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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브리핑 (프레시안)

[2018.04.20] 시진핑, 한 자루의 칼을 더 얻었다
[2018.04.20] 시진핑, 한 자루의 칼을 더 얻었다
한중관계연구원2021-01-27

‘감찰위원회’ 신설과 ‘감찰법’ 입법의 전망

김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중국은 지난 3월 11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 이하 ‘전인대’)에서 헌법을 ‘수정안(修正案)’ 형식으로 통과하였다. 헌법 수정안은 총 21개 조항에 걸쳐 신설·개정되었는데 그 중 11개 조항에서 ‘감찰위원회(監察委員會)’를 언급하고 있어 이번 헌법 개정에서 ‘감찰위원회’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감찰위원회’는 1954년 중국 헌법 제정 이래 가장 큰 국가기구 개혁이다. 헌법 제7절 ‘감찰위원회’를 신설하고 이하의 5개 조항(제123조~127조)에서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였다. 본 규정은 각급 감찰위원회의 성격, 지위, 명칭, 구성원, 임기, 지도체제, 업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감찰제도의 연혁은 먼저 진(秦)의 감찰어사제도(監察御史制度)에서 찾을 수 있고, 이후 한(漢)나라도 자사(刺史)와 어사대(御史臺)를 두는 등 그 역사가 2000여 년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 감찰제도는 이미 사법과 행정에서 분리된 독립적인 감찰체계를 확립하였고 관리 등의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기구로 자리 잡았었다.

 

오늘날 중국 반부패 사정 기관으로 널리 알려진 ‘기율검사위원회(紀律檢査委員會)’는 1921년 중국공산당 창당 직후 감찰위원회(監察委員會), 심사위원회(審査委員會)로 시작하였으며, 1949년 신중국 이후 주더(周德)를 서기로 하는 기율검사위원회가 기원이 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유명무실하다가 개혁개방 후 1978년 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시 ‘100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百人中央纪委会组织)’로 거듭났다.

 

▲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3월 17일(현지 시각) 중국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됐다. ⓒ AP=연합뉴스

 

기율검사위원회의 반부패 활동과 그 한계

 

중국공산당 장정(章程) 제46조에 의하면 각급 기율검사위원회의 기능으로 당의 기율을 감독하고, 당원과 조직의 위반사항을 처분하며, 당위원회(黨委員會)의 당풍건설을 지원하여 당위원회를 도와 반부패공작을 조직하고 조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과 같은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 하에서 공산당의 청렴성 여부는 공산당의 정당성, 통치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중국에서 부패척결은 반드시 공산당(共産黨)이 주도하고, 당 스스로에 의한 효율적 검열과 사정을 통해 당의 정치적 우월성을 구현하고 이를 통하여 당의 집권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산당 ‘장정(章程)’과 ‘기율처분조례(纪律处分条例)’에 근거하여 중앙과 지방 각급기율검사위원회는 당원과 당 조직에서 당의 방침과 정책이 집행되는 상황을 감독하며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처분할 수 있다.

 

즉 기율검사위원회는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정하여진 시간과 장소(双)에서 관련 안건에 대해서 설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수왕구이(双规)”와 함께, 혐의가 밝혀지게 되면 당적과 공직 두 가지(双)를 박탈할 수 있는 수왕카이(双开)의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진핑(習近平) 제1집권기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왕치산(王岐山)을 정점으로 하여 당원의 감찰과 부정부패 적발 및 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기율검사위원회는 당내 사정기관으로서 사법권(司法權)에 비하여 감찰권(監察權)이 우위를 점하는 중국 특색의 권력구조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 근거를 가지지 못하여 공산당 내부에서 공산당원만을 감찰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졌었다. 특히 국외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았고, 당 내부의 기관에 불과했기 때문에 국가사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매우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발생했다.

 

새로운 사정의 칼 국가감찰위원회감찰법

 

그동안 시진핑 주석은 “감히 부패를 저지르지 못하는 분위기(不敢)에서 나아가 부패가 불가능(不能)하고 생각조차 못하도록(不想) 하는 제도적 울타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반부패 사정활동에서 국가 법제도적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헌법 수정안을 통해 ‘감찰위원회’가 헌법기관으로 공식 출범하였고 그 입법적 뒷받침으로 ‘감찰법’이 전인대에서 입법됨으로써 공고한 법제도적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는 제2기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감찰위원회는 기존 국무원의 감찰부(监察局), 국가예방부패국(国家预防腐败局)과 인민검찰원(人民检察院)의 반부패 조직을 통합하여 출범하는 거대 사정기구다. 감찰위원회의 국가기구 내 서열도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다음으로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보다도 앞선다,

 

감찰위원회는 당원은 물론 행정기관, 법원, 검찰, 국유기업, 사업단위(의료기관, 학교, 도서관) 등의 모든 공직자를 아우르는 국가적 반부패 사정기관으로 권한도 조사, 심문, 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심지어 혐의만으로도 변호인의 접견없이, 가족 등에 통지 없이도 최대 6개월 동안 유치(留置)할 수 있다(감찰법 제43조, 제44조).

 

그러나 헌법상 ‘감찰위원회’의 신설과 ‘감찰법’의 입법 그리고 후속 인사(人事)를 살펴보면 ‘감찰위원회’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대체하는 헌법기구를 신설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칼끝이 미치지 않는 곳을 위하여 새로운 칼 한 자루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공산당 중심 반부패 개혁의 공고화

 

2018년 3월 20일 전인대에서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主任)으로 양사오두(杨晓渡)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가 선임됐다. 그리고 성(省)과 시 단위의 감찰위원회 주임 31명은 모두 지방 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맡았다. 이와 같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의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으로의 임명과 그 밖의 지방 감찰위원회의 인사를 살펴보면 헌법상의 감찰위원회 신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부패운동에서 ‘당의 우위’가 여전히 확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 출신인 양샤오두(杨晓渡)가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을 맡게 됨으로써 국가감찰위원회가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종속된 일개 부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도 당 간부와 당원에 대한 감찰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전담하고 국가감찰위원회는 단지 당원 이외의 부패 사건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게 ‘국가감찰위원회’의 신설과 ‘감찰법’이란, 보다 완비된 법제도의 새로운 칼을 쥐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 헌법에 ‘감찰위원회(監察委員會)’를 신설하고 ‘감찰법(監察法)’을 입법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반부패 운동이 제도화되더라도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반부패 운동이 변화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93697