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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2.04] 중동의 산유국이 사막에 햇빛발전소를 짓는 이유?
[2018.02.04] 중동의 산유국이 사막에 햇빛발전소를 짓는 이유?
한중관계연구원2021-01-26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최재덕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초빙교수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이 대화를 시작한 것은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17년 내내 북핵 문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과 미국 간의 날 선 언쟁이 오갈 때마다 한국은 전쟁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신년사에서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한 김정은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경제 재건을 위한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남북 대화가 필요했고,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화 가능성을 어필해왔다.

 

2년 반 동안 단절됐던 남북 간의 대화는 88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참가를 논의하기 위해 재개됐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대표들과 UN 등 국제기구에서 남북간의 직접 대화 재개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도 계획된 정치적 의도에 의해 평화올림픽을 통해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에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은 남북한이 직접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좁혀질 수 없는 이견이 존재한 사실을 명확히 확인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화가 그러했듯이 공동성명은 지켜지지 않을 수 있으며, 합의하에 진행되어 온 사안들도 돌연 취소될 수 있고, 지금의 화해무드는 평창 동계올림픽 후 다시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있을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과 폐막 직후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는 북한을 주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협상의 첫걸음이 시작되길 기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이산가족상봉과 개성공단‧ᆞ금강산 관광 재개 등 지속적인 남북간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한국은 북한에 새롭고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장기간의 대북제재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경제 재건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에너지다. 북한 대부분의 기반 시설이 취약한 것은 자명하나 특히 노후화된 발전 설비로 북한의 전력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대선 공약인 ‘탈석탄, 탈원전’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 내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급증했다.

 

인류는 지난 200년간의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파생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올겨울 한반도가 극강의 한파에 떨고 초미세먼지 농도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 등 개인의 삶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문제에 대한 전지구적 공동 대응이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전세계는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유럽 슈퍼그리드(Nordic-EU SuperGrid), 남유럽의 데저텍 프로젝트(Desertec Project), 북아프리카-중동 슈퍼그리드(Sud EU-MagaherbSuperGrid) 등 대륙 단위의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슈퍼그리드가 형성되어 신재생에너지를 개별 국가가 아닌 대륙 단위로 공동 투자하여 생산하고 공급받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부분적으로 상용화되었다.

 

석유로 영원한 부를 축적할 것 같았던 중동의 석유산유국들도 앞다투어 사막에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신재생 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에 이어 중국도 러시아로부터 적극적으로 PNG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LNG수요 급증에 대비하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으며,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 급성장으로 지난 20년간 총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며 현재 세계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가 간 에너지 협력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실질적인 에너지협력 사례는 미미하다. 자원 강국 러시아와 중국, 에너지원 최대수입국 2, 3위를 다투는 한국과 일본,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발전가능성이 큰 몽골이 에너지 협력을 해 나간다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안보가 확보될 것이다.

 

우리가 에너지 패러다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세계 질서를 움직이는 거대한 원동력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읽고 변화를 수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능동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동북아에너지 슈퍼그리드의 구현은 남북 분단으로 섬처럼 되어버린 한국을 에너지를 통해 대륙으로 연결한다. 북방경제협력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어 온 남북러의 전력망 연계는 21세기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최대한 부합하면서 한국이 대륙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초석이 되며, 한반도가 동북아 에너지 흐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수력발전으로 생산된전기를 HVDC (초고압직류송전, High Voltage Direct Current)으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여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공급할 수 있다.

 

북한의 전력망 통과에 대해서는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승인했던 사안으로 북한은 전력망 통행료를 바로 전기로 지급받을 수 있고 러시아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입할 수도 있다. 2015년부터 러시아는 남북러 전력망 연계 사업의 전단계로 북러 간 송전선 연결을 추진해왔다.

 

러시아의 부레야 수력발전소가 건설되어 충분한 전력량이 확보됐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크라스키노, 크라스키노에서 청진까지 총 250km 구간의 송전선을 연결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북러의 송전선은 남북러로 확장될 때 높은 경제성을 가지게 된다.

 

물론 남북러의 에너지 협력은 몇 번의 회담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나 현실화하기 위한 심도있는 논의와 다자간의 협상을 거친다면 경제 재건을 원하는 북한과 전력난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한국은 동북아에너지 슈퍼그리드의 모멘텀을 제공하고 남북한 직접 교류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구현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북핵문제에 있어 한미일의 공동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남북대화도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지지와 평화 공존 공영의 가치에 대한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지속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다시 한 번 밝혔듯이 북한의 비핵화 노력 없이는 대북 최고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미일과 긴밀히 협조하면서도 좀 더 긴 안목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남북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치적 협상과 함께 실리적인 대화와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남북한이 에너지를 통한 협력과 상생으로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가 구현되길 바란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