 사범(狐狸)까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하급 관리 부패의 경우 부패의 규모면에서 크지 않을 지라도 부패로 인한 피해가 일반 대중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이 또한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정부패로 막대한 자금을 챙긴 뒤 해외로 도피한 사범에 대해서도 반부패는 묵인되지 않는다. 해외 도피 사범 검거를 위해 국제 사회와의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주석은 국제 행사에서 부패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이를 국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항저우(杭州) 막을 내린 G20 정상 회담에서도 중국 시진핑 주석이 G20 반부패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여 반부패 개혁이 한층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보다 엄격한 당 규율

 

중국은 우리나라의 김영란법과 같이 법률로써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법령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는 반부패 척결을 제도화하는 입법이 공직자들로 하여금 부패를 저지를 수 없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위해 애쓰는 중이다. 비록 중국에는 반부패에 관한 국법은 없지만 이에 보다 더 엄격한 당의 기율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공직자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2012년 주석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8항 규정’을 발표하고 관료주의, 향락주의, 형식주의, 그리고 사치 풍조 등 ‘4풍’ 근절을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8항 규정은 4풍 근절을 위한 당 간부들의 구체적 행동 지침으로 내용은 △ 인민들과 자주 접촉하되 차량 및 수행원 최소화 △ 형식적 회의 지양 △ 정치국 회의 및 활동사항 보도 최소화 △ 불필요한 문건의 남발 방지 △ 규정 외 숙박, 차량 사용 금지 등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15년 ‘중국 공산당 청렴 자율 준칙(中国共产党廉洁自律准则)’과 ‘중국 공산당 기율 처분 조례(中国共产党纪律处分条例)’를 발표했다. 준칙과 조례는 당 기관, 전인대, 정협 기관의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업 단위 및 국유 기업 직원의 기율에 대한 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혁 개방 이래 가장 전면적이고 엄격한 당의 기율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기율감찰위원회는 당 간부뿐만 아니라 일반 당원까지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순찰(巡视)을 통해 각 지방 당원들을 부패와 비리를 감시하고 있다. 2016년 눈에 띄는 것은 이전에 순찰한 지역에 재차 방문하여 반부패의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의 기율을 엄격히 하여 감히 부패를 저지를 수 없는, 저지를 생각조차 못하는 제도 및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시진핑 정부의 목표다.

 

부패 척결을 위한 상호 작용 시스템 필요

 

이처럼 중국은 엄격한 당율로 부정부패와 전쟁 중에 있다. 한국도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반부패 정책이 ‘전쟁’에 비유되는 만큼의 영향력을 김영란법이 발휘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법을 어겼다고 하여 중국처럼 사형이나 무기 징역과 같은 중형이 선고되거나, 사회에서 매장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률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떠나서 공직자의 기강을 바로 잡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 있지 않다면 법률이 엄격하게 만들어진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추석을 앞둔 지금 벌써부터 김영란법의 선물 가액 기준 상한선 5만 원을 넘지 않는 4만9500원짜리 선물 세트가 수북이 진열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후 더 많은 부분에서 본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청탁하는 창조적인 수단과 방법들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기율이 엄격하여 아직까지는 모든 공직자들이 몸을 낮추고 감히 부정부패를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율이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공직자에 대해서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아, 공직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소위 ‘웃픈’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공직자의 지위가 높을수록, 재량권이 많을수록 누구나 부정부패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최대한 이러한 유혹에 덜 빠질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 과도한 권력이 한 인물에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 권위주의·온정주의·연고주의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패척결을 위한 가장 근본적 해답이 될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4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