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7.10.05] ‘홍콩 독립’ 벽보 찢은 ‘본토’ 출신 대학생, 논란에 불붙이다 | |
---|---|
한중관계연구원2021-01-2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홍콩의 분열, 치유할 수 있을까
지난 9월 5일 밤, 홍콩중문대학(香港中文大學)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한 중국 본토 출신 여학생이 교내 민주의 벽(民主墙)에 붙어 있던 홍콩 독립(港獨) 선전 벽보를 찢었고, 이를 지켜보던 중문대학 학생회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이다.
중문대학 학생회 학생들은 독립을 주장한 그들의 벽보는 학교와 소속 학생이 부여한 권리에 근거해 민주의 벽에 붙인 것이며, 만약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찢지 말고 그들도 벽보를 붙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본토 출신 여학생은 선전 벽보를 찢은 행위에 항의하는 그들에게 홍콩 독립 주장 자체가 불법이며, 그들이 벽보를 붙일 자유가 있듯 자신은 이를 찢을 자유가 있다고,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민주(民主)’라고 반박한다. 그리고 자신도 중문대학 학생이나 학생회에 홍콩 독립을 주장할 권리를 부여한 적은 없으며, 노린 듯이 자신을 촬영 중인 그들의 카메라에 무슨 권리로 자신을 촬영하여 그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반문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두 학생이 벌인 언쟁을 찍은 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중국 본토에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며 선전하는 중문대학 학생회를 비난하고, 본토 출신 여학생을 칭찬하거나 심지어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자 뒤를 이어 홍콩과 본토의 네티즌이 다시금 격돌하며 관련한 학생들과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본토 여학생은 인터뷰를 통해 ‘신상털기’와 보복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사건의 파장은 불행히 관련 학생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본토 출신 학생은 벽보를 찢은 학생이 ‘민주’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본토에 알려지자 그 신상이 폭로되고 비난이 쇄도했다. 그의 가족에 대한 공격을 암시하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그가 졸업한 학교는 우수 졸업생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지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그는 여론의 압력에 밀려서 두 차례 공개 사과했다.
이에 대한 학교와 사회의 반응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이래로 홍콩의 몇몇 대학 민주의 벽에는 홍콩 독립을 주장 혹은 촉구하는 벽보가 등장했다. 이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일부 학생들은 홍콩 독립과 민주(民主) 수호를 주장했고, 다른 학생들은 홍콩이 중국의 일부임을 규정한 기본법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러한 논쟁이 영상을 매개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중국 본토와 홍콩 네티즌 사이에 불필요한, 심지어 논점을 벗어난 감정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사건이 확대되자 중문대학 총장은 홍콩 언론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대학의 초석이나 제한 없는 행사를 의미하지 않으며 홍콩의 법률과 타인의 존엄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밝히면서, 관련 벽보를 떼어낼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중문대학 학생회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며 벽보 시위를 이어가자, 홍콩 10개 대학 총장들이 “우리는 홍콩 기본법에 어긋나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에 자제를 촉구했다.
본토의 한 관방 언론(環球時報) 사설은 한술 더 떠서 이번 사건을 촉발한 중문대학 학생회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으며 소수 의견을 대표할 뿐이고, 해당 대학의 일부 교수가 이들을 지지하며 이용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을 나치를 지지한 활동에 비유해 이는 절대 표현의 자유가 아니며,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불법적 행동을 꾀하는 그들이 관련 법률과 조례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측의 의견 대립이 극에 달했을 무렵 친중 성향의 교육국(敎育局, 한국 교육부에 해당) 부국장 초이욕린(蔡若莲)의 아들이 우울증 증세에 자살하자, 그날 오후 홍콩교육대학(香港教育大學) 민주의 창에 이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벽보가 나붙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교육대학 학생의 비인간적 행동에 비난이 이어졌고, 나아가 친중 성향 교련회(敎聯會) 소속 일부 교장들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교육대학 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은 대학생 사이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홍콩의 내부에 친중파(親中派)와 독립파(獨立派)의 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홍콩 언론은 이번 설전이 지난 20년간 홍콩 사회에 쌓인 모순과 각종 불만의 폭발이라 분석한다.
사실 지난 3월 당선된 캐리 람(林郑月娥) 홍콩 행정 장관이 사회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하지만, 그의 노골적 친중 성향과 정책 편향에 반중파나 독립파의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지는 실정이다.
현재 위의 중문대학 학생회를 포함하여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소속 대학은 물론 당국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대학 측은 관련 대자보에 유감을 표명했고, 행정 수장 캐리 람은 이번 사건이 언론 자유와 무관한 것이며, 기본법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교육국 부국장 아들의 죽음을 모욕한 것과 같은 과도한 일탈 행위로 일반 대중 역시 적지 않게 그들에 등을 돌린 상황이라 독립파의 향후 활동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는 물론 홍콩과 중국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홍콩의 독립과 관련한 제도의 문제에 더하여,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서로를 공격하고 매도하는, 그로서 분열되고 사회가 퇴보하는 현실이 오로지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민주의 벽이란 수단을 이용해 자신만의 의견을 주장하고 관철에 노력하며, 충분한 소통과 의견의 교류 없이 상대의 주장과 목소리는 무시하는 일부 인사와 사건 추이를 보면서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때로는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생각에 상대와의 소통을 내지는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이러한 과정은 민주적 국가가 보장하고 우리가 누리는 권리이자 동시에 책임질 의무다.
홍콩이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사회도 조금 더 성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홍콩은 대립과 분열로 사회의 곳곳에 상처가 깊기에 제대로 아물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