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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중국의 호구제 개혁, 신분 장벽 뛰어넘을 수 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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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연구원2021-01-2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호구제 개혁과 신형 도시화 정책의 명암
중국 <헌법> 제33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일률적으로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중국사회는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로 갈리는 신분 아닌 신분제도가 존재한다. 바로 ‘호구(戶口)제도’이다. 중국 호구제도는 도시 호구를 가진 사람은 도시에, 농촌호구를 가진 사람은 농촌에서 거주하도록 원칙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중국은 고대부터 군역, 과세, 행정 등을 위하여 유사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전국시대의 ‘편호(编户)’ 및 ‘정적(定籍)’제도, 진(秦)나라의 ‘사농공상(士农工商)’의 구분법 및 ‘백성이 함부로 거주지를 옮기면 처벌한다(使民无得擅徙, 则诛愚)’와 같은 규정은 이러한 인구 및 호구관리제도로 볼 수 있다.
중국 거주지 등록제도인 호구제도는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인 1958년 ‘대약진운동’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해 농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1958년 제정한 ‘호구등기조례(户口登记条例)’에 따라 인구이동에 대한 제한을 기본 목적으로 상주(常住) 호구 등기, 임시 호구 등기, 출생 등기, 사망 등기, 이전 등기, 변경 등기를 포함하여 그 법률적 기초를 마련하였다.
1978년 이전 엄격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하에서는 ‘호구등기조례’에 따라 거주이전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았고, 식량 배급제 등의 실시로 자기의 거주지를 이탈하여 생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호구(户口), ‘금수저’, ‘흙수저’의 등장
중국에서 호구제도의 문제점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농촌 호구를 가진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대거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농촌 호구를 가진 자가 도시에 거주한다고 해서 도시 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호구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때로는 많은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중국은 교육, 의료, 사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성(省)급 지방정부 별로 시행되어, 호구가 없이 타지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즉 호구의 전환 없이 도시에 이주한 농민은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대학입시에서도 차별을 받으며,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며, 자동차를 사고 주택을 구입하는 데도 많은 장애가 있다.
중국의 호구제도가 농민의 무분별한 도시유입을 제한하여 도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호구제도는 현실 사회에서 ‘금수저’와 ‘흙수저’를 가르는 기준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다.
중국은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농민이 노동력의 공급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법률·제도적 제한으로 도시민으로 편입하지도 못하였고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하여 돌아갈 고향마저도 잃어가고 있다. 타지에 직업을 구하려 고향에 부모(空巢老人)와 아이(留守儿童)를 방치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농촌 사회를 해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신형 도시화(新型城镇化) 정책과 호구제도 개혁
중국 공산당과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시진핑 집권 이후 농민에게 농촌 집체 소유의 토지사용권 매매를 허용하고 도시 호적을 부여하여 도시에 정착해 살게 하는 ‘농민의 도시민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도시와 대도시 주변에 위성도시를 건설하여 이들을 정착시키는 ‘신형 도시화 정책(新型城镇化规划, 2014~2020년)’이 그것이다.
‘신형 도시화 정책’의 목적은 도시화에 바탕을 둔 내수 시장의 확대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호구제도 개혁도 하나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 2014년 7월 국무원이 ‘호적제도 개혁에 관한 의견(户籍制度改革的意见)’을 발표하여 전면적인 호구제도 개혁을 천명한 것은 도시화 정책과 호구제도 개혁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증거이다.
이 호구제도 개혁은 농촌과 비농촌 호구의 철폐와 도시 규모에 따라 호구 개방의 정도를 달리하도록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도시의 규모에 따라 소규모 도시, 중급 도시, 대도시, 특대도시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각기 다른 호구 개방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호구제도 개혁과 수저 계급의 세분화
베이징(北京)시는 올해 1월 1일부터 ‘호구 포인트(积分落户)’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4+2+7’이라는 이 제도는 4가지 자격 조건, 2가지 기본 사항, 7가지 항목에 따른 점수제를 기본으로 한다. 즉 호구를 신청을 하려면 거주증(居住证)이 있어야 하고 법정 퇴직연령을 넘지 않아야 한다. 사회보험료를 7년 이상 연속 납부하였고, 형사범죄기록이 없어야 한다. 베이징에 안정적인 직장과 거주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요건이다.
그러나 베이징 ‘호구 포인트’의 조건을 충족시키기란 대부분의 외지 호구를 가진 사람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고 원하는 사람은 조건을 충족하라는 정책이다. 사실상 베이징시는 새로운 호구의 취득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이다. 앞으로 베이징 호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인에게 최고의 신분을 부여받는 영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이징, 상하이 소재 대학 졸업자들이 이선도시(二线城市)로 직장을 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베이징, 상하이에서 직장을 잡아도 호구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의 이선도시는 조건에 맞는 유능한 인재에 호구 부여는 물론 주택자금 지원 등 각종 혜택으로 인재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 등의 특대도시와 이선도시(二线城市)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계층은 마지막 선택으로 조건에 맞는 중소도시로 호구를 이전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의 도시화 정책과 호구 정책은 더욱 견고한 계급인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세분화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 호구제도의 가장 극단적인 폐해가 농촌 호구자 특히 ‘농민공(农民工)’으로 대표되는 계층이 의료, 교육, 취업 등의 사회보장에서 소외되고 그들의 자녀 세대까지 ‘신세대 농민공(新时代农民工)’으로 칭해지면서 도시의 주변인으로서 사회 안전망 밖에 놓이게 되어 신분의 대물림, 빈곤의 대물림이 문제였다.
중국의 도시화 정책과 호구제도 개혁이 지식과 기술을 가진 젊고 유능한 사람은 일정한 절차를 통하여 원하는 도시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농민공’ 등의 사회적 소외계층은 개혁이 오히려 더욱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장벽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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