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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04.21] 나체 사진 유포, 여대생 자살 부른 사채업체
[2017.04.21] 나체 사진 유포, 여대생 자살 부른 사채업체
한중관계연구원2021-01-25

대학생 경제적 능력 미비 악용하는 뤄다이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2017년 4월 11일 중국 푸젠성(福建省) 췐저우시(泉州市) 한 여관에서 여대생이 자살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4월 10일 밤 9시가 넘어 여관에 투숙했고, 다음 날인 12일 오후 2시경 직원의 신고로 경찰과 의료진 시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숨을 거두기 전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 “제대로 돈을 벌어 효도해보지도 못했는데.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모두 돌려드릴게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잘 부탁드려요”라는 문자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의 아버지 기억에 의하면 지난 2017년 2월 22일 처음으로 딸의 개인 신상 정보가 들어있는 빚 독촉 문자가 그에게 도착했다. 딸은 인터넷 상에서 돈을 빌렸고 2만 1800위안(한화 360여 만 원 상당)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대신해 이를 상환했다. 그러나 그는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비슷한 독촉 전화를 받았고, 그러던 4월 5일 그의 아내는 아무 부연설명 없는 딸의 상반신 나체 사진을 받았다. 부부는 조급한 마음에 딸에게 상황을 묻지만, 그녀는 아르바이트로 남은 빚을 스스로 갚겠다고 고집했다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상환의 압력과 독촉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그녀를 자살로 몰고 간 것은 뤄다이(裸贷) 혹은 뤄탸오(裸条)로 불리는, 주로 지방 출신 여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불법 대출이다. 이는 대출 시에 신청인이 그의 신분증을 손에 든 채로 나체사진 혹은 동영상을 촬영, 차용증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또한 개인 신상 정보와 가족, 친구, 지도 교수 등의 연락처를 함께 받아, 대출을 상환치 못했을 경우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변인에 퍼뜨려 상환을 압박한다.

 

대출 사이트에 나체 사진이나 유사 동영상이 등장하는 것은 다반사다. 그러나 2016년 12월 중국 유명 포털 바이두(百度)에 10 기가바이트 분량의 여대생 나체 사진과 영상이 유포되자, 이는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바이두에 공개된 자료에는 여대생 167명의 개인 신상 정보와 그 주변인의 연락처가 담겨있다.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그들은 주로 17세에서 23세 사이의 여대생이며 스스로 뤄다이(裸贷) 대출을 신청했다. 그리고 채권자는 상환이 늦어지는 경우에 여대생의 자료를 유포하고 심지어 불법 나체 채팅이나 성매매(肉偿)로 채무를 변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중국 공영방송 CCTV에서 ‘뤄다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막극 형태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위 사진의 주인공과 같이 돈을 빌린 여성은 나체 상태로 자신의 신분증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사채업자들은 이를 이용,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하는 수법을 써왔다. ⓒCCTV 방송 화면 갈무리

 

여대생의 나체 사진을 인질로 삼은 무리들, 그들은 누구인가

 

대학생 사이에 뤄다이(裸贷)가 유행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관련 수속이 매우 간단하고 대출금을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생은 합법적 대출을 받기 위한 객관적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대출이 필요한 경우에 불법적 업체를 찾아가고, 그들과 고리의 불법적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이는 본래 경제적 혹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불법의 대부 업체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여대생 나체 사진과 관련 영상을 받아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언론에 소개된 사례를 보자면 한 학생은 소규모 창업을 위해서 500위안(한화 8만 원 상당)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당초 주당 이자가 30% 가량이었지만, 이를 제때 갚지 못해 이자가 이자를 낳았고 결국은 5만 5000위안(한화 360만 원 상당)까지 채무가 불어났다. 대출에서 대출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더 이상 대출이 어려워진 그녀는 채권자의 압박에 뤄다이(裸贷)의 험난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현재 재차 만기일이 가까워져 채권자는 수차례에 걸쳐 그의 자료를 가족에 보내거나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라 협박하고 있다.

 

그녀가 다행히 제때에 상환할 수 있다면 괜찮다. 그러나 현재 그녀의 경제 능력을 보면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에 소개된 수법에 근거해 보자면 상환이 늦어질 경우에 그녀의 사진과 영상이 가족과 주변에 전달될 것이다. 나아가 채권자는 상환을 조건으로 그녀에 불법 나체 채팅이나 성매매를 강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혹은 보다 빠른 상환을 위하여 인터넷상에서 그녀의 사진을 판매할 수도 있으며, 이를 구매한 사람이 다시 판매를 시도해 개인 정보가 시중에 떠도는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순한 이들이 접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뤄다이(裸贷) 자체는 하나의 함정이다. 사실 채권자는 대출받은 여학생의 대출금 상환 여부는 별로 상관이 없다. 대출금을 상환하면 그것으로 좋고, 상환하지 않는다면 나체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불법적 추심과 협박에 겁먹은 무지한 학생을 멋대로 이용할 수 있기에 더욱 반기는 바이다. 이렇게 뤄다이(裸贷) 대출은 대부업과 성인물 혹은 성매매 업계가 경제적 능력과 지식이 부족한 여대생을 매개로 기형적인, 일종의 산업적 사슬을 이루어 움직이는 모습이다.

 

성행하는 뤄다이(裸贷), 누구의 문제인가 

 

일련의 사례와 피해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로 각계의 평론과 비판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뤄다이(裸贷) 피해자를 동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피해자가 대출을 신청할 당시에 본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했는지 혹은 나체 사진이나 영상을 대부 업자에 전달할 때에 자신의 존엄과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불법적 유출 문제를 고려했는지 묻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아무리 어리게 보아도 엄연히 대학에 입학한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무지나 어리석은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피해자가 상술한 문제를 예상했다 하더라도 돈을 위해 이를 가벼이 넘겼다면 더욱 동정할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뤄다이(裸贷) 피해자의 상당수는 생활고 등으로 긴급한 상황에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다. 반수 이상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초과하는 고가의 휴대전화, 의류, 가방 등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었고,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나 임신 중절 수술을 위한 사례까지 존재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찰나의 쾌락과 허영심 만족을 위해서 자신의 미래를 저당 잡힌 사람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동기나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이용당해 마땅한 사람은 아니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고리 대부 업자는 본래가 불법이며, 대출 신청인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받아 차용증을 대신하는 대출 방식도 엄연한 불법이다. 그리고 채무자가 상환이 어려운 경우도 상술한 자료를 이용해 협박을 가하거나, 타인에 판매하는 사람도 전달하는 경우도 유포하는 이들도 모두 불법의 소지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유관 부문도 일정한 책임이 있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피해자 보호는커녕, 연관 검색어에 “뤄다이(裸贷) 여대생 중에서 가장 예쁜 이는 누구인가?”, “***의 유출된 동영상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모자이크 없는 사진들은 어디서 구하는가?” 등이 줄줄이 등장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네티즌에도 책임이 있다. 이러한 행태는 피해를 확대하고 재생산해 뤄다이(裸贷) 사슬에서 한 고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러한 행동이 피해자 여성에 더욱 큰 고통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 그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56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