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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홍콩독립, 표현의 자유와 위법 사이에서
[2017.09.25] 홍콩독립, 표현의 자유와 위법 사이에서
한중관계연구원2021-01-22

20여년, 홍콩 사회에 쌓인 모순과 불만의 골

 

 

지난 9월 5일 밤, 홍콩중문대학(香港中文大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한 중국 본토 출신 여학생이 교내 민주의 벽(民主에 붙어 있던 홍콩 독립(港 선전 벽보를 찢었고, 이를 지켜보던 중문대학 학생회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이다. 이 본토 출신 여학생은 선전 벽보를 찢은 행위에 항의하는 그들에게 홍콩 독립 주장 자체가 불법이며, 그들이 벽보를 붙일 자유가 있듯 자신은 이를 찢을 자유가 있다고, 이것이 ‘민주(民主)’라고 주장한다.

 

두 학생이 벌인 언쟁을 찍은 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중국 대륙에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며 선전하는 중문대학 학생회를 비난하고, 본토 출신 여학생을 칭찬하거나 심지어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홍콩과 본토의 네티즌이 다시금 격돌하며 당사자 학생들과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본토 여학생은 인터뷰를 통해 ‘신상털기’와 보복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불행히 사건의 파장은 두 관련 학생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본토 출신 학생은 벽보를 찢은 학생이 ‘민주’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본토에 알려지자 신상이 폭로되고 비난이 쇄도했다. 그의 가족에 대한 공격을 암시하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그가 졸업한 학교는 우수 졸업생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는 여론의 압력에 밀려서 두 차례 공개 사과했다.

 

본토의 한 관방 언론(環球時報) 사설은 한 술 더 떠서 이번 사건을 촉발한 중문대학 학생회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으며 소수 의견을 대표할 뿐이고, 해당 대학의 일부 교수가 이들을 지지하며 이용할 뿐이라 덧붙인다. 나아가 이들을 나치 지지 활동에 비유해, 이는 절대 표현의 자유가 아니며,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불법적 행동을 꾀하는 그들이 관련 법률과 조례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건이 확대되자 중문대학 총장은 홍콩 언론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대학의 초석이나 제한 없는 행사를 의미하지 않으며 홍콩의 법률과 타인의 존엄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밝히면서, 관련 벽보를 떼어낼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중문대학 학생회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며 벽보 시위를 이어가자, 홍콩 10개 대학 총장들이 “우리는 홍콩 기본법에 어긋나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자제를 요구했다.

 

한편, 양측의 의견 대립이 극에 달했을 무렵 친중 성향의 교육국(敎育局 : 한국의 교육부) 부국장(蔡若 아들이 우울증에 자살하자, 그날 오후 홍콩교육대학(香港育大 민주의 창에 ‘이를 축하한다(恭喜蔡匪若之子回西天)’는 벽보가 나붙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교육대학 학생의 비인간적 행동에 비난이 이어졌고, 나아가 친중 성향 교련회(敎聯會) 소속 일부 교장들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교육대학 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홍콩 언론은 이번 설전이 지난 20년간 홍콩 사회에 쌓인 모순과 각종 불만의 폭발이라 분석한다. 근래에 취임한 장관이 사회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하지만, 그의 친중 성향으로 독립파의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지는 실정이다. 현재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소속 대학은 물론 당국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상술한 것과 같은 과도한 일탈 행위로 여론 역시 적지 않게 등을 돌린 상황이라 독립파의 향후 활동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는 물론 홍콩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분열되어 서로를 공격하고 매도하는 현실이 오로지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관련한 이들과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홍콩이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사회도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홍콩은 대립과 분열로 사회 곳곳에 상처가 깊고, 제대로 아물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진희(한중관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