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03.31] 중국의 ‘햇볕 정책’에 한국은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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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일대일로 ‘날갯짓’…한국에는 손 내밀지 않는 중국
지난 2월 코트라(Kotra)는 ‘트럼프의 TPP 탈퇴 서명에 대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국 반응조사’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가입국 대부분이 “미국 없는 TPP 지속은 무의미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데 있다. 또한 중국과 유럽연합(EU) 중심의 다자 통상체제가 추진되며,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 경제·통상질서를 이끌던 미국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고 그로 인해 미국을 따르던 주변국들도 덩달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호기로 만들기 위해 매우 분주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바짝 따라붙은 중국을 밀어내고 다시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일강 체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커버린 중국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시각에서 아편전쟁 이전에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질서 체제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매우 충만한 상태로 보인다. 취임 이후 추진한 정책들이 하나같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 트럼프 정부가 ‘다시 위대’해질지 아니면 시진핑(習近平) 으로 1인 권력이 공고화된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 못지않게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은 한국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인해 정국이 어수선해 주변국의 상황에 대처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이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각각 압박을 받고 있다. 5월 출범하게 되는 새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최에 총력 기울이는 중국 지도부
주변국 상황이야 어찌됐든 중국은 3월 중요 정치행사인 양회가 끝나자마자 매우 분주한 모양새다. 곧 다가올 5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준비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크로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네팔 등 3개국 정상을 만나 중국 최대사업인 일대일로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물론 3국 정상들도 중국의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 지난 27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헤리 라자오나리맘피아니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왼쪽)과 회담을 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도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뉴질랜드는 서방국가로는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하겠다는 협의서에 서명했다. 또한 FTA를 비롯해 선진국 대열에 있는 국가들 중에 중국의 정책에 가장 빨리 반응하며 대응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 행보와 더불어 지난 23일 중국 하이난(海南) 싼야(三亚)에서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博鳌) 아시아 포럼’이 나흘간 진행됐다. 보아오 포럼은 아시아 국가 간 협력과 교류를 통해 경제·사회발전 및 통합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포럼에서 중국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내세우며 자유무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스위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이 단골로 주장하는 내용이며, 현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포럼에 대해 2002년부터 중국 주도로 열린 포럼의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럼이 개최되는 기간 동안 시진핑 주석 및 리커창 총리가 다른 일정상의 이유로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데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중국이 자유무역을 통한 일대일로 정책 실현을 위해 얼마나 총력을 기울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외국 순방, 그리고 보아오 포럼에서 장가오리(张高丽) 상무부 총리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강조한 것은 결국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위해 한목소리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만들려는 중국
시 주석은 2013년 집권 이래 임기의 반을 부정부패 척결에 매진했다. 2017년 양회 공산당 기율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지금까지 무려 199만 9000명이 처벌됐다. 당원 200명 가운데 1명꼴인 셈이다.
2015년만 하더라도 여전히 반부패가 심각하다고 평가하며 서슬 퍼런 칼날이 무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말 반부패 투쟁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시진핑 1인 권력체제를 공고히 했다.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이 정리가 되면서,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정치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중국의 꿈(中国梦)을 실현시켜 줄 일대일로 정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중국 지도부가 일대일로 포럼에 관련 여러 정상들을 초청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대일로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국내적으로는 시진핑 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외교력을 과시하며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려 할 것이다.
때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와 주변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이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중국으로서는 자신의 꿈을 펼칠 좋은 환경이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기회로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창출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은 주변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햇볕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햇볕 정책의 대상에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게는 싸늘하기만 하다. 일대일로 정상포럼의 초청여부도 불확실하다. 5월에 들어설 새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초청여부를 판가름 낼 것으로 보인다.
정황상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던 사드배치 철회는 쉽지 않고, 중국은 은근히, 아니 대놓고 그것을 바라고 있다. 차기 정부가 어떻게 꾸려질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던 한중미 간 얽혀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 것 인가가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처지에 놓여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임은 확실하다. 차기 정부가 이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며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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